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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대신 관리로 관점 바꾸니 성공 보였죠"[fn 이사람]

김만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1.21 17:37

수정 2021.01.21 17:37

시약관리앱 '랩매니저' 개발
김건우 스마트잭 대표이사
"개발대신 관리로 관점 바꾸니 성공 보였죠"[fn 이사람]

"사람들은 지금까지 시약으로 무엇을 만들 것인가에 집중했지만 스마트잭은 시약을 스마트하게 관리하는 방법에 대해 집중했다."

김건우 스마트잭 대표이사(사진)는 21일 서울 뚝섬로 본사에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의 책 '생각에 관한 생각'을 언급하면서 "우리는 아무도 보지 못했던 고릴라를 봤고 그것을 실천에 옮겼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 책에는 유명한 '보이지 않는 고릴라'실험이 나와 있다. 사람들에게 영상 속의 사람들이 농구공을 몇번 튀기는지 세어보라고 한다. 영상이 끝난 뒤 사람들 사이로 지나가는 고릴라를 보지 못하는 사람이 부지기수.

김 대표는 "시장은 새롭게 만들어진다는 것보다 지금까지 관심이 없었을 뿐 이미 오래전부터 시장은 존재하고 있다"면서 "이게 바로 스마트잭이 추구하는 스타트업의 본질"이라고 설명했다.

2017년 창업한 스마트잭은 2018년 매출이 4500만원, 지난해에는 10억원을 돌파했다.
이 스타트업의 무기는 '랩매니저'라는 국내 유일의 연구실 시약관리 애플리케이션(앱).

김 대표는 '랩매니저'를 개발하게 된 계기에 대해 설명했다. 우연히 불려간 선배의 대학연구실. 선배는 김 대표에게 실험실에 빼곡히 쌓인 여러 화학약품들을 정리할 방법을 물어왔다. 기본 핵심기능만 담은 앱을 만들었는데 반응이 좋았다.

김 대표의 선배 실험실뿐만이 아니다. 국내 산업발전에 이바지한 과학기술자들. 이들의 연구실에서 세계 최첨단의 제품들이 탄생했지만 정작 결과물을 얻기위해 사용된 다양한 화학약품은 20세기 초에 관리하는 방식과 다를 바 없었다.

스마트잭의 랩매니저는 그동안 긴 영어이름으로 된 화학약품을 구매부터 관리까지 일일이 손으로 작성했던 것을 스마트폰 카메라로 라벨이나 바코드를 찍으면 자동으로 입력된다. 스마트잭은 랩매니저의 기능과 관련해 지난해 12월 말 국내 최초로 '유해인자 자동 등록' 특허를 출원했다.

2020년 가을, 스마트잭은 컨소시엄을 구성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처음으로 실시하는 58억원 규모의 '2020년 연구실별 유해인자 현황조사사업'을 수행했다. 김 대표는 "50억원 이상의 국가과제에 스타트업이 참여하는 경우가 거의 없는데 이 과제를 수행할 수 있는 기술이 우리가 유일하게 있어서 선정됐다"고 말했다. 국가과제 선정이 터닝포인트가 됐다. 과제 선정 여파가 실제 여러 대기업에서 랩매니저를 사용하겠다는 문의로 지금까지 계속 이어져 오고 있다.

김 대표는 올해 계획이 세가지. 첫째로 바이오연구실까지 확장을 꾀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주로 화학물질을 다루는 연구실 사업을 해왔다. 바이오 연구실의 다양한 항원물질은 화학약품처럼 인쇄된 라벨이 없어 앱이 인식할 수 없었다. 김 대표와 스마트잭 식구들이 지난해 말 결국 앱이 항원물질을 인식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

두번째 지난 18일 오픈한 랩매니저 스토어 활성화다. 김 대표는 "시약 관리는 등록부터 사용 현황 파악, 폐기 후 구매까지를 포함한다"면서 "시약 구매창구 역할을 하는 마켓을 준비해왔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미국 진출이다. 미국 시장은 1조5000억원 시장이라고 보고 있는 국내보다 10배 크다.
김 대표는 "현재 미국에 스마트잭과 유사한 스타트업이 두곳이 있는데 그들이 가지고 있는 기능은 랩매니저보다 못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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