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검찰내 비판여론 확산… 秋장관 검찰개혁 성공할수 있을까

유선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0.25 17:20

수정 2020.10.25 18:27

수사지휘권 정치적 활용 비판 등
박 지검장 게시물에 수백개 댓글
일선 검사들 항의 투서 전달 예정
조직와해 분위기 속 무대응 일관
"묻지마식 개혁은 반발심만" 우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사진=뉴스1
추미애 법무부 장관 /사진=뉴스1
추미애 법무부 장관(사진)에 대한 검찰 내 비판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최근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발동하는 등 법무장관과 검찰총장의 대립이 격화되면서 검찰 수사에 대한 장관 개입에 대한 반발여론이 강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라임자산운용 펀드 사기 사건 수사를 진두지휘 한 박순철 서울남부지검장이 추 장관을 정치적이라고 비판한 후 사퇴하면서 추 장관의 수사 공정성, 직권남용 등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신뢰를 얻지 못해 조직이 따르지 않는다면 추 장관의 검찰개혁도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秋 장관 신뢰 실추…사퇴 목소리도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현재 검찰 내부통신망 '이프로스'에는 박 지검장 사직인사 게시물에 수백개의 댓글이 달린 상황이다. 박 지검장은 지난 22일 "정치가 검찰을 덮어버렸다"면서 사의를 표명했고, 23일 후임 남부지검장이 임명됐다.


사의 표명 당시 박 지검장은 "총장 지휘 배제의 주요 의혹들은 사실과 거리가 있고, 검찰총장 가족 등 관련 사건 수사지휘는 그 사건 선정 경위와 그간 서울중앙지검 수사에 대해 검찰총장 스스로 회피해왔다는 점에서 선뜻 납득하기 어려운 면도 있다"면서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도 비판했다.

박 지검장의 사의 표명 이후 검찰 내부 동요는 이어지고 있다. 추 장관이 수사지휘권 발동을 통해 금융 사기로 불리는 라임 사건을 '윤석열 죽이기' '검찰 개혁' 등의 정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는 것이다. 법무장관의 수사지휘권은 검찰청법 제8조에 근거를 두고 있다. 여기에는 법무 장관은 검찰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하여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고 규정돼 있다.

재경지검 한 간부는 "추 장관이 여권 및 청와대가 수사 대상으로 껴 있으면 의도적으로 수사지휘권을 발동한다고 일선 검사들은 보고 있다"며 "추 장관이 정치적이라는 얘기는 오래 전부터 나왔다"고 강조했다. 서울중앙지검 검사는 "정치적으로 검찰을 이끌고 신뢰를 못받으면서 어떻게 검찰개혁을 할 수 있다고 하는지 도통 모르겠다"며 "이런 행태면 일선 검사들은 추 장관을 따르지 않을 것"이라고 각을 세웠다.

본지 취재 결과 일부 일선 검사들은 추 장관의 정치적 행보에 대해 항의하는 내용의 투서를 법무부에 전달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秋 장관, 내부 통합 관심없나


그러나 추 장관은 조직의 비판 여론이 확산되는 상황에서도 대책을 내놓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법무부 한 참모는 "조직이 와해되는데 일부러 모른척 하는지, 정말 모르는지 알 수가 없다"며 "법무부 간부들도 조직 와해 분위기를 감지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달 추 장관은 아들의 '군 휴가 미복귀' 의혹과 관련해 수사를 받는 상황에서도 아랑곳하지 않고 검찰 전직원들에게 검찰개혁 준비를 당부하는 이메일을 보낸 바 있다.

해당 이메일에서 추 장관은 "국민의 시대적 요구는 해방 이후 처음으로 이뤄지는 검찰개혁을 제대로 완수해 달라는 것"이라며 "논의 과정을 돌이켜 보면 여러 난관이 있었지만 각고의 노력 끝에 불송치 사건에 대해서도 사법통제를 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도입했고, 법령의 소관부서를 법무부로 일원화함으로써 검찰이 인권과 정의를 지켜내는 수호자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큰 보람을 느낀다"고 소회를 밝혔다. 검찰 내부에서는 추 장관이 제시한 검찰개혁이 와닿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법조계 "내부 소통해야 개혁 완수"


법조계는 내부 화합과 소통 없이 이뤄지는 '묻지마식' 개혁은 반발심만 불러일으킨다고 우려를 표하고 있다.

실제로 검찰 내부에서는 '국민을 위한 검찰'이 되기 위해 개혁은 필수라는데 동감하지만 검찰의 입장을 듣지 않는 것에 대한 불만은 여전한 상태다. 그간 검찰은 수사권 조정 논의 과정에서 입장 건너뛰기, 즉 '패싱'이 계속돼 불만이 커져왔다.
이런 와중에 추 장관이 윤 총장과 대립하며 정치적인 행보를 보이면서 조직의 사기가 크게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소통 없이 이뤄지는 개혁은 아집이고, 불통"이라며 "불만이 터져 걷잡을 수 없는 사태가 되기 전에 추 장관이 나서서 검찰을 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도 "추 장관이 조직을 아우르지 못하고 엇나가는 모습만 보인다면 '검난'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독불장군'은 결국 패망하게 돼 있다"고 꼬집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