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사회

트럼프 '머리 좀 감자!' 호통에 美 환경법 수정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8.13 16:46

수정 2020.08.13 16:46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AP뉴시스


[파이낸셜뉴스]미국 정부가 샤워기 수압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불평 이후 약 한 달 만에 대폭 완화된 수압 규정을 내놨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에너지 사용 규제 완화이며 트럼프 정부의 환경 규제 완화의 일부라고 분석했다.

미 경제매체 마켓워치 등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미 에너지부는 12일(현지시간) 발표에서 샤워기 분수구(샤워헤드)에 적용되는 수압 규정을 완화하는 새 규정을 공개했다. 미 연방법은 지난 1992년부터 수자원 및 에너지 절약 차원에서 신규 제작되는 샤워헤드에서 나오는 물의 양이 분당 9.5L를 넘어서는 안 된다고 결정했다.


이후 2013년 버락 오바마 정부는 샤워헤드 하나에 여러 개의 송수관(노즐)을 장착한 샤워헤드가 널리 쓰이자, 9.5L 제한이 노즐 숫자와 상관없이 샤워헤드 1개에서 나오는 물의 양 전체에 해당된다고 정의했다. 미 에너지부는 12일 9.5L 제한을 샤워헤드 전체가 아닌 노즐 1개당 적용하는 새 규정을 내놨다. 샤일린 하인스 미 에너지부 대변인은 2013년에 오바마 정부가 내린 "샤워헤드"의 정의가 의회의 의도와 충돌하고 미국기계공학자협회의 기준에도 맞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 언론들은 이번 조치가 트럼프 대통령의 불만 때문이라고 추측했다. 에너지부 자체 조사에 의하면 미국 내 1만2499종의 샤워헤드 가운데 74%는 수압이 분당 7.6L 이하였다. 이는 연방 정부가 정한 한도보다 약 20% 낮은 수치다.

그는 지난 7월 16일 백악관 잔디밭에서 진행한 연설에서 "샤워헤드의 경우 여러분은 샤워를 할 때 물이 나오지 않으면, 손을 씻을 때 물이 나오지 않으면 어떻게 할 건가?"라고 물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신은 그냥 샤워기 아래서 더 기다리거나 아니면 샤워를 더 오래 할 것인가? 나는 당신에 대해 모르지만 나 같은 경우, 내 머리카락이 문제다. 내 머리(모양)는 반드시 완벽해야 한다. 완벽하게 말이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해당 발언은 미국 환경법 전반을 손보겠다는 의미로 추정된다. 그는 지난해 12월 6일에도 "사람들이 변기 물을 한번이 아닌 10번, 15번씩 내리고 있다"며 "수도꼭지에서 물이 너무 적게 나와 손 씻는 시간만 길어지고 결국 물을 더 쓰게 된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변기물 사용량 역시 샤워헤드와 마찬가지로 1992년부터 제한하고 있다. 미 싱크탱크인 경쟁기업연구소(CEI)는 지난해 식기세척기에 적용된 수압 제한 때문에 세척 시간이 2배 이상 든다며 정부를 상대로 청원서를 내기도 했다.
마켓워치는 샤워헤드에 적용하는 수압 규제 변경이 세탁기나 건조기에 적용될 수 있다며 이러한 조치가 법정 소송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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