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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플루로 아들 잃은 이광기, 코로나19시대에 '위로'를 건네다

신진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1.20 16:36

수정 2021.01.20 16:50

에세이집 '내가 흘린 눈물은 꽃이 되었다' 출간
사진=이광기 인스타그램
사진=이광기 인스타그램

[파이낸셜뉴스] 생때같은 내 새끼가, 그것도 내가 보는 앞에서 숨을 거뒀다. 한없이 울었다. …사고를 당한 것도 아니고, 전날까지 너무나도 멀쩡하던 아이였는데, 미처 손써볼 틈도 없이 내 새끼를 허무하게 보내다니...(24쪽)

사망 신고를 하기 직전, ‘이석규’라고 이름이 있는 주민등록등본을 15통을 뗐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석규가 우리 곁에서 영원히 사라질 것만 같았기에… 지금도 여전히 학교 앞을 지나는 건 힘들다. (48쪽)

“여보, 석규를 돌보는 마음으로 그 아이들을 위해서 챙겨주고 싶은데… 여보, 나 (아이티) 다녀와야 할 거 같아.” 거실 한편에 커다란 여행 가방이 보였다. “그냥 가지 말고 우리 석규가 입던 옷 갖고 가. (중략) 석규 옷이 우리에겐 슬픔이지만 그 아이들에게는 행복한 선물이 될 수 있지 않을까.” (82~83쪽)

두 팔을 벌리자 아이는 마치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이 힘껏 안겼다.
그 순간,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아이도 엉엉 울었다. ‘너무 갑작스레 보낸 내 아들의 체온을 한 번만 느끼고 싶었는데, 이렇게 만나게 되는구나. 이 아이를 품기 위해서 내가 왔구나.’ (95쪽)

이광기 / 사진=fnDB
이광기 / 사진=fnDB

탤런트 이광기가 2009년 신종플루로 잃은 금쪽같은 아들을 추억하며 에세이집 '내가 흘린 눈물은 꽃이 되었다'를 출간했다. 그가 12년 만에 조심스레 꺼낸 아들의 추억담부터 자기 삶에 대한 반성, 인생의 희망 메시지까지 한권의 책에 모아 담았다.

이광기는 2010년 아들의 사망 보험금 전액을 지진 피해를 입은 아이티에 기부했다. 이후 주기적으로 아이티 구호 현장을 방문했으며 기부금을 모아 현지 어린이들을 위한 초등학교 2개를 설립했다.

지난해 9월 채널A ‘행복한 아침’에 출연한 그는 “너무 힘들고 괴로워하고 아파하고 자괴감에 빠지고 지쳐있을 때 제가 아이티에 봉사하러 가게 됐다"며 "맨 처음에는 가족들이 반대했는데 ‘내가 여기 가야되는 의미가 있겠구나’ 해서 무조건 갔다. 이후 거의 100일 만에 우리 아이가 꿈에 나타났다. 그 아이가 마지막에 ‘아빠 나 너무 잘 있으니까 나 걱정하지 말고 친구들 많이 도와줘’ 그러면서 내 눈물을 닦아주더라”라며 나눔의 삶을 살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아트디렉터로도 활동 중인 그는 유튜브로 라이브 경매쇼를 진행, 취약계층을 돕고 있다.

이광기는 최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제 인생의 첫 책이 출간됐다”며 “코로나19 감염병으로 고생하고 수고하시는 모든 분들에게 작은 위로가 되고 희망 꽃이 피우길 기도하겠습니다”라고 썼다.


또 “수익금 전액은 월드비전 통해 소외지역 학교 건축 기금과 청년작가 영상아카이브 창작 비용을 사용됩니다. 하나님이 주신 선물이니 또 다른 선물의 씨앗을 뿌려야겠죠. 모든것이 주님의 은혜입니다”라며 웃었다.
앞서 이광기의 큰딸 연지는 동생과의 추억을 담은 동화책 ‘나의 가장 소중한 추억’을 만들기도 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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