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이길우 人사이트] "김종인 대망론 국민 판단이 중요…윤석열은 본인 의지"

뉴스1

입력 2020.07.12 07:00

수정 2020.10.12 17:24

김무성 전 미래통합당 의원이 8일 오후 뉴스1과 인터뷰 후 마포 사무실 주변을 걷고 있다. 2020.7.8/뉴스1 © News1
김무성 전 미래통합당 의원이 8일 오후 뉴스1과 인터뷰 후 마포 사무실 주변을 걷고 있다. 2020.7.8/뉴스1 © News1


김무성 전 미래통합당 의원이 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사무실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2020.7.8/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김무성 전 미래통합당 의원이 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사무실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2020.7.8/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김무성 전 미래통합당 의원이 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사무실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2020.7.8/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김무성 전 미래통합당 의원이 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사무실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2020.7.8/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이길우 객원대기자 = 그가 술을 끊었다. 나이(69) 탓이라고 했다. “이제는 술을 끊을 나이”라고 했다. 정치판에서 손꼽히는 주당인 그는 “늙어서 비참하게 병원에서 누워 있다가 죽는 일을 피하고 싶다”고 했다.

술을 먹을 만큼 먹었다고도 했다. “언제부터 술을 끊었나요?”라고 물었다. 살짝 눈동자가 흔들린다. 잠시 말을 멈춘다. 작게 답한다. “한 3개월 됐어요.”

애써 숨기고 싶었나 보다. 4.15 총선의 패배가 준 충격을…

지난 3개월, 그는 무엇을 하며, 무슨 생각을 하며 지냈을까? 스스로 ‘킹메이커’를 자임하며 다시 정치판에 돌아 온 이유는 무엇일까? 그 가능성은? 최근 정치 인생의 마지막 승부수를 띄운 김무성 전 의원을 지난 8일 만난 이유다.

◇"총선 패배에 기가 막혔다"…제주도로 이별여행

6선의 김무성 전 미래통합당 의원은 지난달 여의도가 강 건너 보이는 서울 마포구에 사무실을 차리고, 통합당 전직 국회의원 46명이 참여하는 포럼 ‘더 좋은 세상으로’를 출범시켰다. 최근 총선과 지방선거에 잇따라 패배를 하며 지리멸렬한 우파 진영을 재건하고 차기 정권 탈환을 위한 정치적 행보다. 좌장의 모양새를 갖추었다.

표정은 좋았다. 특유의 여유로움을 보였다. 큰 덩치에서 뿜어져 나오는 호쾌한 웃음, 속사포처럼 정리돼 쏟아내는 나름의 논리와 설명. 마침 그의 사무실에는 여름 햇살이 쨍쨍히 비친다. 서서히 커튼을 친다. 몸 동작이 느리지만 정확하다. 한때 그는 대권 선호도 여론 조사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미련이 남아있는 것일까?

우선 지난 3개월간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냈는지 물었다. 거침없이 “총선 패배에 기가 막혔다”고 했다.

-24년의 국회의원 생활을 잘 마무리하려고 애썼다. 우선 이별여행을 했다. 나를 위해 헌신했고, 정들었던 비서진, 지구당과 의원회관 식구 등 15명과 제주도로 2박3일 여행을 갔다. 추억만들기를 했다. 여행을 마치곤 단체톡방을 만들어 소식을 교환한다. 또 지역구 핵심당원들을 찾아가 고맙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공약한 불출마 약속을 지킨다고 했다. 그래서 정계 은퇴 행보에는 흔들림이 없었다고 했다. 그리고 덧붙힌다. “나이 70 넘어 선출직 선거에 나온다는 것은 해서는 안될 일이다”고 했다. 정치판에서 금수저로 꼽히는 그는 정계 입문할 때 가족들의 거센 반대를 이겨내야 했다.

“처음 정치에 입문할 때 상상한, 은퇴한 정치인 김무성의 모습과 지금은 차이가 있나?”

-변절하는 못난 선배들을 보며 결심한 것이 있다. 절대 탈당은 하지 않겠다고 결심했었다. 그 결심을 못 지켜 참 가슴이 아프다. 하지만 공천을 해주지 않은 당의 배신에 탈당했었다.

