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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교와 사장교로 아우른 ‘1004개 섬’..'바다위의 작품' [2020 대한민국 국토대전]

서혜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7.05 16:16

수정 2020.07.05 19:30

대통령상 수상작 ‘천사대교’ 심사현장을 가다
국내 최초 주탑이 3개인 현수교
세계 최대 규모의 비대칭 사장교
고정관념을 깬 ‘거물’들의 조화
신안 국립다도해 연결하는 관문
인프라구조물 모범 사례로 기록
'2020 대한민국 국토대전'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한 천사대교는 1004개의 전남 신안군 국립해양다도해를 연결하는 관문으로 국내 최초의 3개 주탑 현수교와 세계 최대 규모의 비대칭 사장교가 조화를 이룬 세계 유일한 형태의 교량이다. 무안에서 천사대교를 건너 암태도 입구에서 바라본 전경.
'2020 대한민국 국토대전'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한 천사대교는 1004개의 전남 신안군 국립해양다도해를 연결하는 관문으로 국내 최초의 3개 주탑 현수교와 세계 최대 규모의 비대칭 사장교가 조화를 이룬 세계 유일한 형태의 교량이다. 무안에서 천사대교를 건너 암태도 입구에서 바라본 전경.
대한민국 국토대전 현장심사를 맡은 심사위원들이 6월 8일 전남 신안 천사대교를 방문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박원석 목포대 교수, 임윤묵 연세대 교수, 추진교 건국대 교수.
대한민국 국토대전 현장심사를 맡은 심사위원들이 6월 8일 전남 신안 천사대교를 방문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박원석 목포대 교수, 임윤묵 연세대 교수, 추진교 건국대 교수.

천사대교는 하나의 단순한 일반적인 다리가 아니다. 4가지 형식의 다리가 전체를 구성한다.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현수교와 사장교다. 그냥 현수교가 아니라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주탑이 3개인 현수교로 주탑이 2개라는 현수교의 고정관념을 깬 새로운 형식의 현수교다. 사장교 역시 주탑의 높이가 같은 일반적인 형식에서 벗어나 두개 주탑의 높이가 다른 비대칭 사장교로 주탑의 사이 간격이 세계 최장이다. 평범을 넘어선 두개의 훤칠한 교량계의 거물들을 내세우며 우뚝 서있다. 장엄하지만 주변을 누르지 않는 것이 마치 흐르는 정적이 파도소리에 씻기우는 듯하다. 두개의 형식을 탈피한 거장이 함께 콜라보하고 있지만 이것으로 더 이상 없을 듯한 마침표가 아닌 계속적으로 주변 경관과 연결되며 잠시 숨을 돌리는 쉼표가 찍힌 듯하다. 말의 유희로는 도저히 설명이 불가한 모습이다. 주변경관이 주는 코러스를 아주 도도히 깔고 그 위에 솔리스트들의 목소리로 섬의 아름다움을 화음 하는 듯하다. 잊을 수 없는 음색으로 두 사람이 사랑의 노래를 한마디씩 주고받으며 신안군의 1004개 섬의 이야기를 노래한다. 천상의 목소리로 감미롭고 잘 조화가 이루어진 콜라보를 한 번에 즐길 수 있다. 천의 얼굴의 천사대교가 버티고 있는 신안 국립다도해 해양공원을 다녀 온지 한달이 지났지만 그 감동은 아직도 뛰고 있다.

천사대교 '평범을 넘어선 거물'


6월 8일 새벽 5시에 맞춰 놓은 우렁찬 알람소리에 일어나 옷을 주섬주섬 챙겨 입고, 간단한 준비물을 백팩에 구겨넣은 뒤 미니밴 차량에 몸을 맡겼다. 이날은 '2020 대한민국 국토대전' 인프라구조물부문에 출품한 작품들의 우열을 가리기 위해 현장을 직접 방문하는 중간 단계다. '대한민국 국토대전'은 국토교통부·국토연구원이 주최가 되고 파이낸셜뉴스가 협력해 우리나라의 국토를 개발함에 있어 더 나은 모습으로, 더 보기 좋게, 보다 편리하게, 보다 많은 국민이 이용할 수 있는 공공 시설물 개발 사례를 심사하고 포상하는 제도로 지난 11년간 지속됐다.

