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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중국해 무력충돌 비화 조짐...'강대강' 지속

정지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7.15 14:32

수정 2020.07.15 14:32

- 남중국해 ‘반중국’ 힘 싣는 美
- 강대강으로 맞서는 中
데이비드 스틸웰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데이비드 스틸웰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베이징·서울=정지우 특파원 홍창기 기자】남중국해 영유권을 둘러싼 미중갈등이 무력 충돌로 비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중 양국관계는 코로나19 책임론과 홍콩 국가보안법에 이어 남중국해 문제까지 극단으로 치닫는 형국이다.

■남중국해 ‘반중국’ 힘 싣는 美
주요 외신에 따르면 데이비드 스틸웰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14일(현지시간) 남중국해와 관련해 중국 당국자와 기업을 제재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날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개최한 남중국해 관련 콘퍼런스에서 중국 제재 가능성 질문에 “어느 것도 테이블 밖에 있지 않다. (제재를 위한)여지가 있다”면서 “분명하고 실재하는 조치"라고 말했다.

중국은 이곳의 피어스 크로스 암초(중국명 융수자오)와 우디섬(융싱다오)에 각각 해양구조센터를 설치했고 쓰나미 경보센터도 구축해 남중국해 주변 주요 지진대를 모니터링 하고 있다.


또 256m 길이의 부유식 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FPSO) 17개를 남중국해 류화 16-2 유전에 설치, 운용하고 있다. 아울러 인공섬을 건설한 뒤 활주로·레이더를 설치해 군사 기지화했다.

중국은 이런 배경을 내세워 남중국해 해변을 따라 U자 형태로 9개 선(구단선)을 그었고 이 가운데 90%를 자국 영해라고 주장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같은 날 전문가를 인용, “중국이 상대적으로 반발이 적은 민간·과학분야 협력을 내세워 영유권 굳히기 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스틸웰 차관보는 “이들 국영기업은 현대판 ‘동인도회사’와 등가물”이라고 비유했다.

남중국해 분쟁 당사자인 필리핀, 베트남,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등은 아직 특별한 움직임은 없는 상태다. 그러나 전날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중국의 남중국해 영해 및 해양 자원 권리 주장은 ‘완전한 불법’이라고 밝히면서 향후 입장 전환이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사실상 반중국을 독려하고 힘을 실어준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미국은 중국 침공을 상정한 대만의 대규모 군사훈련 첫날인 지난 13일에도 남중국해 주변에 정찰기를 띄워 대대적인 정찰활동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중국이 남중국해 영유권을 강화하자, 정찰기와 함정 등을 분쟁 지역에 보냈다.

【서울=뉴시스】미국 해군이 남중국해에서 군사훈련을 하는 모습. (사진출처: 유튜브 영상 캡쳐)
【서울=뉴시스】미국 해군이 남중국해에서 군사훈련을 하는 모습. (사진출처: 유튜브 영상 캡쳐)

■강대강으로 맞서는 中
반면 중국은 이런 움직임에 ‘강대강’으로 맞서고 있다. 한편으론 미국을 비판하면서 주변국과 연대 강화도 모색하는 양상이다.

중국 외교부는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을 이틀 연속 비난했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트위터에 “미국은 남중국해에서 수 만㎞ 떨어져 있지만 걸핏하면 최첨단 군용기를 보내 힘을 과시하고 역내 안정을 훼손하고 있다”면서 “약탈적 세계관을 가진 것은 미국이지 중국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사설에서 “중국과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국가들의 노력으로 남중국해는 전체적으로 안정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미국은 남중국해 문제의 당사국이 아닌데도 사익을 위해 간섭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전날 테오도르 록신 필리핀 외무장관과 화상 회의를 열고 남중국해 문제에서 협력을 요청하기도 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리셴륭 싱가포르 총리,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와 연이어 통화를 갖고 협력과 우호를 과시했다. 홍콩 보안법에 이어 남중국해으로 이어지는 미국의 압박을 의식한 것이라는 풀이가 제기된다.

문제는 남중국해 갈등이 고조되고 군사력이 집중되면 자칫 충돌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협동혁신센터 주펑 남중국학 연구소장은 “트럼프 행정부가 남중국해 문제를 끝장내기 위해 온갖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싱가포르국립대 정용니안 동아시아 연구소장은 “미중 정상 간에 대화를 통한 해결이 실패할 경우 통제 불능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영국 BBC방송은 중국이 갈등을 무릅쓰고 남중국해에 세력을 확장하는 이유에 대해 핵 공격을 막을 수 있는 요새로서 여기는 동시에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계획의 해상 실크로드 관문이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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