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하늘위 호텔' 타고 한반도 일주...목적지 없는 여행

김영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0.24 18:39

수정 2020.10.24 18:39

24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아시아나항공 'A380 한반도 일주 비행 항공기' 승객들이 탑승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공항사진기자단(뉴시스)
24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아시아나항공 'A380 한반도 일주 비행 항공기' 승객들이 탑승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공항사진기자단(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일상에서 떠나 일상으로 돌아오다'
어쩌면 뜬구름 잡는 얘기처럼 들리는 '목적지 없는 여행'이 실현됐다.

하늘을 나는 호텔로 불리는 아시아나항공의 에어버스 A380이 7개월여만에 다시 하늘로 날아올랐다.

24일 인천국제공항을 출발한 아시아나항공 'A380 한반도 일주 비행 항공기'에서 승객들이 한라산 백록담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공항사진기자단(뉴시스)
24일 인천국제공항을 출발한 아시아나항공 'A380 한반도 일주 비행 항공기'에서 승객들이 한라산 백록담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공항사진기자단(뉴시스)

■한반도 일주 여행 '캐리어 필요 없어요'
24일 오전 9시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1층에 사람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다. 이날 오전 11시에 출발하는 아시아나항공의 'A380 한반도 일주비행'을 위해 공항을 찾은 사람들이었다.

아시아나항공은 이번 여행상품을 3가지 가격대로 구성했다. 비즈니스 스위트석 30만5000원, 비즈니스석 25만5000원, 이코노미석 20만5000원에 각각 판매했다. A380 좌석은 원래 만석이 495석이지만 코로나19에 대비해 중간의 자리를 비워두고 298석만 판매했다.

탑승 수속을 마친 사람들은 마스코트 인형과 사진을 찍거나 기념촬영을 하는 등 들뜬 모습이었다.

탑승객들은 주로 50대 이상이 많았고, 가족단위로 함께 공항을 찾기도 했다. 셀카봉을 들고 탑승수속부터 공항 이곳저곳을 찍고 있는 유튜버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그동안의 여행과 가장 큰 차이는 캐리어나 큰 짐을 든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발열체크 후 신분증과 탑승권을 지참한뒤 출발 게이트에서 수하물을 검사했다. 30여명씩 나눠서 버스로 이동한 뒤에는 계단을 통해 A380에 오를 수 있었다.

보통의 여행과는 달리 짐이 없어서 승객들이 자리에 앉는 시간도 오래 걸리지 않았다. 자리에 앉은 승객들은 오랜만의 여행에 설레는 모습이었다.

서울에 거주하는 한은형씨는 "아들이 비행기를 좋아하는데, A380은 2층 대형비행기라 너무 타고싶어 했다"면서 "지난해 A380을 타려고 홍콩여행을 계획했었다가 홍콩 시위때문에 취소했는데, 이번에 탈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변은영씨(41)는 "올해 중에 아이랑 동남아 휴양지로 여행을 가려고 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갈 수 없겠다 생각했는데 이번에 여행 상품이 나왔다고 해서 오게 됐다"면서 "해외 여행할 때 타는 항공기와 달리 달리 국내만 다니는 것이기 때문에 상공을 지날 때 어떤 지역이고, 어떤 특성이 있는 등을 설명해주면 더 좋을 것 같다"고 기대감을 보이기도 했다.

24일 인천국제공항을 출발한 아시아나항공 'A380 한반도 일주 비행 항공기' 에서 승객들이 기내식 서비스를 즐기고 있다. /사진=공항사진기자단(뉴시스)
24일 인천국제공항을 출발한 아시아나항공 'A380 한반도 일주 비행 항공기' 에서 승객들이 기내식 서비스를 즐기고 있다. /사진=공항사진기자단(뉴시스)

■영화부터 기내식까지 일반 여행처럼
오전 11시께 탑승이 마무리 되고 오전 11시 16분 A380이 7개월여만에 다시 하늘로 날아올랐다. 인천에서 출발해 강릉, 포항, 부산, 제주를 거쳐 다시 인천으로 돌아오는 노선이다.

