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LH 직원 신도시 땅 투기' 의혹, 일파만파 확대 조짐

김규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3.02 18:04

수정 2021.03.02 18:26

2일 서울 자하문로 참여연대에서 열린 '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의 광명·시흥 신도시 사전투기의혹 공익감사청구' 기자회견에서 참여연대 관계자들이 땅투기 의혹을 받는 LH공사 직원의 명단과 토지 위치를 공개하고 있다. 사진=김범석 기자
2일 서울 자하문로 참여연대에서 열린 '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의 광명·시흥 신도시 사전투기의혹 공익감사청구' 기자회견에서 참여연대 관계자들이 땅투기 의혹을 받는 LH공사 직원의 명단과 토지 위치를 공개하고 있다. 사진=김범석 기자

[파이낸셜뉴스]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광명·시흥 신도시 땅투기 의혹에 무더기 연루되면서 이번 사건이 일파만파 확대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번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국민의 주거안정을 최전선에서 보호해야 하는 주택분야 공기관의 신뢰성에 적잖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LH, 관련자 직무배제..변창흠 "청렴 조직문화 노력해야"
LH는 2일 신도시로 지정된 광명·시흥 일대 부동산을 투기 목적으로 사들였다는 의혹이 제기된 직원 12명을 직무에서 배제했다고 밝혔다. LH는 "이날 투기 의혹이 제기된 관련자 전원에 대해 직무에서 배제하는 등 인사 조치를 단행했다"며 "자체적인 전수 조사에도 착수했다"고 했다.


이날 오전 참여연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기자회견을 열고 2018~2020년 사이 LH 직원들이 2만3000㎡(10개 필지, 100억원대)의 지분을 나누어 매입했단 의혹을 제기했다. 참여연대와 민변이 투기와 관련 파악한 LH 직원은 14명이다.

LH는 "현재 근무 중인 직원은 12명으로 파악됐고, 사안이 중대한 만큼 직부 배제 조치를 내렸다"면서 "나머지 2명은 동명이인이거나 과거 근무했던 직원"이라고 설명했다.

LH는 내부적으로 자체조사에 착수한 데 이어, 감사원 등 관계 기관의 조사가 있을 경우 적극 협조한다는 입장이다. 또 조사 결과 관련 법령 등에 따라 조치하겠다는 방침이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도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가진 산하 공기업 및 준정부기관 기관장들과의 간담회에서 "최근 스티비상 수상과 관련해 공공기관이 세금을 낭비했고, LH 임직원들이 사전투기를 했다는 의혹이 언론에 보도된 바 있다"며 "기관장 여러분이 경각심을 가지고 청렴한 조직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논란이 된 LH 직원들의 광명·시흥지구 투기 의혹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국토부와 LH는 이번 의혹에 엄정 대응할 뜻을 밝혔다. 국토부는 참여연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의 기자회견 직후 설명자료를 통해 "국토부와 LH는 광명·시흥 신도시 관련 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에 대해 철저히 조사할 계획"이라며 "위법사항이 발견될 경우에는 수사의뢰 또는 고소·고발 등 엄정 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LH는 "민변·참여연대 기자회견 내용에 대해 사실관계 확인을 위한 자체조사에 착수했다"며 "이와 관련해 감사원 등 관계 기관의 조사가 있을 경우 적극 협조하고, 조사결과 관련 법령 등에 따라 조치할 예정이다"고 했다.

앞서 이날 오전 참여연대·민변은 기자회견을 열고 2018~2020년 사이 LH 10여명이 2만3000㎡(10개 필지, 100억원대)의 지분을 나누어 매입한 정황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공공주택특별법에 따르면 업무 중 알게 된 정보를 목적 외로 사용하거나, 타인에게 제공 또는 누설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100억대 투기 의혹..수사 어디까지 가나
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중 최대 규모로 지정된 광명·시흥지역에 100억원대 '땅 투기' 의혹이 제기됨에 따라 수사 확대 가능성도 점쳐진다.

LH 직원들의 '땅 투기'의혹에 대한 수사가능성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과 참여연대가 기자회견을 통해 검찰 직접 고발 조치도 불사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의혹을 제기한 민변은 이날 LH에 대한 감사원 공익감사를 청구하면서 감사원 감사 결과 '문제 없다'고 결론이 나올 경우, 이같은 수순을 밟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시민단체들의 강경한 입장은 우선 LH직원들의 토지 취득 과정 분석결과, 허위적인 요소들이 상당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김태근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위원장(변호사)은 "LH직원들이 산 땅은 다 농사를 져야만 취득할 수 있다"며 "영농계획서를 내야하는데 LH 직원으로 일하면서 농사를 병행한다는건 어려운 부분이다. 허위 내지는 과장된 영농계획서를 제출해 소유권 이전 등기를 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김 변호사는 "2018년은 3기 신도시가 추진됐던 시점인데 해당 지역이 신도시로 개발된다는 정보를 갖고 이런 매매가 추진됐을 가능성이 높다"며 "LH 자체에서 조사해 해임이나 정직 등 중징계를 해야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은행 대출 추이도 사전 정보를 활용한 증거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토지매매를 위한 대출이 특정은행에 몰려있느냐'는 질문에 "특정은행에 몰려있는게 많다"며 "또 거래 규모 금액 자체가 크다. 한건당 10억원이 넘는 경우도 있고 상당 부분 대출을 받았다. 확신이 없다면 손실을 볼 수 있기 때문에 확실한 정보를 가지고 추진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했다.

참여연대와 민변은 광명·시흥을 비롯한 다른 3기 신도시에 대한 전수조사도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결국 'LH 광명·시흥 투기 의혹'은 어떤 형식으로 시작되든 수사를 피할 수는 없게 된 모양새다.

국토교통부는 LH와 함께 전수조사에 나섰다. 국토부 공공택지기획과 관계자는 "국토부와 LH가 우선 전체 토지소유주 리스트와 LH 전체 직원 리스트를 대조하는 방식으로 전수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조사를 해서 위법 사항이 발견되면 수사의뢰를 하든 권고를 하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동산 내부자 거래 행위에 대한 현행법은 없다. 다만 민변은 LH 직원들의 행위는 부패방지법상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업무상 비밀이용죄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부패방지법은 공직자윤리법에 나와 있는 이들을 법 적용 대상으로 본다고 했는데, 공직자윤리법에는 공직유관단체 및 임직원이 포함된다는 것이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인 이강훈 변호사는 "공공주택사업이 좋은 취지에도 (이런 형태가 반복된다면) 국민들의 불신은 커질 수 밖에 없고 수용 대상 지역에서 오랜 기간 거주하거나 생계를 유지하다가 토지를 강제로 수용당하는 주민들은 심한 박탈감을 느낄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시민단체 활빈단은 이날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투기 의혹'에 연루된 LH 직원 14명과 이들의 가족을 공직자윤리법상 이해충돌 방지의무 위반과 부패방지법상 업무상 비밀이용 금지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활빈단은 "광명·시흥 신도시 전체로 수사를 확대해 배우자나 친인척 명의로 취득한 경우까지 밝혀내고, 3기 신도시 전체에 걸쳐 공공주택사업에 많은 정보를 접할 수 있는 국토교통부 공무원과 LH 임직원들의 토지 소유 의혹에 대해 전수 조사 등 엄정 수사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고발 내용을 보고 수사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gloriakim@fnnews.com 김문희 성초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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