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과학

세포속 단백질 모양 바꾸는 스위치 찾아냈다

김만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0.30 13:11

수정 2020.10.30 13:11

KAIST, 단백질로 엮어낸 이중나선 개발
나노미터 크기의 광학·전기·의료 소재 개발 활용
튜불린 접히는 방향 정할 수 있는 분자스위치 발견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바이오및뇌공학과 최명철 교수 연구팀의 튜불린 단백질 관련 연구결과가 국제학술지 '스몰'에 지난 9월 17일자 뒷면 표지논문으로 게재됐다. KAIST 제공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바이오및뇌공학과 최명철 교수 연구팀의 튜불린 단백질 관련 연구결과가 국제학술지 '스몰'에 지난 9월 17일자 뒷면 표지논문으로 게재됐다. KAIST 제공
[파이낸셜뉴스] 국내 연구진이 세포속 기관을 구성하는 단백질을 원하는 모양으로 변형할 수 있는 분자스위치를 찾아냈다. 연구진은 우리 몸속 세포물질을 그대로 이용하되 자연의 설계를 뛰어넘어 혁신적 나노건축물을 구현해낸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바이오및뇌공학과 최명철 교수 연구팀이 나노소재의 기초물질로 활용할 수 있는 단백질을 새롭게 발굴했다고 30일 밝혔다. 연구진이 세포 속에서 미세소관을 구성하는 '튜불린(Tubulin) 단백질'을 나노공학의 측면에서 재조명해 거둔 성과다.


최명철 교수는 "나노미터 크기의 광학·전기·의료 소재를 개발하는 플랫폼은 물론 모터 단백질 키네신과 결합해 분자기계를 개발하는 등 활용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또한 최 교수는 "향후 다양한 형태와 특성을 가진 나노소재를 만들어낼 '튜불린 나노공학'의 발전 기반 조성과 함께 이번에 발견한 분자스위치는 알츠하이머병 등 뇌질환의 새로운 치료 전략으로 활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구진은 생명 현상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미세소관의 특이한 성질에 주목했다. 이 미세소관(Microtubule)은 튜불린 단백질로 이뤄진 긴 튜브 형태의 나노 구조물이다. 물질 수송의 고속도로, 세포 분열 과정의 분자기계 역할을 수행한다.

연구진은 튜불린이 수직한 두 방향으로 접히는 독특한 성질에 핵심이 있다고 판단, 튜불린의 형태 변형을 인공적으로 제어하겠다는 점에 아이디어를 얻은 후 곧장 연구를 시작했다. 튜불린 단백질의 접힘을 제어하는 분자스위치를 찾고자 한 것이다.

튜불린이 강한 음전하를 띤 단백질이라는 점을 감안해 양전하 중합체인 폴리라이신이 미세소관의 구조를 변형하는 과정을 관찰했다. 포항 방사광 가속기의 가속기 X선 산란장치를 이용해 옹스트롱(Å, 100억 분의 1m)의 정확도로 측정했다. DNA 이중나선 구조의 결정적 증거가 된 로절린드 프랭클린의 '포토 51'과 유사한 결과를 확인했다.

이 결과는 튜불린들이 꼭 두 줄씩 길게 늘어선 '튜불린 이중나선' 구조의 형성을 의미하는 것으로 연구진은 튜불린을 두 방향으로 접을 수 있는 분자스위치를 찾아낸 것이다.

두 방향으로 접히는 튜불린 단백질을 이용한 '튜불린 이중나선'의 형성. KAIST 제공
두 방향으로 접히는 튜불린 단백질을 이용한 '튜불린 이중나선'의 형성. KAIST 제공
분자스위치의 크기와 개수를 조절함에 따라, 최 교수 연구팀은 단일 벽 나노튜브에서 이중벽 나노튜브로 변환하거나 이중나선의 간격을 자유자재로 조절이 가능한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최 교수는 "이 논문을 계기로 튜불린을 나노소재로 활용하는 연구들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라면서 "새로운 바이오-나노기술의 특이점이 될 선도적 연구"라고 이번 연구에 대한 의미를 부여했다.

이번 연구는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이준철 박사과정과 아모레퍼시픽 R&D 센터 송채연 박사가 공동 제1 저자로 그리고 최명철 교수가 교신저자로 참여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스몰'에 지난 9월 17일자 뒷면 표지논문으로 게재됐다.

앞서 연구진은 이 분자스위치를 이용한 튜불린 나노소재의 의료적 가치를 입증한 바 있다.
튜불린 나노튜브를 항암 약물의 일종인 미세소관 표적 치료제의 만능 전달체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결과를 지난 8월 20일자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스'에 표지논문으로 발표했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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