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부동산일반

“돈 없는데 집산 수요자 잘못” LTV 40% 규제에 분양 아파트 포기

김민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6.23 11:25

수정 2020.06.23 15:03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주택시장 과열요인 관리방안(6·17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 사진=뉴스1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주택시장 과열요인 관리방안(6·17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6·17 부동산 대책으로 수도권 대부분 지역이 규제 지역으로 묶이며 주택담보 대출비율(LTV)이 40~50%로 낮아지자 분양받은 아파트를 포기하는 3040세대들이 늘고 있다. 이들은 자금이 부족해 서울을 벗어나 규제가 적은 수도권 지역에서 아파트를 분양받았지만, 정부의 갑작스런 규제로 대출이 줄어들어 간신히 분양 받은 아파트마저 포기할 처지에 놓였다.

22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이번에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곳에서 분양권을 갖고 있는 무주택자들의 경우 입주 시 잔금 대출이 시세 기준으로 LTV가 40% 밖에 나오지 않는다. 다만 기존의 집단대출이 진행됐던 중도금 60%까지는 대출이 가능하다.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과 최범석 사무관은 23일 “LTV가 시세 기준으로 40%로 줄었지만 중도금 60%까지는 대출이 무조건 나온다”면서 “입주할 때 잔금 마련은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자금 여력이 없는 3040세대 젊은 무주택자들은 이러한 결정에 분노를 느끼고 있다. 투기세력도 아니고 시세 대비 LTV 60%를 감안해서 자금 계획을 세워놨는데 갑작스런 규제로 1억원 정도 자금이 부족해 분양권을 팔아야 되기 때문이다. 이에 수도권 3040세대를 중심으로 “정부는 우리가 집 사는 걸 원하지 않는다”는 자조의 목소리까지 나온다.

실제 지난 1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나는 서민인가요, 투기꾼인가요”라는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평범한 직장에 다니며 2살 된 아이가 있는 무주택자라고 소개한 A씨는 최근 인천 서구 아파트 청약에 당첨됐다. 이 지역은 비규제지역으로 LTV 70%까지 가능해 A씨는 주택 구매를 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6·17 대책 발표 직후 투기과열지구로 묶이며 LTV가 40%로 조정돼 집을 살 수 없는 상황이 됐다.

A씨는 “서울 좋은 곳 살고 싶어도 돈 없어 밀려 왔더니 대출을 받지도 못하게 막아버렸다”며 “노력해서 돈버는 월급쟁이는 평생 전세나 월세로 살라고 하는 정책인가”라고 한탄했다.

실제 2년 전 안양에서 전용 84㎡ 기준 6억원에 분양받는 30대 B씨의 경우도 시세 기준 LTV 60%가 나올 것이라는 예상에 집을 구매했지만 정부 규제로 집을 팔아야할 처지에 놓였다. 2년 후 갑자기 투기과열기구로 묶여 대출이 줄어들어 입주를 하지 못하게 될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

B씨의 경우 분양을 받아 계약금의 10%인 6000만원을 낸 상황에서 입주 때 중도금 대출 3억6000만원, 잔금 대출 1억8000만원인 5억4000만원을 내야하는 상황이다. 2년 동안 분양권 프리미엄이 1억5000만~2억원 정도 올라 입주 때 아파트 시세가 8억원 정도 될 것으로 보여 약 4억8000만원의 대출이 나올 것으로 보였다. 현재 전세보증금 1억원을 더하면 충분히 잔금을 치를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정부가 LTV40%, 중도금 60%까지로 대출을 막으면서 B씨가 받을 수 있는 대출은 3억6000만원이 최대다. 전세보증금 1억원을 더해도 4억6000만원이라 잔금이 8000만원이나 부족하다. B씨는 당장 내년 초에 입주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갑자기 8000만원을 구할 수가 없어 분양권을 팔아야할 처지에 놓였다.

특히 인천의 경우는 생애최초 주택구입자는 LTV가 70%까지 가능해 현금 보유가 부족하더라도 내집마련을 위해 아파트를 분양받은 3040세대가 많다. 이들 역시 입주 때 LTV40% 밖에 나오지 않는다. 6억원 아파트를 분양 받았을 경우 입주 때 시세가 1억원이 올라 7억원이 됐을 경우를 가정하면 기존에는 4억9000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했다. 하지만 이제는 중도금 대출 60%인 3억6000만원만 대출이 나와 1억3000만원이나 부족하다.

자금이 부족한 서민들은 시세 기준 LTV 60~70%의 대출이 나올 것이라는 예상을 하고 분양을 받았지만 정작 정부는 분양금액의 60%인 중도금 대출까지는 대출이 나오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자금이 부족한 상황에서 무리하게 분양을 받은 수분양자가 잘못이지 정부 정책에는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아파트 시세가 떨어질 수도 있는데 오를 것으로 가정해서 자금 계획을 세운 수분양자가 부족한 금액을 채워야한다는 이야기다.

금융위 최범석 사무관은 “기존에도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거나 규제가 되면 LTV가 줄어들었지만 중도금 60%까진 대출이 나오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면서 “시세가 오를 것을 예상하고 분양권을 구입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중도금 60%를 예상한 차주들은 잔금을 치르는데 영향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수도권에 분양받은 3040세대들은 무주택자나 생애최초구입자에게도 LTV를 40%로 일괄 적용하는 것에 대해 과도한 규제라는 불만이다. 정부가 집값을 잡지 못해 규제로 묶어놓고는 그에 대한 피해는 고스란히 집 없는 서민들이 떠안아야된다고 분노를 터뜨리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집값이 폭등해 서울의 집을 구하지 못해 그나마 대출 규제가 적은 수도권에 분양을 받은 것인데, 이마저도 막아버리면 집을 어떻게 살 수 있냐는 한탄이 터져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선분양을 받아 아파트를 구매하는 이유가 현금이 부족하지만 향후 시세 기준으로 대출이 나오기 때문인데 이에 대해 정부가 수분양자를 비난하는 것은 정책 실패라는 지적이다.


인천에서 분양을 받은 30대 A씨는 “금수저 부모를 만나지 못해 8년 동안 간신히 돈을 모아 1억원에 전세대출을 2억원을 추가로 받아 3억원대 전세를 살고 있다”면서 “그마저도 전셋값이 매년 올라 6억원대 아파트를 분양 받아 내집마련의 꿈을 키웠지만 돈이 부족해 집을 팔아야할 상황”이라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kmk@fnnews.com 김민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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