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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켈 후임 정해졌다...중도우파 아민 라셰트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1.17 05:08

수정 2021.01.17 05:08

[파이낸셜뉴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이을 기민당 총재로 16일(현지시간) 선출된 아민 라셰트 라인베스트팔렌 수반이 지난해 2월 10일 아헨에서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로이터뉴스1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이을 기민당 총재로 16일(현지시간) 선출된 아민 라셰트 라인베스트팔렌 수반이 지난해 2월 10일 아헨에서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로이터뉴스1

독일 집권 기민당(CDU)이 앙겔라 메르켈 총리 후임으로 노르트 라인베스트팔렌주 수반인 아민 라셰트를 선택했다.

메르켈 총리에 이어 기민당의 중도노선이 이어질 전망이다.

16일(이하 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라셰트는 이날 기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해 메르켈에 이어 독일 총리로 가는 길을 열었다.

오는 9월 연방의회 선거에서 기민당이 승리하면 자매당인 바바리아 지방의 기독교사회당(CSU)와 협의를 통해 라셰트가 독일 새 총리가 된다.


라셰트는 유명한 보수주의자이자 세계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독일 회장을 지낸 프리드리히 메르츠를 521대 466으로 꺾고 총재로 선출됐다.

이번 기민당 총재 선출 투표는 독일 정당 역사상 최초로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재확산으로 독일이 봉쇄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라셰트의 승리는 집권 기민당이 자유, 중도주의를 지속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메르켈 총리의 16년에 걸친 중도노선을 독일이 계속 걸어갈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다.

올해 59세의 라셰트는 자신이 흙수저 출신이라는 점을 연설에 녹아내며 당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그는 부친이 탄광 광부로 어려서 집안 환경이 누추했다면서 차기 기민당 총재는 '통합 능력'을 갖고 있어야만 한다고 호소했다.

라셰트는 성격이 느긋한 것으로 유명하며 지난 71년간 독일 정권을 51년동안 잡았던 기민당의 중도노선을 지속하겠다는 점을 확실히 했다.

기민당은 강경 보수주의자부터 도시 환경론자, 메르켈 식의 자유주의자들을 하나로 묶는 최후의 보루가 되고 있다.

라셰트와 맞섰던 메르츠는 이와 달리 기민당이 메르켈 아래에서 지나치게 중도로 기울었다면서 이를 오른쪽으로 돌려 기민당을 좀 더 보수색채가 강한 당으로 만들겠다고 밝혀왔다.

그는 당을 우파 성향으로 돌리려던 이들의 지지를 받았다.

메르츠는 우편향으로 당을 개편해 기민당에서 '독일을 위한 대안당(AfD)'으로 돌아섰거나 아예 선거에서 기권한 보수 성향 유권자들을 끌어들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라셰트는 16일 총재 선거에서 패한 뒤 현재 메르켈 인맥인 페터 알트마이어가 수장으로 있는 독일 경제부를 자신이 맡게 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뒤에 내각 개편은 '의제'가 아니다라며 한 발 뺐다.

독일 여론조사업체 포르사의 만프레드 귈너 대표는 기민당이 메르츠가 아닌 라셰트를 총재로 선출한 것은 '행운'이라고 평가했다.

라셰트를 총재로 선출해 올해 총선에서 제1당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귈너는 라셰트 선출 덕에 기민당은 녹색당에 제1당 자리를 빼앗기지 않을 수 있게 됐다고 낙관했다.

반면 메르츠가 총재로 선출됐다면 기민당은 중도파 계승자의 자리가 위협받으면서 녹색당 등에 밀리게 됐을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메르켈 총재 후임으로 중도성향의 라셰트가 선출되면서 독일 뿐만 아니라 유럽의 정치 흐름도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을 이어가게 됐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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