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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에 쌀, 남극서 토마토 수확…세계서 빛난 K-농업기술

김용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2.02 17:37

수정 2020.12.02 17:37

농진청, 세계 최초 사막서 벼 재배
파라과이엔 참깨 재배기술 보급
개도국 소득증대·빈곤해결 큰 기여
우리 통일벼 품종을 현지화한 세네갈 품종 '이스리(ISRIZ)-6'과 '이스리(ISRIZ)-7'을 재배하면서 현지 쌀 생산량이 2배가량 증가했다. 농진청 KOPIA 세네갈센터 소장이 탈곡한 쌀을 살펴보고 있다. 농촌진흥청 제공
우리 통일벼 품종을 현지화한 세네갈 품종 '이스리(ISRIZ)-6'과 '이스리(ISRIZ)-7'을 재배하면서 현지 쌀 생산량이 2배가량 증가했다. 농진청 KOPIA 세네갈센터 소장이 탈곡한 쌀을 살펴보고 있다. 농촌진흥청 제공
농촌진흥청 해외농업기술개발사업(KOPIA)을 통해 전파되는 'K농업기술'이 전 세계 곳곳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통일벼를 아프리카 세네갈에 현지화하는 방식으로 식량문제를 해결하는가 하면 남미 파라과이에선 참깨가 농가소득을 증대시키고 있다.
최근엔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사막에 벼를 심어 수확, 세계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지난 10월엔 남극에 식물공장을 보내 세종과학기지 연구원에게 신선채소를 공급하기도 했다.

■아프리카 식량문제 '통일벼'로 해결

2일 농진청에 따르면 한국 통일벼 계통을 활용해 수량성 높은 벼 품종 개발을 지원하는 '아프리카 벼 개발 파트너십' 사업이 성과를 보이며 속도를 내고 있다. 이 사업은 농진청 한·아프리카 농식품기술협력협의체(KAFACI)와 아프리카벼연구소, 아프리카녹색혁명동맹, 갈등과개발센터 등 3개 국제기구가 2016~2025년 10년간 협력해 추진하는 사업이다.

아프리카 벼 생산성을 25% 끌어올리는 게 최종 목표다. 19개 참여국에 나라별로 2품종 이상 모두 55품종 이상의 밥맛 좋고 수량성 높은 벼품종 개발을 지원한다. 특히 2017년 12월 세네갈에 등록된 '이스리(ISRIZ)-6'과 '이스리(ISRIZ)-7' 품종은 수량성이 우수하고 밥맛이 좋아 빠른 속도로 농업인들에게 보급되고 있다. 이 두 품종은 통일벼 계통인 '밀양23호'와 '태백'을 세네갈에서 현지화한 것이다. 수량성이 ㏊당 7.2∼7.5t으로, 세네갈 대표품종인 '사헬(Sahel)'보다 2배가량 많다.

아프리카는 도시화와 인구 증가로 쌀 소비량이 해마다 늘고 있지만 생산량이 부족하다. 쌀 생산 39개국 중 21개국이 쌀 소비량의 50∼9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아프리카 쌀 수입량은 2010년 906만t에서 2019년 1700만t까지 증가했고, 2028년엔 2900만t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농진청 국제기술협력과 권택윤 과장은 "신품종이 속속 개발·등록되면 아프리카의 쌀 자급 달성, 농가소득 증대, 빈곤해결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미 대륙 파라과이에선 '한국 참깨'가 현지 농가의 소득증대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농진청 KOPIA 파라과이센터는 지난 2009년부터 6년간 현지 농업현황 분석을 통해 소농의 소득향상과 농업 전반에 파급효과가 큰 작물로 참깨를 선정, 파라과이 농업연구청(IPTA)과 공동으로 품종·재배기술을 개발했다. 현지 적응성이 뛰어나고 병충해에 강한 참깨 품종 'IPTA-K07' 개발에 성공, 지난 2015년 현지에 품종등록도 마쳤다. 그 덕분에 참깨 생산성은 기존 대비 52%, 농가소득은 66% 향상됐다.

■남극 세종과학기지서 신선채소 키운다

K농업기술은 남극에까지 닿는다. 농진청은 지난 10월 말 남극 세종과학기지에 신선채소를 공급하기 위한 식물공장을 보냈다. 농진청이 남극에 식물공장을 보낸 건 2010년에 이어 10년 만이다. 이번에 보낸 식물공장은 국제규격인 40피트 컨테이너(12×2.4m) 형태로, 지난 2010년 보낸 식물공장보다 규모가 크다. 또 엽채류(잎채소류) 이외에도 기존 식물공장에서 재배가 어려웠던 고추, 토마토, 오이, 애호박 등 과채류(열매채소)까지 동시에 재배할 수 있도록 새로운 기능을 추가했다.

엽채류와 과채류를 동시에 재배할 수 있는 식물공장이 본격 가동되면 하루 1.5∼2㎏의 엽채류를 생산할 수 있다. 식물공장에서 수확한 신선채소는 겨울철 약 6개월간 채소를 먹지 못하는 월동연구대원들에게 제공된다. 식물공장은 발광다이오드(LED)를 인공광으로 이용해 에너지 소모를 최대한 줄이고, 빛의 세기를 식물의 종류와 생육단계에 따라 조절할 수 있다. 재배환경 조절과 생육상황 영상을 원격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스마트팜 기술을 적용해 농진청 전문가와 상담도 가능하다.

농진청은 올해엔 사막에서 벼를 수확해 세계를 놀라게 하기도 했다. UAE 샤르자 농업혁신센터 땅 1890㎡(약 570평)에서 재배된 벼 '아세미'는 농진청이 건조지역용으로 개발한 품종이다. 올해 생산량은 약 1.1t으로 약 10가마에 해당되는 양인데 사막 환경에서 벼 재배에 성공한 첫 사례다.
농진청은 사막에 직접 벼를 파종하기에 앞서 청사 내 실험시설과 김제 광활간척지에서 사전검토 과정을 거쳤지만 실제 현장에선 황화현상 등 고비를 맞기도 했다.

한편 농진청은 지난 2009년부터 아시아 8개국, 아프리카 7개국, 중남미 5개구, 중앙아시아 2개국 등 개발도상국 현지에 국가별 맞춤형 농업기술을 개발·보급해 왔다.
사업을 시작한 지 10년 동안 상대 개도국에 발생한 총생산유발효과는 1억1290만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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