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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수술' 피해자 앞에 선 상담실장 "나쁜 소문 없었어" [김기자의 토요일]

김성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2.05 14:16

수정 2020.12.05 15:23

1일 서울중앙지법 항소심 3차공판
G성형외과 전 원장 요청 증인 신문
당시 상담실장, 피고인 측 유리 증언
공익제보자 "증언내용 사실과 달라"
[파이낸셜뉴스] 유명 성형외과 전문의가 집도할 것처럼 속인 뒤 실제로는 치과와 이비인후과 의사에게 수술을 맡겨 사기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G성형외과 전 원장 유모씨(48) 항소심 공판에서 당시 병원 근무자들이 유령수술이 이뤄지고 있단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환자 33명이 유령수술을 당했다고 주장해온 상황에서 진실공방이 예상된다.

이 사건은 한국 최초의 유령수술 형사사건이다.

서울중앙지법이 지난 1일 한국 첫 유령수술 형사사건 항소심 3차공판을 진행했다. 사진=서동일 기자
서울중앙지법이 지난 1일 한국 첫 유령수술 형사사건 항소심 3차공판을 진행했다. 사진=서동일 기자

■당시 직원 "유령수술 소문 없었다" 주장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유씨 사건을 심리하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9부(최한돈 재판장)가 피고인 측 증인신문 내용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지난 1일 진행된 항소심 3차공판 증인신문에서 나온 증언 일부가 현재까지 확인된 사실관계와 충돌하기 때문이다.

이날 공판에선 피고인 측이 채택한 증인 3명에 대한 신문이 이뤄졌다. 2013년 이 병원에서 수술 받은 환자 2명과 전 상담실장이다. 특히 전 상담실장 김모씨는 당시 병원이 돌아가는 내밀한 상황을 잘 아는 인물이란 점에서 어떤 증언을 내놓을지 관심을 모았다.

이날 김씨는 기존에 제기됐던 유씨의 독단적 병원운영 의혹에 대해 전부 부인하거나 ‘잘 모른다’는 답을 내놨다. 유씨가 다른 의사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일이 거의 없었고 야단을 치거나 폭언을 하는 것도 보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유씨가 독단적으로 병원을 운영했다는 부분이 인정되지 않을 경우 다른 의사가 반발 없이 유씨 등의 지시에 따라 유령수술을 했다는 사실에도 다툼의 여지가 생길 수 있다.

김씨는 또한 “상담한 의사와 다른 의사가 수술 집도를 들어간다는 우려가 있다는 얘기를 알고 있었느냐” “그렇게(유령수술) 업무를 진행한 사실을 들은 적 있었나” “다른 직원이 (유령수술을) 걱정하는 걸 들어봤나” 등의 질문에 모두 “아니다”라고 대답했다. 상담실장으로 근무하며 병원 안 이야기를 가까이서 지켜본 김씨가 이를 모두 부인하며 검찰이 당시 유령수술이 일상적으로 이뤄졌는지를 입증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씨는 현재 G성형외과가 아닌 다른 곳에서 근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공판을 지켜본 G성형외과 유령수술 공익제보자 조모씨는 재판 직후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김씨 주장 중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다고 주장했다.

유령수술 피해자들은 G성형외과에서 수술을 받았을 당시 집도할 것으로 생각한 의사가 아닌 다른 의사가 대신 들어와 수술을 한 것이 사기에 해당한다며 사건을 경찰에 고소했다. fnDB
유령수술 피해자들은 G성형외과에서 수술을 받았을 당시 집도할 것으로 생각한 의사가 아닌 다른 의사가 대신 들어와 수술을 한 것이 사기에 해당한다며 사건을 경찰에 고소했다. fnDB

■피해자-원장 대리인 치열한 공방 오가
유령수술 피해자들의 증언에도 이목이 쏠렸다. 특히 이중 한 명인 한모씨는 지난 9월 유씨와 유씨의 아내 최모씨 등 4명을 중상해와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미수 혐의로 고소한 인물이다. <본지 9월 20일. ‘[단독] 한국 첫 유령수술 사건 '2라운드'..유죄받은 원장 또 피소’ 참조>

2013년 G성형외과에서 양악수술과 광대뼈축소, 앞턱수술을 받은 한씨는 수술 당일 집도를 하기로 했던 유씨를 만나지 못하자 불안한 마음에 초소형 녹음기를 켜고 수술실에 들어가 6시간여에 걸친 수술 중 대화를 모두 녹음한 것으로 알려졌다. 녹음엔 유씨 목소리가 들어있지 않았다.

증언대에 선 한씨와 유씨 측 변호인은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다. 변호인이 “(수술이 있었던) 당시 피고인이 본점에서 근무했는데 (윤곽센터에서) 상담을 받은 게 맞나”고 묻자 한씨는 “확실하다”고 답했다. 이어 변호인이 당시 언론기사나 유튜브 등에는 윤곽센터에 다른 원장이 근무했다고 나와있다고 주장하자 한씨는 유튜브에도 잘못된 자료가 많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한씨는 자신이 윤곽센터에서 유씨와 수술 전 상담을 한 게 분명하다고 수차례 언급했다.

수술 전 치과의사 김모씨와 상담을 한 한씨가 유씨에게 수술을 받을 것이라고 믿은 점도 쟁점이 됐다. 유씨 측 변호인이 “수술 전 진찰할 때 피고인이 왜 안 오냐고 안 물어봤느냐” “수술 전 구체적 계획을 (치과의사) 김모씨가 (고지)했는데 (김씨가 수술을 한다는) 의심을 안 가졌느냐” “김씨가 수술을 한 걸 알고 용인을 한 거 아니냐”는 등의 질문을 쏟아내자 한씨는 강한 어조로 사실관계를 바로잡았다.

한씨는 “그때는 유령수술이 흔하지 않아 상상 자체를 못해 당연히 (유씨가) 들어올 거라고 생각했다”며 “제가 용인하는 건 유씨와 보조로서 (김씨가 수술에 참여) 하는 거지 혼자 해도 된다는 건 아니었다”고 답했다.

한씨는 유씨가 수술이 끝난 뒤 회복실에 있을 때 잠시 와서 ‘수술이 잘 됐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유씨 측 변호인이 “이때 물어보거나 이의제기를 왜 않았느냐”고 묻자 한씨는 “수술 뒤엔 말도 못한다”고 반박했다.

한씨는 증인신문이 끝난 뒤 판사에게 직접 발언시간을 청해 강한 어조로 유씨를 비판했다. 한씨는 “제가 이 사건을 4년 넘게 하고 있는데 아직 G성형외과와 피고인에게 사과 한 마디 못 들었다”며 “세상엔 두 가지 죄인이 있는데 잘못을 뉘우치는 자와 변명하고 감추기 급급한 자”라고 말했다.

한씨는 이어 “오늘 피고인이 어떤 죄인인지 확실히 알게 됐다”며 “부디 엄벌에 처해달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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