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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디지털 양병론

구본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3.04 18:00

수정 2021.03.04 18:00

디지털 대전환이라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해 전문 인력 양성이 국가적 과제로 떠올랐다. 사진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광주지역본부의 창업사관학교 2기 입교 대상자모집 포스터. /사진=뉴시스
디지털 대전환이라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해 전문 인력 양성이 국가적 과제로 떠올랐다. 사진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광주지역본부의 창업사관학교 2기 입교 대상자모집 포스터. /사진=뉴시스
디지털 인재 육성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다. 빅데이터 인재 양성론, 블록체인 10만 무장론, 인공지능(AI) 100만 양병론 등이 그것이다. 연초부터 재계와 학계는 물론 정계에서 유행어인 양 회자되는 화두들이다.

지난해 코로나19 충격파로 지구촌은 온통 디지털 물결에 휩싸였다.
각국은 비대면 경제 등 디지털 전환으로 활로를 찾아야 했다. 한국 경제도 이런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려 애썼지만 속도를 따라잡지 못해 대가를 치렀다. 얼마 전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고용 동향'을 보라. 제조업 전반의 고용부진에다 코로나19로 인해 대면서비스업 일자리가 줄면서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취업자가 최대 폭으로 감소했다. 반면 일부 정보기술(IT) 업종은 극심한 구인난을 겪었다.

이런 일자리 미스매치는 '네카라쿠배'란 조어에서도 확인된다. 네이버, 카카오, 라인, 쿠팡, 배달의민족의 앞 글자를 딴 말이지만, 플랫폼 기업들의 인재 확보 경쟁이 그만큼 뜨겁다는 방증이다. 최근 대학 졸업자들이 '네카라쿠배' 취업을 선호하면서 게임업계의 연봉인상 러시 등 IT 업계 전체로 인재 쟁탈전이 확대되는 기류다. 국내 대학들이 산업 현장에서 꼭 필요한 디지털 전문인력을 길러내지 못한 결과다. 하드웨어 양성에 치중하느라 더 중요한 소프트웨어 교육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는 얘기다.

조선 중기 명신 율곡 이이는 임진왜란에 앞서 '10만 양병설'을 제기했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이후 이를 두고 진위 논란이 그치지 않았을 만큼 당시 조정은 당쟁에 매몰돼 그런 유의 경고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던 모양이다.
이로 인한 참혹한 결과를 상기한다면 최근 거론되는 각종 디지털 양병론은 만시지탄이란 인상이 들 정도다. 율곡이 살던 무렵 조선의 인구가 420여만명이었다고 한다.
글로벌 디지털 대전을 앞둔 지금 한국에는 100만 디지털 전사를 키워도 부족하다는 느낌이 든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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