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fn사설] 이재용 시대 삼성이 할일, 정치가 할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0.25 18:01

수정 2020.10.25 18:01

삼성은 혁신을 주도하고
정치는 승계 룰 정비하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25일 서울 일원동 서울삼성병원에서 별세했다. 향년 78세. 사진은 2011년 7월 6일(현지시간) 남아공 더반에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가 발표되는 순간 이건희 IOC 위원(가운데)이 기쁨의 눈물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뉴스1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25일 서울 일원동 서울삼성병원에서 별세했다. 향년 78세. 사진은 2011년 7월 6일(현지시간) 남아공 더반에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가 발표되는 순간 이건희 IOC 위원(가운데)이 기쁨의 눈물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뉴스1
25일 부친 이건희 회장의 별세로 삼성그룹에 이재용 시대가 열렸다. 할아버지 이병철, 아버지 이건희에 이어 3대째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52)은 지난 6년간 실질적으로 삼성을 이끌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2년 전 이 부회장을 대기업집단 삼성의 동일인(총수)으로 지정했다. 그럼에도 부친이 없는 삼성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앞으로 모든 권한과 책임은 오로지 이 부회장의 몫이다.

이병철은 삼성의 기틀을 놓았다. 먹고 사는 것조차 빠듯하던 시절에 전자산업에 출사표를 던졌다. 이건희는 일본 경쟁사를 제치고 삼성을 세계 일류회사로 키웠다. 반도체는 신의 한 수였다. 이제 이재용 차례다. 바이오, 시스템반도체 등 신수종사업 개척이라는 도전적인 과제가 이 부회장 앞에 놓여 있다.

당장은 상속세로 어깨가 무겁다. 이건희 회장이 보유한 삼성생명 등 지분 가치는 18조원대에 이른다. 최고세율 50%에 최대주주 할증을 더하면 65%에 이른다. 줄잡아 상속세가 10조원이 넘는다. 삼성은 이재용→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다. 삼성생명은 핵심 연결고리다. 아무리 재벌 3세 이 부회장이라도 10조원 넘는 돈을 선뜻 마련하기는 쉽지 않다.

신세계그룹 사례가 있긴 하다. 10여년 전 정재은 신세계 명예회장이 지분 전량을 아들과 딸에게 증여했다. 이때 정용진·유경 남매는 총 3500억원 규모의 증여세를 주식 현물로 냈다. 지난달엔 이명희 회장이 보유주식 일부를 아들과 딸에게 증여했다. 이 증여세를 어떻게 낼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주식 현물 납부는 현금을 대신할 수 있는 수단이지만 지분율을 갉아먹는 단점이 있다. 따라서 이재용 부회장은 상속세를 어떻게 납부할지를 두고 고민을 거듭할 수밖에 없다.

또 다른 대안은 스웨덴 발렌베리 사례다. 발렌베리그룹은 스웨덴판 삼성이다. 산하엔 에릭슨·일렉트로룩스 등 대형 계열사가 즐비하다. 160년 역사를 가진 발렌베리는 지금으로부터 103년 전인 1917년에 첫 공익재단을 세웠다. 그 아래 재단자산관리(FAM) 회사가 있고, FAM은 다시 지주사인 인베스터(Investor AB)를 통해 자회사를 통제한다. 이로써 발렌베리그룹은 경영권 승계 잡음 없이 스웨덴 경제에 안정적으로 이바지한다.

재벌을 응징해야 한다는 시각은 개발독재만큼이나 시대착오적이다.
대기업은 한국 경제가 소중히 다뤄야 할 자산이다.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논란은 국가적 에너지 낭비다.
이건희 회장 별세를 계기로 정부와 정치권에서 승계의 룰을 현실에 맞게 손질하기 바란다.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