여기서 선정된 작품들은 대통령상, 국무총리상, 국토교통부 장관상 그리고 각 분야별 학회장상 등 포상과 함께 한반도 곳곳에 새겨 넣은 소중한 작품으로 남겨져 기록되고 기억된다. 개발의 모범 사례를 제시해 다음 세대를 위한 좋은 교육적인 효과도 기대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기획·운영되는 국토부 주최의 대표적인 포상 제도라고 할 수 있다.

국토대전에 인프라구조물 부문이 포함된 것은 2017년부터다. 지난 4년동안 국토대전에 출품된 인프라 구조물 작품들에 대한 1차 심사, 2차 현장방문 심사 및 최종 심사 단계를 경험하면서 우리 국토에 한땀 한땀 새겨지고 있는 작품들이 해를 거듭할 수록 점차 발전되어 가는 모습을 봤다. 매년 발전되고 새롭게 변화되는 출품작들을 보면서 우리가 갖고 있는 무한한 가능성 역시 발견할 수 있었다.

제출한 서류를 바탕으로 3명의 심사위원들과 같이 의견을 나눴다. 코로나19 사태로 같이 모이지 못하고 메시지와 화상회의를 통해 심사숙고해 현장 방문할 작품 3곳을 추려냈다.

드디어 현장실사를 위해 서해안 고속도로를 3시간쯤 달렸다. 멀리 원산안면대교의 주탑이 삐쭉 얼굴을 내민다. "와서 너와 마주하길 잘 했구나." 원산안면대교의 수려함은 사진만으로 표현이 안된다는 것을 바로 알았다. 특히 두개 주탑은 조각작품이지 무심하게 쌓아 올린 구조물이 아니었다.

다시 4시간 남짓. 차를 달려 신안군으로 향했다. 바다의 비릿함이 다가설 즈음 멀리 천사대교의 주탑으로 생각되는 꼭지점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내 그 장엄함을 가슴으로 느낄 수 있었다. 차량이 진입로에 도달해 천사대교와 일직선으로 줄을 맞추는 순간 주탑의 모습이 겹쳐져 묘한 느낌을 전달했다. 정신없이 4경간 3개 현수교 주탑의 겹쳐지고 지나가는 모습을 감상하자 마자 다시 눈앞에 키가 다른 사장교 주탑 모습이 묘한 미소로 겹쳐져 들어왔다. '와 이건 뭐지' 하는 순간 사장교 구간을 지나 1004개의 신이 뿌려놓은 점이 시작되는 신안군의 다이아몬드 제도에 진입했다. 이 순간 "신이 1004개의 섬을 만들었다면 우리 건설 기술자는 이들을 연결하는 다리를 만들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차에서 내리면서 천사대교의 모습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사람이 만든 또 하나의 자연


하나의 작품이었다. 사람이 만든 주변과 어우러진 또 하나의 자연이었다. 구조물의 형식과 구조적 특성에 대한 지식은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그냥 바라볼 뿐이었다. 수식이 필요 없었다. 그냥 감탄할 뿐이었다. 계속 바라보고 있으면 그냥 좋았다. 마치 내가 오랫동안 찾던 무엇인가를 찾은 듯한 느낌이었다. 이 작품을 설계·시공한 분들에게 감사와 존경의 마음이 절로 우러나왔다. 이곳까지 안전하게 운전을 해 주신 기사님이 한 말씀 거들어 주셨다. "현수교와 사장교의 진정한 융합이네요." 지금은 은퇴하고 소일로 이 일을 하신다는 전직 고교 국어 선생님다운 표현이 귓가에 남는다.


피곤한 몸을 차량에 싣고 다시 서울을 향해 달렸다. 올라오는 차량에서 오늘 방문한 교량의 장점과 단점 그리고 교량의 관한 전반적인 여러 얘기를 나누다 보니 자정이 넘어 집에 도착했다.
비록 몸은 고달팠지만 우리나라에 주요한 인프라 구조물을 돌아 볼 수 있어 좋았고 돌아 보면서 나눈 교량에 대한 얘기들은 너무나 소중했다. 내년에는 또 어떤 구조물이 얼마만큼 새로운 모습으로 우리 국토의 모습을 바꿔 나갈 수 있을까.

글·사진=임윤묵 대한토목학회 공공인프라디자인위원회 부위원장·연세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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