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2000년대 공항, 하나같이 ‘혈세’ 낭비한 ‘정치공항’이었다?

조윤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1.28 08:00

수정 2020.11.28 08:00

2000년대에 개항하거나 계획한 공항 5곳 중 4곳은 ‘정치공항’
일제강점기·산업화 시대 지난 뒤부터 공항들 ‘정치용’으로 전락해
文정부 가덕도·흑산·새만금 공항에 대구·광주 공항 특별법까지
텅 빈 무안국제공항 /사진=뉴스1
텅 빈 무안국제공항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2000년대 들어 개항하거나 개항을 계획했던 공항 5곳 중 4곳은 ‘정치공항’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들 공항은 모두 ‘만년 적자’ 신세거나 개항 취소를 면치 못했다. 현재 논란 중인 가덕도뿐만 아니라 흑산도·새만금 등에도 공항 건립이 예정돼 '정치공항' 비판은 계속될 전망이다.

■"새 공항 지어줄게 표 줘라"식 정치공항
28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2000년대 들어 개항하거나 개항을 예정했던 공항은 인천·양양·무안·울진·김제공항 등 총 5곳이다.

이중 2002년에 개항한 양양국제공항은 김영삼 전 대통령 대선 공약의 일환으로 탄생했다. 무안·울진·김제공항은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 정동영 전 의원 대선 공약 등에 포함돼 추진됐다.
2001년 개항한 인천국제공항을 제외하면 전부 선거를 노린 표심잡기용 ‘정치공항’이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들 공항은 혈세만 낭비한 채 최악의 성적표를 기록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제강점기, 1970~80년대 개발시대를 거치면서 전국 곳곳에 공항이 지어졌음에도 선거 때마다 수요 예측에 실패한 공항 건설 공약이 남발됐기 때문이다.

지난달 한국공항공사가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무안공항은 2016년부터 올해 8월까지 618억원의 누적 적자를 냈다. 국내 15개 공항의 당기손익 중 꼴찌다. 금년도 활주로 활용률도 0.6%로 원주·사천공항 등과 함께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연간 항공기 14만편이 오가게끔 지어놨지만 실제로 이착륙한 항공기는 882편에 그치면서다.

양양공항 활주로 활용률은 지난해 1% 활용률에서 올해 4.1%로 약 4배 증가했지만 올해 8월까지 84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며 무안·여수공항 다음으로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2016년부터 누적된 적자는 572억원에 달한다.

사실 ‘만년 적자’ 공항은 예견된 결과다. 김대중 정부 당시 ‘실세’로 알려진 한화갑 전 의원의 주도로 탄생한 무안공항은 사업 시행 전까지만 해도 수요 예측치가 연간 992만명에 달했지만 착공이 결정되자 점차 줄어들었다. 이후 완공을 앞두고 측정한 수요 예측치는 처음의 5분의 1 수준인 206만명까지 쪼그라들었다.

국고 3567억원을 들여 건설한 양양공항 역시 수요 예측에 실패하면서 2002년 개항 이후 6년 6개월 만에 정기 항공편을 접었다.

국고만 낭비한 채 개항조차 못한 공항도 있다. 1997년 대선 공약에 포함됐던 울진공항은 2003년 개항 직전에 비행훈련원으로 전환됐다. 1000억원대 세금을 들였지만 감사원 감사 결과 과도한 수요 예측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면서다. 울진공항은 이후 2007년에 AFP통신이 꼽은 ‘세계 10대 황당 뉴스’에 선정돼 국제적 망신을 사기도 했다. 김제공항 역시 건립을 위해 국고 480억원을 들여 부지를 매입했지만 2003년 감사원 감사에서 건설 부적합 판정을 받고 전면 백지화됐다.

2000년대 추진(예정)된 공항
공항 내용
양양국제공항 김영삼 정부 대선 공약으로 건립(‘16~‘20.8 누적적자 572억원)
무안국제공항 김대중 정부 실세로 알려진 한화갑 전 의원이 추진(‘16~‘20.8 누적적자 618억원)
울진공항 김대중 정부서 청와대 비서실장 역임한 김중권 전 의원이 추진, 2003년 개항 직전 수요 예측 실패로 비행훈련원으로 전환
김제공항 1997년 대선 당시 정동영 후보 대선 공약, 수요 예측 실패로 부지 매입비 480억원만 날리고 2006년 전면 백지화
가덕신공항 11월 17일 김해신공항 부적합 판정 후 부산시장 보궐선거 앞두고 추진 중
흑산공항 문재인 대통령 대선 공약
새만금공항 문재인 대통령 대선 공약

■잇단 실패에도 아랑곳 않는 정치권의 ‘공항 짓기’
수요가 아닌 정치 논리를 앞세운 ‘정치공항’은 앞으로도 속속 들어설 예정이다.

‘부산시장 보궐선거용’이란 지적을 받는 가덕도 신공항뿐만이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던 흑산공항, 새만금공항 건립 사업은 각각 2023년 완공, 2024년 착공을 목표로 진행 중이다. 흑산공항엔 1833억원, 새만금공항엔 7800억원의 국비가 투입된다. 흑산공항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전남도지사 시절 핵심 사업이기도 하다.

‘국비를 더 지원해달라’는 내용을 담은 대구경북 신공항 특별법(홍준표 의원·무소속), 광주공항 이전 특별법(이용빈 의원·민주당)도 발의됐다. 이낙연 대표는 지난 24일 열린 의원총회에서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안을 잘 만들어 야당 법안과 병합 심의하고 대구공항, 광주공항 관련법에 대해서도 여야가 지혜를 모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정치권에선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의당 정호진 수석대변인은 최근 논평에서 민주당을 향해 “공항 표(票)퓰리즘”이라고 지적했다.
정 수석대변인은 “백년지대계라 할 수 있는 신공항 건설 사업이 선심 쓰듯이 특별법 제정으로 우후죽순 불거져 나오고 있다"며 "가덕도에 이어 대구, 광주 신공항 특별법은 백년지대계가 아닌 선거지대계"라고 비판했다.

jo@fnnews.com 조윤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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