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성토장 된 유엔총회… 세계 정상들 비난·불만 쏟아냈다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9.23 17:40

수정 2020.09.23 18:38

트럼프 "中에 코로나 책임 물어야"
몸낮춘 시진핑 "싸울 생각 없어"
브라질은 아마존화재 남탓
이란·쿠바는 美 제재 맹비난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5차 유엔총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화상으로 연설하고 있다. 올해 유엔총회 연설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사전 녹화로 진행됐다. 온라인 회의는 이번이 처음이다. AP뉴시스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5차 유엔총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화상으로 연설하고 있다. 올해 유엔총회 연설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사전 녹화로 진행됐다. 온라인 회의는 이번이 처음이다.
AP뉴시스
성토장 된 유엔총회… 세계 정상들 비난·불만 쏟아냈다
【서울·베이징=홍예지 기자, 정지우 특파원】 전 세계 정상과 외교수장이 모여 서로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국제 외교무대의 '정점' 유엔총회가 세계 정상들의 성토장이 됐다. 외교무대에서 보기 드문 거침없는 저격과 불만 토로가 이어졌다.

가장 주목을 받았던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대한 비난 수위를 최대로 끌어올렸다. 반면 의외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갈등을 '대화'로 풀어가자며, 국제사회에서 이미지 쇄신을 도모했다. 세계의 눈이 집중된 만큼 코로나 백신 홍보와 각종 해명도 빠지지 않았다.

제대로 깐 트럼프… 이미지 관리 시진핑


22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5차 유엔총회 화상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시작부터 코로나19를 '중국 바이러스'라고 부르며 긴장감을 불러 일으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염병을 세계에 퍼뜨린 중국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면서 중국이 초기 대응을 잘못하고 거짓말을 일삼았다고 강조했다.

세계 환경 문제를 거론하면서도 '중국 때리기'는 이어졌다. 그는 "중국의 탄소 배출량은 미국의 거의 두 배이며,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중국은 매년 엄청난 양의 플라스틱과 쓰레기를 바다에 버리고, 다른 나라 수역에서 남획한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약 7분간 연설했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중국 비난에 할애했다.

이후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은 같은 날 공개된 화상연설에서 중국 책임론에 대한 반박과 함께 글로벌 공동 전선을 강조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직구와는 달리 간접 반박을 택했다.

시 주석은 "중국은 다른 나라와 냉전이나 전면전을 벌일 생각이 없다"며 "국가 간에 차이점이 있는 것은 당연하지만,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을 겨냥한 것으로 보이지만, 콕 찝어 언급하지는 않았다. 시 주석은 또 일방주의 대신 다자주의를 통한 국제 협력을 주장했다. 그는 중국이 평화적이고 개방적이라며 "패권이나 세력확장을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코로나 대유행 '중국 책임론'에 대해선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적극적으로 최선을 다했다고 강조했다.

말리고 홍보하고 해명하고


이번 유엔총회에선 첫 번째 연설자로 나선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부터 삐걱대기 시작했다. 유엔은 코로나19 팬데믹과 함께 지구촌의 난제인 기후변화에 대한 중요도를 알리기 위해 이번 연설의 첫 주자로 브라질 대통령으로 선정했다. 브라질은 기후변화에 따른 아마존 밀림의 화재로 막대한 피해를 보고 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계속되는 산불과 관련해 '잘못된 정보 탓', '원주민들이 불을 지른 탓'이라고 주장했다. 국제 환경단체들은 즉각 브라질의 현실을 완전히 부정하고 있다며 거세게 비난했다.

점점 격해지는 미·중 싸움을 말리려는 국제사회의 목소리도 많았다.

이날 일반토의 시작을 알린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2개 최대 경제국이 자신만의 역량으로 지구촌을 갈라놓는 미래는 우리 세계가 감당할 수 없다"며 미중 '신냉전' 중단을 호소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오늘날 세계를 중국과 미국의 경쟁에 지배되도록 몰아넣어서는 안 된다"고 일침을 놨다. 세바스티안 피녜라 칠레 대통령도 국가간 책임전가를 하고 있는 세태를 비난하고 전 지구적 협력으로 코로나19 위기와 싸워나갈 것을 호소했다.

러시아와 중국은 자국 코로나 백신을 제공하겠다며 홍보를 벌였다. 양국 모두 자체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을 사용 중에 있다. 다만 아직 최종 단계인 임상3상을 마치지는 않았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러시아는 유엔 직원들에게 모든 수준 높은 지원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며 "특히 자발적 접종을 원하는 유엔과 그 산하조직 직원들에게 러시아 백신을 무상으로 제공하겠다"고 제안했다. 시 주석도 이날 연설에서 중국이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을 전 세계를 위해 제공하겠다고 강조했다.


미국 등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 대상인 국가 정상들은 코로나19 위기에도 제재망이 풀리지 않은 데 대해 미국을 성토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이란 핵합의에서 발을 밴 트럼프 행정부를 비난하면서 "차기 미국 정부는 우리 요구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압박, 핵합의 복귀와 제재 철회를 간접 요구했다.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도 미국의 제재가 "심지어 팬데믹 시기에도 잔혹하게 강화됐다"며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imne@fnnews.com 홍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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