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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 폭발하면 비가 적게 온다"

김만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5.30 08:23

수정 2020.05.30 08:22

포항공대 민승기 교수 공동연구팀
화산 폭발 후 강수 감소 메커니즘 밝혀
화산이 유발한 엘니뇨가 강수 감소 심화시켜
화산 모방한 지구공학기법 안정성 담보 못해
화산. 게티이미지 제공
화산. 게티이미지 제공
[파이낸셜뉴스] 화산이 폭발하면 전 지구적으로 비가 적게 오는 메커니즘이 밝혀졌다.

연구진은 화산폭발로 유발된 엘니뇨가 전 지구 강수량 감소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새로운 결과를 내놓았다. 지금까지 화산활동이 전 지구 강수를 줄인다는 연구는 있었지만 그 구체적인 메커니즘은 불확실했다.

포항공과대학교(POSTECH) 환경공학부 민승기 교수, 백승목 박사 연구팀은 프랑스국립과학연구센터, 취리히공과대학, 에딘버러대학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지구 환경 메커니즘을 밝혀내고 사이언스의 자매지인 '사이언스 어드밴스'지에 최근 게재했다.

1991년 피나투보 화산 폭발 이후 2~3년 동안 전 지구 평균온도는 약 0.2℃ 감소했다. 이는 화산 폭발로 성층권에 방출된 엄청난 이산화황 입자들이 태양빛을 반사시켜 지표에 도달하는 태양열을 차단하기 때문이다.
화산 폭발은 이러한 냉각 효과와 함께 전 지구 육지 강수량을 감소시키는데 그 크기가 기후모델 시뮬레이션마다 달라 매우 불확실했다. 연구진은 이러한 화산 폭발 후의 강수 감소를 결정하는 주원인이 엘니뇨 반응 차이임을 처음으로 확인했다.

엘니뇨 현상은 3~8년 주기로 일어나는 기후 변동으로 적도 태평양의 무역풍이 약해지고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상승함에 따라 가뭄, 호우 등 전 지구에 기상이변을 가져온다. 특히 엘니뇨가 지속되는 동안 동남아시아, 인도, 남아프리카, 호주, 중남미를 포함한 전 지구 몬순 지역에서 강수량 감소가 발생한다.

연구진이 여러 기후모델 시뮬레이션을 종합해 비교한 결과, 대부분의 모델에서 화산 폭발 이듬해에 엘니뇨가 나타났으며 전 지구 몬순 지역을 중심으로 강수가 크게 감소했다. 특히 기후모델 시뮬레이션마다 엘니뇨의 강도가 달랐는데, 강한 엘니뇨가 나타날수록 강수 감소가 더 뚜렷했다. 또한 연구진은 화산 강제력이 강할수록, 서태평양 고수온 해역이 클수록 강한 엘니뇨가 발달하며 그에 따라 강수 감소가 심해지는 것을 찾아냈다.

이 연구 결과는 지구공학 기법의 부작용을 파악하거나 수 년 후의 기후를 예측하는데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인공화산 개념을 도입해 성층권 하부에 화산재의 주성분인 이산화황을 뿌려 온난화를 줄이자는 지구공학 기법이 사용될 경우, 전 지구의 강수 패턴을 변화시키는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민승기 교수는 "화산을 모방해 햇빛을 차단하는 지구공학 기법이 적용될 경우, 전 세계 인구의 3분의 2가 살고 있는 몬순 지역에서 가뭄과 물 부족 피해가 오히려 크게 증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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