그는 과거 자신을 버린 당과의 갈등을 이야기하며 살짝 흥분을 했다. 화제를 바꾼다.

그는 복잡한 정치 현안을 정리를 잘했다. 복잡 다단한 스토리도 그가 걸러내면 단순 명쾌해진다. 그만큼 정무적 감각과 경험이 많다는 것이다. 4.15 총선의 패인을 들어본다. 설민석의 역사 강의만큼 정리가 잘됐다.

-선거 패인에 대해 할 말이 많다. 우선 공천을 잘못했다. 공천관리위원장이 도중에 사퇴하는 전례없는 일이 발생했다. 우리를 지지했던 중도우파가 실망하고, 투표장에 안 갔다. 둘째는 여론조사를 무시했다. 여당이 우세한 여론조사는 왜곡되고 잘못된 것이라 믿었다. 감정적 대응을 하고 겸손치 못한 것이다. 셋째는 과거 인식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세상은 변하는데 그 변화를 따라가지 못했다. 탈각(脫殼)하길 거부했다. 쓴소리를 외면했다.

그렇다면 해법을 갖고 있을까? 비책이 있냐고 묻자, 그는 웃으며 비책은 공개할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방향은 있다고 했다. 정치 지도자에게 ‘사고의 민주화’를 심어주고 싶다고 했다. 오랜 정치판의 산전수전이 내려준 결론이라고 한다.

-정치판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권력을 잡는 것이다. 권력을 장악하려고 최선을 다하는 것은 정치판의 생리이자 메커니즘이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원칙이 있다. 그것은 권력을 같이 잡아, 잡은 권력은 나누는 것이다. 그런데 그동안 대통령은 제왕적 대통령이었다. 왕이 된 착각을 했다. 본인은 매우 강한 권력욕을 지니고 있고, 주변엔 아부하는 정치인들로 가득찼다. 잡은 권력을 나눌 줄 몰랐다. 캠프에는 예스맨들만 모인다. 지도자의 잘못에 대해 눈 감는다. 그리고 듣기 좋은 소리만 한다. 다른 이들의 이야기를 들을 줄 알아야 한다. 나는 김영삼 대통령 아래서 민주적 사고를 배웠다. YS는 젊은 비서관들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그리고 자신의 생각을 바꾸곤 했다. 나도 당에 있으면서 당의 로고 등을 바꿀 때 젊은 당원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 이야기를 존중했다. 대통령을 하려면 이런 민주적 사고가 몸에 배어야 한다.

◇윤석열, 선거에 대한 강한 의지 있으면 가능

현실 정치 이야기로 화제를 틀었다.

“윤석열 검찰 총장이 유력한 야권의 대권후보로 꼽히고 있다. 가능할까?”

-그는 현 정권이 축출 대상 1호로 꼽는 현직 공무원이다. 예민한 문제다. 선거는 지명도와 지지도가 높아야 이긴다. 전제 조건은 선거에 대한 본인의 강력한 의지가 있어야 한다.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 하지만 본인의 의사를 모르기 때문에 더이상 이야기를 못하겠다.

“야권의 여러 잠룡들 중에 누가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

-우리당의 지지도가 20~30%에 머무는 상태에서 가능성을 이야기하긴 어렵다. 잠룡 한분 한분 단점도 있지만 장점도 크다. 단점은 보완하면 된다.

“대권 주자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꼽히기도 한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을 어떻게 평가하나?"

-김 위원장은 능력이 있으니까 나이가 많아도 이런 큰일을 맡아서 중요한 역할을 하시는 것이다. 김종인 대망론도 나오고 있는데, 국민들이 어떻게 보는가가 중요하다. 판단은 국민들이 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그는 경남중 1년 선배다. 최근 그는 문 대통령에 대해 각을 세우고 날선 비판을 토해내고 있다.

“문 대통령과는 한때 각별한 사이였는데 문 대통령을 어떻게 평가하나?"

