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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검찰, 정권 바라보는 해바라기 안 돼"

최재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8.10 17:22

수정 2020.08.10 17:22

추미애 법무부 장관 / 사진=뉴스1
추미애 법무부 장관 /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검찰은 현재의 정권뿐만 아니라 앞으로서의 정권을 쳐다보는 해바라기가 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추 장관은 10일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검사장 보직변경 신고식에서 "국민의 시대적 요구는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던 검찰개혁을 완수해 달라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추 장관은 "지금 우리는 검찰의 조직·제도 개편을 비롯해 검경 수사권개혁 등 검찰개혁의 장도를 걸어가고 있는 중"이라며 "지금 제대로 해내지 못하면 검찰 제도 자체가 흔들릴 수도 있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추 장관은 "그동안 검찰이 권한은 가지되 직접수사를 스스로 지양해야 한다는 원칙을 피력해 왔다"며 "현재 입법예고된 직접수사 범위도 과도기적인 것일 뿐 경찰 수사 역량이 높아진다면 검찰은 수사를 더 줄이고 종국에는 수사와 기소를 분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법무부는 지난 7일 형사소송법 대통령령 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주관 부처를 법무부로 정하고 검사가 압수수색 영장만 발부받으면 사건을 경찰에 보낼 필요가 없도록 했다.

이같은 법무부 입법예고안을 두고 김창룡 경찰청장은 "수사권 조정 정신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라고 반발한 바 있다.


추 장관은 김 청장의 이같은 발언을 의식한 듯 "수사준칙에 따른 수사기관 협의회 뿐만 아니라 다양한 수사 협의를 통해 검·경의 관계가 대립적 관계가 아니라 협력적 관계가 될 수 있도록 솔선수범해 달라"고 당부했다.

추 장관은 또 "오직 국민만 바라보고 원점에서 다시 출발한다는 결연한 각오가 필요하다"며 "검찰의 제식구 감싸기, 법 집행에 대한 이중잣대 등으로 국민 신뢰가 떨어진 상황에서 오로지 진실과 정의만을 따라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권을 쳐다보는 해바라기가 돼서는 안 되고 검찰조직의 이해득실만 따지는 조직이기주의자가 돼서도 안 된다"며 "오로지 국민만을 바라보고 검찰의 미래를 설계해 달라"고 덧붙였다.

△아래는 추 장관 당부 발언 전문

검사장 여러분, 반갑습니다!

먼저, 이번에 승진하신 분과 새로운 보직으로 옮기게 된 여러분들 모두에게 축하의 말씀을 드립니다.

아울러, 그동안 어려운 여건에도 맡은 업무에 최선을 다해 주신 여러분의 헌신과 노고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이번 인사는 국민이 바라는 검찰개혁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나갈 능력과 자질을 갖춘 분들을 발탁하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고민을 많이 하였고, 공정과 내실을 기하였습니다. 또한, 그동안 승진에서 소외되어왔던 형사·공판부 검사들을 우대함으로써 특정부서 출신에 편중되지 않고 차별을 해소하는 균형 인사에 주안점을 두었습니다.

여러분은 법무.검찰을 대표하는 자리에 계신 분들로서, 법무・검찰의 미래를 이끌어 나갈 막중한 사명을 부여받았습니다.

그러한 만큼, 각자의 위치에서 최대한 역량을 발휘해 줄 것을 기대하면서, 이 자리를 빌려 몇 가지 당부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첫째, 국민의 시대적 요구는 한번도 성공하지 못했던 검찰개혁을 제대로 완수해 달라는 것임을 명심해 주십시오.

지금 우리는 검찰의 조직·제도 개편을 비롯하여 검경 수사권개혁 등 검찰개혁의 장도를 한발 한발 걸어가고 있는 중입니다.

저를 비롯한 우리 모두는 지금 제대로 해내지 못한다면 검찰 제도 자체가 흔들릴 수도 있다는 절박한 심정을 가지고 임해야 할 것입니다.

