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노동복지

스무살 넘어 포경수술 고민하는 남성들

뉴시스

입력 2020.07.30 12:01

수정 2020.07.31 08:30

포경수술 환자, 10대는 급감 20대는 급증  
위생 문제, 이성의 권유 등으로 포경수술 고민
"반드시 필요하지 않지만 질병 예방 등에 효과"
성관계 만족도 감소 등 이슈로 찬반 논란 여전




[서울=뉴시스] 안호균 기자 = 대학원생 A씨(27)는 요즘 결혼을 앞두고 포경수술을 받을지 고민 중이다. 지금까지는 스스로 청결 유지만 잘 한다면 포경수술을 꼭 받을 필요가 없다고 알고 있었다. 하지만 여자친구는 포경수술을 받지 않으면 위생상 좋지 않고 성병에 걸릴 위험도 높다며 결혼 전에 수술을 받길 권하고 있다. A씨는 포경수술이 본인과 배우자의 건강에 도움이 될 것인지 확신이 서지 않아 비뇨기과에서 상담을 받기로 했다.

남성의 포경수술 필요성은 여전히 찬반이 갈리는 주제다. 질병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도 있지만 스스로 위생 관리만 잘 한다면 받을 필요가 없다는 반론도 존재한다.
1990년대까지는 청소년기때 포경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부모들의 인식이 강해 수술을 받는 남성 비율이 90%에 육박했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에는 사회적 인식 변화로 점점 수술을 받는 경우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부모들이 아들들이 영유아기나 아동청소년기에 수술을 시키지 않는 것이 일반적인 문화로 자리잡았다. 국민들의 생활 수준이 전반적으로 높아지면서 위생을 관리할 수 있는 환경이 개선됐고, 강제로 수술을 받게 하는 것이 아동학대에 해당한다는 문제의식도 커졌기 때문이다.

반면 성인이 된 뒤 포경수술을 받거나 고민하는 경우는 늘고 있다는게 의료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 자료를 보면 지난 2010년 전체 포경수술 환자(질병을 동반한 경우에 한함) 중 20세 미만이 차지하는 비율은 76.3%에 달했지만 2019년에는 57.7%로 급락했다. 같은 기간 성인 환자의 비율은 23.5%에서 42.3%로 올라갔다. 특히 이 기간 동안 20대의 포경수술이 163.3%나 늘었다. 20대 미만의 수술이 33.1% 감소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비뇨기과 전문의들은 어릴 때 포경수술을 받지 않은 남성들이 성인이 되면서 염증 등의 문제로 수술의 필요성을 느끼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박관진 서울대 의대 비뇨의학교실 교수는 29일 "나이가 들어서 포경수술을 하게 되는 것은 위생적인 문제인 경우가 많다"며 "입구가 막혀 있으면 소변이 잘 나가지 못해서 남아있게 되고 오염이 되거나 냄새가 나기 쉽다"고 말했다.

또 남성들이 이성교제를 하기 시작하면서 상대방의 권유로 수술을 고민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최태수 강동경희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포경수술을 하지 않은 상태라면 음경과 귀두 사이에 '귀두지'라고 하는 때가 껴있는 경우가 많다"며 "파트너 입장에서는 관계를 할 때 거부감을 가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렇다면 포경수술 꼭 필요할까? 전문가들은 스스로 위생 관리만 잘 한다면 포경수술이 반드시 필요하지는 않다고 말한다. 귀두를 감싸고 있는 포피가 잘 젖혀지지 않거나 자주 염증이 발생할 경우에만 포경수술이 필수적인 것으로 본다.

다만 비뇨기과 전문의들은 포경수술이 전파성 질병 감염과 염증을 예방하는 효과가 분명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동안 포경수술의 질병 감염 예방 효과에 대해 여러 논란이 있었지만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인간유두종바이러스(HPV), 성기헤르페스바이러스(HSV) 등 바이러스성 질환에 대한 효과는 이미 과학적으로 입증됐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세계보건기구(WHO)도 아프리카 등 에이즈 환자 발생이 많은 지역에 대해 포경수술을 권장하고 있다.

최 교수는 "가장 최근의 연구를 보면 HIV는 60% 가량 감염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나오고 있고, HPV는 35%. 헤르페스는 25% 가량 위험을 감소시켜 준다고 한다"며 "포경수술을 하지 않으면 귀두의 피부층이 상대적으로 얇고 덮여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바이러스나 성매개성 균이 침입·번식하기 쉬운 환경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극히 일부의 경우를 제외하면 포경수술이 불필요하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성 매개성 질병은 위생 상태를 개선하거나 백신을 접종하는 것으로 충분히 예방 가능하다는 의견이다.

이와 함께 가장 강한 포경수술 반대 이유는 성관계시 만족도다. 남성의 포피에는 많은 감각신경이 분포돼 있어 포경수술을 할 경우 성감이 떨어지게 된다는 의견이다.

반면 수술을 한 경우와 하지 않은 경우를 비교한 여러 연구에서 성관계시 만족도, 관계 시간, 상대방의 만족도 등에 큰 차이가 없었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포경수술을 받으면 감각이 다소 무뎌질 수 있지만 성관계 만족도에 크게 영향을 줄 정도가 아니고, 조루증이 있는 사람에게는 오히려 도움이 된다는 의견도 있다.

포경수술에 대한 찬반이 대립하고 있기 때문에 수술을 받는 시기도 점점 늦춰지는 추세다. 반드시 수술을 받아야할 경우가 아니라면 성인이 된 뒤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 낫다는 인식이 전반적으로 강해지고 있다.
포경수술은 어릴때 받는 것이 좋다는 통념과 달리 환자의 연령대와 수술 결과는 큰 관계가 없다고 한다.

박 교수는 "어릴 때는 요로감염이 있는 경우에는 수술을 고려해볼 수 있고 중고생 때 하는 것은 전적으로 위생 문제"라며 "너무 어릴 때 수술을 하면 성기가 작아 더 어려울 가능성이 있다.
나이가 들어서 하는게 더 나은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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