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한·일 갈등 장기화 가나… 日 'WTO 제소'에 대화중단 맞불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6.03 17:29

수정 2020.06.03 17:45

韓 "지소미아 종료도 가능"
양국 모두 초강경 입장 고수
징용기업 이슈 최대 갈등요인
아베 지지율 급락도 악재 작용
한·일 갈등 장기화 가나… 日 'WTO 제소'에 대화중단 맞불
【 도쿄=조은효 특파원】 일본정부가 한국과 대화중단 가능성을 열어놨다. 한국의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방침에 맞불을 놓은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도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중단 카드를 꺼내들 수 있어 양국 갈등의 장기화국면이 우려되고 있다.

■日대화 중단 가능성 시사

한국 정부의 WTO제소 재개 방침에 일본 외무성의 한 간부는 "왼손으로 때리면서 오른손으로 악수하자는 이야기다. 모순이다"는 반응을 내놨다고 3일 아사히신문이 보도했다. WTO에 제소하면서 대화하자는 건 모순이란 의미다.
현재 일본 정부는 경제산업성과 한국 산업통상자원부간 대화 중단 여부에 대해선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진 않고 있지만 대화 중단 가능성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정부의 한 소식통은 "한국이 WTO카드를 쓴 이유가 한국 내 반한 여론에 편승한 것 아니냐"는 시각을 내놨다. WTO절차가 진행돼도, 최소 2년 이상이 걸리는 장기 게임이다. 이겨도, 져도 경제적으로 실익을 따지기 어렵다. WTO카드가 일본이 움직일만한 동력이 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날 일본 정부는 '한국이 일본의 양보를 이끌어내려고 전략적으로 WTO제소를 발표한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다.

■난제 산적… 가시밭길

향후 한일 갈등 장기화가 예상되는 주된 요인으로는 네 가지가 거론되고 있다. △청와대와 일본 총리 관저의 강경한 분위기 △징용 기업 자산 연내 현금화 가능성 △한·일을 잇는 파이프라인(막후 조정자)실종 △반일·반한 여론 등이다.

우선, 7~8월은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다음달 4일은 일본 정부가 한국 반도체 산업을 겨냥해 고순도 불화수소,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 등 3개 품목에 대해 수출규제를 발동한 지 1년이 되는 날이다. 앞으로 한 달 간 일본 측에서 수출규제와 관련해 진전된 조치를 내놓지 않으면, 한국 정부로선 다음 스텝으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연장검토 시기인 8월 중순에 다시 한 번 지소미아 카드를 띄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일본 내에선 지소미아 종료가 한·일 관계 뿐만 아니라 한·미 관계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어 한국이 과연 그 카드를 다시 꺼내들겠느냐는 분위기가 짙다. 실제 지난해 이미 문재인 정권이 지소미아 종료를 선언한 점을 떠올리며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올해 안으로 예상되는 징용기업 자산매각을 통한 현금화 이슈는 양국 관계가 파국으로 치닫게 되는 최대 갈등요인이 될 전망이다. 이날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이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전화통화에서 한국의 WTO절차 재개 결정에 대해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이어 "현금화(일본 기업 자산의 강제 매각)는 심각한 상황을 초래하기 때문에 피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아베 총리의 지지율 급락도 현재로선 양국 관계에 있어 호재가 아니다. 기미야 다다시 도쿄대 교수는 "최근 아베 총리가 지지율 급락을 겪고 있어, 한국에 타협하거나 양보할 만한 여력이 사라졌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양국 정부 사이에서 물밑 활동을 전개한 양국의 의회외교도 20대 국회 종료와 코로나19 사태로 왕래가 중단됐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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