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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공수처 출범이 검찰개혁 ‘완성’ 아니었나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3.04 18:00

수정 2021.03.04 17:59

[서초포럼] 공수처 출범이 검찰개혁 ‘완성’ 아니었나
2019년 10월 15일 당시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공수처를 뺀 검찰개혁은 앙꼬 없는 찐빵"이라며 공수처법 패스트트랙 처리에 결기를 보인 바 있다. "공수처 완성이 검찰개혁의 완성이다. 국회에서 논의해온 지 어언 24년, 국민이 염원하는 공수처가 하루빨리 완성돼야 할 것이다." 2020년 10월 14일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의 발언이다. 공수처법은 통과됐지만 처장 추천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던 상황에 유감을 표한 것이다.

"공수처 출범은 검찰의 과도한 권력을 분산시켜 서로 견제하게 하는 권력기관 개혁의 제도적 완성입니다.
" 2020년 12월 12일자 민주당 최인호 수석대변인의 브리핑 내용이다. 공수처장 추천위원회에서 야당의 비토권을 무력화한 공수처법 개정안을 강행 통과시킨 이유를 설명하는 것이었다. '공수처 설치가 검찰개혁의 완성'이란 건 정부·여당의 일관된 논리였다. 2020년 12월 15일 문재인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은 그 완결판이다. "오늘 국무회의를 거쳐 공수처 관련법, 경찰법, 국정원법 등 국회가 진통 끝에 입법한 권력기관 개혁법률들을 검토하게 됩니다. 한국 민주주의의 오랜 숙원이었던 권력기관 개혁의 제도화가 드디어 완성됐습니다. 특히 공수처는 권력기관 개혁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문 대통령의 말처럼 드디어 완성된 '권력기관 개혁의 핵심'인 공수처가 본격 활동을 앞두고 있다. 처장과 차장이 임명됐고, 검사와 수사관 선발이 진행 중이다. '공수처 완성이 검찰개혁의 완성'이라고 했으니 "다 이루었다"는 축배를 들어 마땅하다. 정부·여당이 그토록 애써 '앙꼬가 가득 든 찐빵'을 만들었으니 국민 모두가 편히 즐길 시간이 오지 않았는가. 공수처, 국가수사본부, 검찰, 경찰, 국정원 등 권력기관들이 서로 견제하며 범죄를 척결하고 다투어 국민의 인권을 보장하는 태평성대가 됐으니 말이다. 그런데 아직도 검찰개혁은 완성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번에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만들어야 검찰개혁을 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여권은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검찰이 보유한 6대 중대범죄 수사권을 이관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을 개정, '검사가 범죄를 수사한다'는 내용을 없애 버린다고 한다. 검사는 수사 대신 공소 제기·유지 권한만 갖게 하겠다는 것이다. 수사와 기소를 분리해야 검찰개혁의 완성이라고 한다. 참으로 의아하다. '공수처가 검찰개혁의 완성'이라고 했던 건 허언이었나. 그토록 어렵게 만든 게 여전히 '앙꼬 없는 찐빵'이란 말인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

중수청 찬반 양론 모두 해외 사례나 논거에 있어 자신들에게 유리한 일면만 제시하고 있다. 어느 쪽이든 반쪽의 진실 혹은 거짓으로 국민을 호도하는 것이다. 중수청 혹은 수사와 기소 분리에 대한 견해는 다시 밝힐 기회가 있을 것이다. 지금은 일단 '공수처 완성이 검찰개혁의 완성' '공수처 출범은 권력기관 개혁의 제도적 완성' 등으로 설명해 왔던 정치인들의 해명을 요구한다. '완성'의 의미를 오해할까 염려되어 새삼 국어사전을 들춰 보았다.
"어떤 일을 다 이루어 완전한 것으로 만듦." 공수처 설치로 완성됐다고 주장한 검찰개혁에 어떤 문제가 있었고, 왜 또 다른 검찰개혁이 필요한지 국민에게 설명해야 한다. 평범한 국민이 이해하는 완성이라는 단어를 정치인들이 쓸 때는 의미가 달라지는가. 정치인들의 말이 손바닥 뒤집듯 어제와 오늘 다르다 해도 이건 아니라고 지적할 수밖에 없다.
이토록 쉽게 말이 바뀌는 걸 보면 언젠가 공수처 분리법을 개혁의 명분으로 들고 나오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겠는가. '수사권과 기소권을 함께 가진' 공수처가 살아 있는 권력을 수사하게 될 경우 말이다.

노동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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