-문 대통령과는 여야 당대표를 1년 10개월 함께했다. 하루에 행사장에서 3번씩 만났을 때도 있었다. 긴 시간이다. 내 지역구였던 영도는 문 대통령의 고향과 같은 곳이다. 각별한 인연이다. 겪어보니 좋은 사람이었다. 나름대로 많은 배려를 했다. 박근혜 대통령 시절 청와대에서 영수회담을 하면 발언 시간을 많이 주고 나는 적게 이야기하곤 했다. 하지만 대통령이 될 사람이라고는 안 봤다. 우리가 잘못하고 개판쳐서 대통령이 됐다. 그는 운이 좋았다. 그래서 우리 잠룡들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문 대통령은 경제를 망치고 있다. 시장원리에 입각해서 정책을 펴야 하는데, 친노동 반기업 정서를 가지고 하니까 어려워진다.

경제는 돈을 가진 사람들이 돈을 벌 수 있다는 성취 욕구를 가지게 해서 투자를 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돈 가진 사람들이 겁을 먹게 만든다. 돈이 양지로 못 올라온다. 투자가 주니 일자리 줄고, 소비 줄어든다. 경제가 안 좋아지니, 세금이 적게 걷힌다. 게다가 복지 수준을 올려놓아 정부 재정지출이 많아졌다. 국채를 발행하고 증세를 하는 악순환이 거듭된다.

◇이낙연 소신있는 사람이었는데 실망했다

“여대야소 정국으로 고전하고 있는 주호영 원내 대표에게 조언을 한다면?"

-민주당이 오랜 관행을 깨고 야당 몫인 법사위원장을 가지고 간 것은 크게 잘못된 일이다. 한술 더 떠 상임위원장 자리를 다 가져갔다. 폭거다. 게임은 끝났다. 이제 국회에 등원해야 한다. 상임위 활동을 시작하고 21대 국회를 개원을 해서, 국회를 통해서 이 정부의 잘못됨을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 장외로 나가면 절대 안 된다. 이전에 황교안, 나경원이 장외 나가서 실패했다. 국회를 정상적으로 열고 선거에서 표로 대결해야 한다.

그는 야권 대권후보를 만들려고 한다. 아직은 누가 될지 모른다. 여권 대권후보 가운데 1위는 이낙연 의원이다. 그가 평가하는 이 의원을 물어봤다. 

“그이와는 30년 이상 친분이 있다. 그가 신문사 정당 말진 기자로 활동할 때부터 알았다. 사람이 점잖고 지식이 풍부하고, 소신이 있다. 하지만 실망했다. 국무총리가 돼서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못했다. 탈원전 정책이나 소득주도 성장 정책 등은 반드시 막아야 했다. 우연히 비행기를 타고 가다가 만났다. 대통령에게 잘못된 정책을 이야기하라고 하자 그는 조금 기다려보라고 했는데 안했다.

여권의 유력한 대권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에 대해서도 창 끝을 겨냥했다.

-이 지사는 소득주도 성장이 적확한 경제해법이라고 말하는데 기가 막힌다. 그가 말한 소득주도 성장으로 일자리는 줄었고, 소득도 줄고, 오로지 집값만 뛰었다. 그는 국민과 도민의 세금으로 자신의 인기를 위해 돈 퍼주기만 일삼은 포퓰리스트일 뿐이다.

그는 2010년 한나라당 원내 대표 당시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와 호흡을 맞추어 여야 관계를 역동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최근 선거에서 연이어 패배하며 형성된 여대야소의 현 정국에서 보수의 외연을 넓힐 수 있는 전략은 무엇일까? 특히 이른바 아스팔트 보수와의 관계는?

