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휴가철 앞두고 방역 비상…해수욕장 개장 이대로 괜찮나?

윤홍집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6.04 15:38

수정 2020.06.04 15:48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본격적인 휴가철을 앞두고 전국 각지의 해수욕장이 순차적으로 개장되면서 생활 방역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파가 몰릴 경우 집단 감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4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을 시작으로 전국 267개 해수욕장이 이달부터 7월까지 순차 개장한다. 코로나19 여파로 연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지만 지난달부터 방문객이 이어지면서 개장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수욕장을 개장하지 않으면 안전시설이나 요원을 배치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해수욕장 방역지침' 실효성 의문
정부는 해수욕장 관련 방역지침을 확정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용객 밀집을 막기 위해 중소형 해수욕장을 권장하고 집단 방문을 자제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외에 물놀이 제외 마스크 착용, 햇빛 가림 시설 2m거리두기, 물놀이 구역 침 뱉기 자제 등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올해는 해외 여행길이 막히고 극심한 더위가 예상돼 국내 해수욕장을 찾는 피서객은 예년에 비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생활 방역에 균열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지난 주말 부산 해운대와 제주도 협재 해수욕장에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방문객의 모습이 다수 포착됐다. 인근 유흥주점 등에는 해수욕을 마친 방문객으로 붐벼 2m 간격의 거리유지가 지켜지지 않았다고 전해졌다. 서울 홍대 헌팅포차나 이태원 클럽 관련 방역 허점이 연상되는 부분이다.

현실적으로 해수욕을 하면서 생활 방역을 지킬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있다. 해수욕장의 공간적 특성상 출입구를 일원화해 발열체크를 하는 것은 쉽지 않다. 바다에 들어간 이후 끈적한 상태로 마스크를 착용하기 어렵고, 물놀이 하는 과정에서 침이 배출될 가능성도 매우 높다. 백사장에서 이뤄지는 술자리나 즉석만남도 우려된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올해 해수욕장 개장 반대합니다'라는 내용의 글도 올라왔다. 이 청원자는 "올해 진해 군항제도 취소했는데 사람들이 몰려드는 바람에 길을 원청봉쇄했고 전국의 축제도 다 취소된 것으로 안다"며 "해수욕장을 개장하면 엄청난 인파가 몰려 지금까지 성공했던 방역도 엉망이 될 것"이라고 염려했다.

■"방문객 통제할 구체적 방안 마련해야"
전문가들은 일상 생활을 유지하면서 코로나19에 대처하는 이른바 '뉴 노멀' 시대에 맞춰 해수욕장을 개장할 수는 있으나 철저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방문객이 밀집하지 않도록 제한할 수 있는지 여부가 핵심"이라며 "지금 당장이야 큰 문제가 안되겠지만 본격적인 휴가철이 되면 방문객을 통제할 구체적인 방안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해수욕장을 개장하면 인근 유흥시설까지 모두 붐빌 텐데 이를 대비할 방안이 있을지 모르겠다"며 "미국처럼 환자가 계속 발생하는 상황에서 해수욕장을 개장하면 사람을 못 모이게 행동조치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미국은 사망자 10만명을 넘겼는데도 해수욕장에 수많은 인파가 몰려 질타를 받았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해수욕장은 환기가 돼서 실내보다는 안전할 수 있다"며 "바닷물은 염분이 높아서 이를 매개로 한 집단감염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그렇다고 집단감염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라며 "방문객이 마스크를 착용하는 등 생활 방역 수칙을 얼마나 지킬지가 변수"라고 덧붙였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