운항은 일반적인 비행과 차이가 없어보였다. 좌석 앞에 배치된 모니터로 영화나 여행정보들을 살펴볼 수 있었고 AVOD를 통해 비행기에 부착된 외부카메라로 경치를 구경할 수도 있었다.

잠시후 아시아나항공 장두호 기장의 기내방송이 나왔다. 장 기장은 "코로나19로 얼마나 지치고 힘드십니까. 잊혀진 아름다운 여행의 기억을 되살리고 매마른 몸과 마음에 활력을 찾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라고 전했다.

이윽고 동해 해안선을 따라 비행기가 날아가자 장 기장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장 기장은 비행기가 지나가는 노선에서 설악산, 오대산, 부산시내 등 관심가는 지점을 안내해줬다. 특히 이번 비행에서는 주변 경치 감상을 위해 고도를 3000m로 평소의 3분의 1수준까지 낮게 비행했다.

11시 50분께 비행기 기내식이 서비스됐다. 방역을 위해 승무원들은 방호복과 고글을 착용하고 일회용품에 담긴 기내식을 전달했다. 이날 이코노미석의 기내식 메뉴는 닭가슴살 스테이크와 토마토 파스타, 비즈니스석은 연어스테이크와 메쉬드 포테이토가 각각 제공됐다. 다만 생수를 제외한 음료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별도로 제공하지 않았다.

식사가 마무리되고 구역별로 럭키드로우 행사가 진행됐다. 1등에게는 동남아 왕복항공권이 증정됐다. 추첨을 통해 1등이 호명되자 여기저기서 축하 박수소리가 이어졌다.

24일 인천국제공항을 출발한 아시아나항공 'A380 한반도 일주 비행 항공기' 에서 바라본 한라산 백록담에 상고대가 피어 있다. /사진=공항사진기자단(뉴시스)
24일 인천국제공항을 출발한 아시아나항공 'A380 한반도 일주 비행 항공기' 에서 바라본 한라산 백록담에 상고대가 피어 있다. /사진=공항사진기자단(뉴시스)

■한라산 정상 경관에 '탄성'
비행기는 12시 30분께 이날 여행의 하이라이트인 제주상공을 비행했다. 제주상공 진입을 위한 관제를 받은 비행기는 낮은 고도로 비행하며 승객들에게 성산일출봉으로 시작해 우도 등 제주 주변 경관을 아낌없이 보여줬다. 곧이어 한라산 정상과 백록담 인근을 지나갈때는 좌석 여기저기서 탄성이 나오기도 했다.

대구에 거주하는 홍성민씨(42)는 "코로나 때문에 외국에 가기 힘든 상황에서 이런 비행이 있다고 알게 돼 참여하게 됐다"면서 "한라산을 이렇게 상공에서 본 것은 처음인 것 같다. 중간 중간에 기장님이 설명해 주시는 부분도 좋다"고 말했다.

아내인 조향미씨(40)도 "좌석도 여유롭고, 시설이 잘돼 있는 데다 평소에 타기 힘든 A380을 탔다는 것만으로도 좋은 경험"이라면서 "한라산이랑 동해 등 좋은 경치를 볼 수 있는 점도 긍정적이고 함께 온 아이도 너무 좋아한다"고 전했다.

장 기장은 승객들의 아쉬운 마음을 알았는지 비행기 양쪽의 승객이 모두 경치를 관람할 수 있도록 제주 관제로부터 허가를 얻어 한라산 인근을 한번 더 선회했다.

제주 상공을 떠나고 잠시 후 승무원들이 승객들에게 간단한 도구가 들어있는 트래블세트를 증정했다. 이어 비행기는 승객들의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한채 1시 28분 인천국제공항에 다시 내려왔다.
그리고 목적지 없는 여행을 떠났던 사람들의 2시간이 조금 넘는 짧은 여행도 끝이 났다.

kim091@fnnews.com 김영권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