-보수 정당의 노선은 흔들리면 안 된다.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는 지켜야 한다. 이제는 사고의 유연성이 필요하다. 그동안 보수는 극우노선을 걸었다. 이제는 거기서 벗어나야 한다. 보수 성향 유튜버를 이야기해 보자. 민주당이 촛불혁명 얘기하는데, 촛불혁명에 거대한 인파가 모이는 힘을 발휘했다는 것이다. 우파에서는 우리는 왜 그렇게 못하느냐는 반성이 나왔고, 그게 유튜브로 갔다고 생각한다. 처음엔 소박하게 시작했던 보수 유튜버들은 점차 호랑이 등을 타게 된다. 유지비를 벌기 위해 클릭수 올려야 했고, 극우 성향에 있는 사람들이 카타르시스를 해소할 수 있는 과격하고, 과장되고, 왜곡된, 근거없는 이야기들 만들게 됐다. 어떤 보수 유튜버는 심지어 지난 선거는 부정선거였고, 그 컴퓨터 조작의 배후에 김무성이가 있다고 말했다. 그 근거가 어처구니 없다. 청호컴퓨터가 부정투개표에 관여가 되어있는데, 이 회사의 대표는 지대섭 전 국회의원의 아들이고, 김무성과 지대섭은 한양대 선후배로 네트워크가 형성돼 부정투표 관여했다는 것이다. 난 지대섭 전 의원은 지난 30년 동안 본 적 없다. 형사고발할 것이다.

◇대통령 5년, 무능하면 너무 길고 유능하면 너무 짧다.

그는 다시 정치판에 등판했다. 이유는 분명히 이야기 했다. 본인이 아닌 가능성 있는 인물을 도와 대권을 잡도록 한다는 것이다. 지난 정치 인생의 경험을 바탕으로 킹메이커가 되기 위해서 나왔다는 그는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 그동안 6선의 국회의원과 청와대, 정부 등에서 일하며 모든 걸 종합해서 내린 결론은, 나라의 미래를 위해 제일 중요한 것이 권력체계 바꾸는 것이다. 경제와 코로나 19 사태 등 중요한 일이 있지만 그 무엇보다도 최우선이 권력을 분산하는 개헌을 해야 한다. 내각제가 가야 할 길인데, 우리 국민들이 내각제를 싫어한다. 그게 가장 큰 고민이다. 무능한 대통령 잘못 뽑으면 5년이란 기간이 너무 길다. 반대로 유능한 대통령에겐 5년이 너무 짧다. 제왕적 대통령제에서는 대통령이 모든 걸 다 한다. 민주사회에선 그래선 안 된다. 총리,장관들에게 재량권을 줘서 일임하고, 잘못하면 인사로 바꿔야 한다. 내각보다 청와대가 모든 걸 가지고 있다. 이전의 모든 정권이 다 그랬다. 그러니 성공한 대통령이 한 명도 없다. 그래서 개헌해야 한다.

개헌 하기 전엔 민주적 사고방식을 가진 대통령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포럼을 만들었다. 4.15 총선 패배를 겪고 낙담하고 포기할 수만은 없었다. 현재의 잠룡이나, 가능성 있는 잠룡을 야권의 대통령 후보로 만들려고 한다. 그들을 교육해 멋진 대통령을 만들 것이다. 가능성은 있다.

그는 이전의 대통령이 만기친람(萬機親覽)했다고 했다. 임금이 모든 정사를 다 관여하듯 했다는 것이다. 이제는 그런 대통령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했다. 그런 상황을 만들기 위해 70 나이에 새로 시작했다고 했다.

삼국지의 여러 인물 가운데 그는 관운장을 가장 좋아한다고 했다. 그가 보인 의리와 덕성 탓이기도 하지만, 본인이 아닌 주군을 도와 지도자를 만드는 것에 마음이 끌린다고 했다.

그의 책상에 만화가 허영만의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이라는 책이 놓여 있다. 전국의 맛있는 백반집을 소개한 책이다. 그가 주변의 사람들에게 사서 돌렸다고 한다. 그는 백반의 의미를 설명했다.

-백반은 서민의 음식이다. 앞으로 지방에 가면 이전에 아는 이들에게 연락을 하지 않고, 구석 구석에 있는 백반집을 찾아갈 것이다.
그곳에서 서민들과 이야기하고, 젊은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것이다.

'직업으로서의 정치'를 쓴 독일의 사회학자 막스 베버는 카리스마 있는 지도자가 출현할 때 대중들은 희망이 생기고 흥분하게 된다고 말했다.
김 전 의원이 그런 대중을 흥분시킬 지도자를 보여줄지, 아니면 평생을 해온 직업으로서의 정치를 노후에 소일거리로 하는 것인지는 시간이 판명해 줄 것이다.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