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 유휴항만 재도약 계기, 해양산업클러스터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1.30 18:00

수정 2020.11.30 18:00

[특별기고] 유휴항만 재도약 계기, 해양산업클러스터
지난 11월 우리 항만의 향후 10년간의 청사진인 제4차 항만기본계획이 발표됐다. 세계에서 가장 큰 컨테이너선박까지도 접안할 수 있는 부산항 제2신항을 건립하는 한편 광양항을 아시아 최고의 스마트 복합항만으로 육성하는 등 전국 60개 항만에 10년간 총 37조원을 투입, 새로운 모습으로 바꿔나갈 계획이다. 대형화, 자동화 그리고 지능화까지 미래의 요구에 부응하는 인프라를 확충하기 위한 노력들이 착실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신도심이 구도심을 대체하듯 신항만이 등장하면 기존 항만들은 경쟁력을 잃고 자연스럽게 항만으로서 중심 기능을 상실하게 된다. 그래서 이런 유휴항만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 물론 유휴화된 항만을 휴양·관광시설로 재탄생시켜 지역주민에게 제공하는 항만재개발 사업도 있겠지만, 이 방법은 막대한 재정을 투입해 건설된 항만인프라를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한다는 한계가 있다.
더 효율적인 방안은 없을까. 그 방안으로 최근 전 세계적으로 '항만 업사이클링(Upcycling)'이 떠오르고 있다. 안벽을 비롯한 접안시설, 연결도로 등 항만의 정체성은 유지하면서 항만을 새로운 산업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방식이다.

독일, 이탈리아, 노르웨이 등 해양선진국에서는 이미 유휴항만을 해양산업을 위한 클러스터로 탈바꿈시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독일은 브레멘이 위치한 브레멘하벤항의 유휴부두를 활용해 해상풍력발전 관련 제조기업, 연구소 등 400여개 기관이 입주한 해양풍력단지를 조성했다. 그 결과 브레멘은 독일에서 지역내총생산이 가장 많은 도시로 변모했다. 이탈리아 비아레조시는 유휴 조선소와 항만시설에 30여개의 레저선박 제조업체와 1000여개 부품업체가 밀집한 레저선박 클러스터를 조성, 세계 최대 슈퍼요트 생산도시로 발돋움했다.

우리도 유휴항만을 해양산업의 중심이 되는 클러스터로 육성하기 위해 중요한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지난 2016년 제정된 '해양산업클러스터의 지정 및 육성 등에 관한 특별법'과 제1차 해양산업클러스터 기본계획을 기반으로 2017년 말 부산 북항 우암부두 일대 그리고 광양항 중마 일반부두와 컨테이너부두 일대를 해양산업 클러스터로 지정했다. 이 중 광양항 해양산업클러스터는 3년에 걸친 기반시설 구축을 끝내고 최초 입주기업 모집을 완료해 이달 중 개장을 앞두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광양항 해양산업클러스터를 항만물류 분야의 연구개발(R&D) 성과물을 실증하고, 산업화하는 테스트 베드로 육성할 계획이다. 내년부터 397억원을 투입해 개발하고 있는 국산 항만자동화 설비 기술, OSS(Overhead Shuttle System)가 실증에 나선다.

해양산업클러스터를 확대하기 위한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해양산업 클러스터의 매력을 높이기 위해 해양산업클러스터 지원센터 건립, 입주기업에 대한 세제혜택, 고용보조금 지급 등 다양한 인센티브 제공을 추진한다. 아울러 내년에는 '제2차 해양산업클러스터 기본계획'을 수립해 항만의 중심기능을 잃어가는 다른 유휴항만도 해양산업 클러스터로 지정할 계획이다.


과거 우리 경제가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던 유서 깊은 항만이 그 중심기능을 잃고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는 것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해양산업클러스터로 재탄생이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다시 활력을 찾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첫걸음을 내딛는 광양한 해양산업클러스터에 국민의 관심이 필요하다.

박준영 해양수산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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