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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변은 없었다 '미나리' 골든글로브 최우수 외국어영화상 후보 지명

신진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2.04 00:17

수정 2021.02.04 07:54

영화 '미나리' 배우들과 정이삭 감독 / 판씨네마 제공
영화 '미나리' 배우들과 정이삭 감독 / 판씨네마 제공

[파이낸셜뉴스] 이변은 없었다. 앞서 '미나리'를 외국어영화로 분류해 인종차별 논란을 일으켰던 제78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이 '미나리'를 최우수 외국어영화상 후보로 호명했다.

골든글로브 시상식은 할리우드 영화와 TV업계를 취재하는 외국 언론인들의 조직인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가 주관하는 상이다. 영화 속 대화의 50% 이상이 영어가 아니라는 기존 규정에 따라 '미나리'를 미국영화가 아니라 외국어영화로 분류했다. 외국어영화상으로 분류되면 작품상을 받을 수 없다. 지난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이 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과 각본상을 수상했다.


3일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미나리'는 덴마크의 '어나더 라운드' 프랑스-과테말라 합작의 '라 로로나' 이탈리아의 '라이프 어헤드', 미국 프랑스 합작의 '투 오브 어스' 등과 경합을 하게 됐다.

미국 내 각주와 도시에서 열린 비평가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20차례 수상한 윤여정의 연기상 후보지명은 불발됐다.

‘미나리’는 한국계 미국인 감독 정이삭이 연출하고, 할리우드의 유명 배우이자 제작자인 브래트 피트의 플랜B가 제작했다. 한국계 미국인 배우 스티브 연이 주연하고, 공동 프로듀서를 맡기도 했다.

앞서 영화 '페어웰'의 룰루 왕 감독은 '미나리' 논란에 대해 자신의 SNS에 "올해 '미나리'보다 더 미국적인 영화를 본 적이 없다"며 '미나리'의 외국어영화 분류를 비판했다. 시트콤 '김씨네 편의점'에 출연 중인 아시아계 배우 앤드루 풍도 "미국에서 미국인이 주연하고 미국인이 연출하고 미국 회사가 제작한 아메리칸드림에 대한 영화가 왜 외국 영화인지 모르겠다"며 "슬프고 실망스럽다"고 지적했다.

영화진흥위원회의 해외통신원으로 활동하는 훙수경 영화 칼럼니스트는 “골든글로브 시상식의 '미나리' 외국어영화상 논란은 지난 몇년간 미국 사회 전반에 퍼지고 있는 있는 다양성의 가치를 완전히 거스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히려 아카데미가 다양성을 반영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기에 윤여정 배우의 오스카 여우조연상 후보 지명이 좀 더 긍정적일 것"으로 기대했다.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이나 (한국계 미국인 제니 한 작가의 넷플릭스 히트작)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등과 같이 지난 몇 년간 할리우드에서 아시아계 영화인들이 대중영화를 만들거나 출연해서 크게 성공한 사례가 늘고 있다”며 “백인 중심 문화를 바꾸자는 취지의 ‘블랙 라이브즈 매터(BLM) 운동에서도 알 수 있듯, 미국 사회 전반에 다양성이 따르고 지켜야할 가치로 자리 잡고 있다”며 현지의 분위기를 전했다.

■ 윤여정, 연기상 후보 지명과 상관없이 이미 훌륭한 연기자

‘미나리’는 2020 선댄스영화제 심사위원대상 및 관객상, 2020 미국영화연구소(AFI) 올해의 영화상, 2020 전미비평가위원회 여우조연상 및 각본상, 보스턴비평가협회 여우조연상 및 음악상 샌프란시스코비평가협회 여우조연상 및 각본상 등을 수상했다. 윤여정은 20관왕을 기록하며 오스카에 한발짝 다가갔다.

‘미나리’의 연출과 각본에 참여한 한국계 미국인 정이삭 감독은 ‘문유랑가보’로 제60회 칸 영화제에서 신임감독상에 해당하는 황금 카메라상을 수상했다.

미국 연예매체 버라이어티는 아카데미 예측 기사에서 윤여정을 유력 여우조연상 후보로 꼽았다. 만약 윤여정이 후보 지명되면 아시아 배우로는 '사요나라'의 우메키 미요시, '모래와 안개의 집'의 아그다슐루 쇼레, '바벨'의 기쿠치 린코에 이어 네 번째다. 이중 1957년 우메키 미요시만 상을 들어 올렸다.

홍수경 칼럼니스트는 "현지 언론이 꼽는 올해 오스카 유력 여우조연상 후보는 ‘맹크’의 아만다 사이프리드와 ‘보랏 속편’의 마리아 바칼로바, ‘피시즈 오브 어 우먼’의 엘렌 버스틴, ‘더 파더’의 올리비아 콜먼"이라며 "윤여정은 이 상의 후보 지명 혹은 수상 여부를 떠나 이미 훌륭한 연기자로 오히려 미국 관객들이 윤여정의 연기를 보게 된 게 축복이 아닐까 싶다"고 덧붙였다.

'미나리'는 "'기생충'을 이을 오스카에서 주목할 작품"(데드라인 할리우드 데일리),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영화"(LA Times), "자전적인 영화에 대한 아름다운 롤 모델로 남을 작품"(롤링스톤) 등 외신의 호평을 받았다.


봉준호 감독은 3월 '미나리' 국내 개봉을 앞두고 최근 영화전문지 '씨네21'에서 윤여정과 가진 대담 인터뷰에서 '미나리'를 "아름답고 보편적인 영화"라고 평가하며 “배우 윤여정 55년 연기 인생에 역대 가장 사랑스러운 캐릭터”라고 말했다. “유니크하고 강렬한 캐릭터들을 많이 연기해왔는데, ‘미나리’에서도 일반적인 할머니의 상을 비껴가는, 가사노동을 하지 않는 할머니 캐릭터라 어딘지 통쾌하고 좋았다”며 전형적인 여성상에 저항해온 윤여정의 연기 인생을 높이 샀다.


한편 93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후보 발표는 3월 15일이며, 시상식은 4월 25일에 열린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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