저는 검찰이 권한은 가지되 직접수사를 스스로 지양해야 한다는 원칙을 일찍이 피력하였습니다. 현재 입법예고된 직접수사 범위도 과도기적인 것입니다. 앞으로 경찰의 수사역량이 높아진다면, 우리는 수사를 더 줄여나가고, 종국에는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게 될 것입니다.

제가 검・경수사권 개혁에서 가장 심혈을 기울인 것은 수사준칙 부분입니다. 수사준칙에 심혈을 기울였던 것은 검찰이 수사를 내려놓게 되는 미래를 상정할 때 보완수사, 재수사를 통해 공소관으로서 검사가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수사준칙에 따르면 수사기관 협의회를 두게 되어 있습니다. 수사준칙에 따른 수사기관 협의회 뿐만 아니라
다양한 수사 협의를 통해 검・경의 관계가 우려하는 대립적 관계가 아니라 앞으로는 협력적인 관계가 될 수 있도록 여러분이 직접 지도해주시고 솔선수범해 주시기 바랍니다.

결국, 법률전문가로서 형사사법 정의를 실현하는 것이 우리 검찰이 나아가야 할 미래입니다.

여러분은 일선에서 인권 중심으로 변화하는 검찰을 국민이 온몸으로 체감할 수 있도록 새로운 형사사법제도 시행에 만전을 기해주시기 부탁드립니다.

둘째, 검찰권이 민생 중심으로 공정하고 정의롭게 행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주시기 바랍니다.

시대가 많이 변했습니다. 검찰의 역할과 성격도 민생 중심으로 옮겨가야 합니다.

검찰 본연의 역할은 공정하고 정의로운 검찰권을 통해서 행사함으로써 국민들이 안심하고 편안하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입니다.

특히, 여성·아동·저소득 계층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범죄에 엄정히 대처하여 국민들에게 믿음을 심어주어야 합니다. 최근 풀기 어려운 현안이 산적해 있지만, 이럴 때일수록 검찰은 민생 업무에 더욱 매진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검찰 업무의 모든 단계에서 범죄피해자를 비롯한 사회적 약자를 위해 개선해야 할 사항은 없는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실천해 주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오직 국민만 바라보고 원점에서 다시 출발한다는 결연한 각오로 업무에 임해주실 것을 당부드립니다.

검찰의 제식구 감싸기, 법집행에 대한 이중잣대 등으로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이미 크게 떨어져 있습니다. 법을 집행하는 검찰은 공정성과 중립성을 파괴하는 말과 행동은 삼가고 형사사법 정의 실현을 위해 오로지 진실과 정의만을 따라가야 합니다.

반대로 법 집행의 대상자가 된 경우에도 특권의식을 모두 내려놓고 신독의 자세로 스스로에게 엄정해야만 그나마 잃었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습니다.

현재의 정권뿐만 아니라 앞으로서의 정권을 쳐다보는 해바라기가 되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그렇다고 검찰조직의 이해득실만 따지는 조직이기주의자가 되어서도 안됩니다.

권력이나 조직이 아닌 오로지 국민만을 바라보고 검찰의 미래를 설계해주시기 바랍니다.

인권의 보루로서의 검찰 본연의 역할이라는 원점에서 다시 출발하는 것이 진정한 개혁입니다.

검사장 여러분!

새로운 임지에서도 사명감과 책임감을 가지고 국민을 위한 검찰로 거듭날 수 있도록
각자 맡은 업무에 최선을 다해 줄 것을 기대합니다.


항상 과중한 업무로 노고가 많은 여러분에게 격려의 말씀을 전하며, 무더위에 건강에도 각별히 유의하기 바랍니다.

다시 한 번 부임을 축하드리고, 여러분들의 앞날에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jasonchoi@fnnews.com 최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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