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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루밍 성폭력' 마릴린 맨슨은 누구인가?

정순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2.03 15:58

수정 2021.02.03 16:32

2016년 마릴린 맨슨 내한공연 당시 포스터 / 사진=fnDB
2016년 마릴린 맨슨 내한공연 당시 포스터 / 사진=fnDB
마릴린 맨슨(52·사진)의 닉네임은 '프린스 오브 다크니스(Prince of Darkness)'다. 그의 별명에 걸맞는 일이 벌어졌다. 미국 여배우 에반 레이철 우드(34)는 2일(한국시간) 마릴린 맨슨으로부터 장기간 성적 학대를 당해왔다고 폭로했다.

그녀의 진술은 구체적이다. 그녀는 인스타그램 게시글에 "그는 내가 10대였을 때 나를 그루밍(피해자를 심리적으로 길들이는 성범죄 수법)하기 시작했고, 몇 년간 끔찍하게 학대했다. 나는 세뇌당했고, 복종하도록 조종됐다"고 적었다.
그녀는 이어 "그가 더 많은 이들의 삶을 망치기 전에 위험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세상에 알리려 한다"며 성폭력 피해 사실을 폭로한 이유를 설명했다.

가수, 작곡가, 배우, 화가로 활동하고 있는 마릴린 맨슨이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초반이다. 섹스 심벌 마릴린 먼로와 희대의 살인마 찰스 맨슨의 이름을 조합해 밴드명을 정한 마릴린 맨슨(본명 브라이언 휴 워너)은 유리스믹스의 히트곡 '스위트 드림스(Sweet Dreams)'를 리메이크한 '스마일스 라이크 칠드런(Smells Like Children·1995년)'이 밀리언셀러를 기록하면서 세계적인 가수로 성장했다. 이어 발표한 헤비메탈 곡 '안티크라이스트 수퍼스타(Antichrist Superstar·1996년)', '메카니컬 애니멀(Mechanical Animal·1998년)' 등도 빌보드차트 상위권에 진입하면서 인기를 얻었다.

짙은 화장과 검은 의상, 자극적인 퍼포먼스로 유명한 그는 악마를 숭배한다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실제로 콜럼바인 고교 총기난사 사건(1999년)이 발생했을 때 용의자들의 집에서 그의 앨범이 쏟아져나오면서 보수적인 학부모들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았다.

마릴린 맨슨은 이번 사건으로 인생 최대의 위기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본인은 "최근 나를 향한 여러 주장들은 현실을 끔찍히 왜곡하고 있다"며 시치미를 떼고 있지만 비슷한 증언이 연이어 터져나오고 있어서다. 그의 개인비서로 일했던 애슐리 월터스와 동료 예술가 가브리엘라, 댄 클리어리 등도 이날 마릴린 맨슨이 학대와 성폭행을 일삼았다며 에반 레이철 우드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그가 '어둠의 왕자'인지 아닌지 밝혀지기까지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을 듯하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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