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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위비 '일괄타결' 입장 선회한 美..韓 챙기기 지속

강중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6.03 16:39

수정 2020.06.03 16:39

美 기존 일괄타결 입장서 급선회..한국 배려
외교부·국방부, 이번 합의 일제히 '환영'입장
미중갈등 속 동맹의 가치에 더 큰 방점 둔듯
미 국방부 청사 '펜타곤' /사진=뉴시스
미 국방부 청사 '펜타곤'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을 둘러싼 한미간 협상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미국 국방부가 3일 그동안 양국의 방위비 분담금 협상의 최대 걸림돌이던 주한미군 기지 한국인 근로자 인건비 문제가 해법을 찾으면서다.

미국이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의 인건비를 지원하겠다는 한국 정부의 제안을 이날 받아들이며 교착 상태에 빠진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다시 숨통이 트이게 됐다.

앞서 미국은 방위비협상 '일괄타결' 입장을 고수해왔다. 반면 정부는 무급휴직 장기화로 한국인 근로자들의 생계가 타격을 받을 것을 고려해 "인건비 문제를 분리하자"고 미측에 제안했다. 그동안 미국은 정부의 제안을 수용하지 않았지만 이번 합의에서 원칙을 접은 것이다.


근로자들의 인건비 재원은 정부에서 나오지만 그동안은 방위비 분담금을 받은 주한미군을 통해 지급됐다. 하지만 이번 합의로 정부가 근로자들에게 직접 인건비를 줄 수 있게 됐다. 주한미군이 근로자들을 볼모로 인건비 문제를 협상 카드로 쓸 가능성도 사라졌다.

외교부와 국방부는 이번 합의에 대해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의 무급휴직을 중단하기로 한 미측의 결정을 환영한다"면서 "한·미 양측은 조속한 시일 내에 방위비분담 협상이 합의에 도달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합의에 따라 두 달 가까이 무급휴직 상태에 놓였던 한국인 근로자의 절반가량인 4000명은 이르면 이달 중순쯤 업무에 복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는 한국이 부담할 구체적 액수를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말까지 부담액은 2억달러 수준일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중 간 갈등 국면을 고려하면 미국이 완고했던 일괄타결 원칙에서 갑작스레 물러난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한국 초청과 마찬가지로 '내 편'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또 미 의회에서도 상·하원을 막론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지나친 동맹국 방위비 압박이 더 큰 가치인 동맹과의 긴밀한 관계를 해칠 수 있다는 우려가 지속적으로 나왔던 것도 합의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미중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핵심 동맹과 대립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소 통일전략센터장은 "이번 합의는 미중갈등이라는 변수가 고려됐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동맹국으로부터 방위비분담금을 더 많이 받아내는 것보다 동맹의 가치를 제고하는 것이 패권경쟁 속에서 장기적으로 더 유리하다는 판단을 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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