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과학

북반구 오존층 파괴물질 남극까지 갔다

김만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3.05 09:40

수정 2021.03.05 09:40

극지연구소, 프레온가스 대체물질 HCFC 남극 출현 확인
2016년 이후 배출량 80~95% 중국서 발생한 것으로 분석
남극. 게티이미지 제공
남극. 게티이미지 제공


[파이낸셜뉴스] 극지연구소는 북반구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3종의 오존층 파괴물질을 남극세종과학기지에서 관측했다고 5일 밝혔다.

연구진은 수소염화불화탄소(HCFC)의 일종으로 남극에서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이 가운데 1종은 다른 지역에서도 관측된 적이 없는 물질이다. HCFC는 오존층 파괴의 주범으로 알려진 프레온가스 할로겐화합물(CFCs)을 대신해 에어컨 냉매 등으로 사용돼 왔다.

연구진은 세종기지에서 관측된 3종의 수소염화불화탄소는 남반구에서 생산되지 않는 물질로, 북반구에서 유입된 것으로 보고 있다. 대기 중 농도와 농도의 증가 속도가 호주에 위치한 관측소의 측정값과 같은 것으로 미뤄볼 때, 수소염화불화탄소는 남반구 중고위도 대기에 균일하게 퍼져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수소염화불화탄소 3종의 대기 중 농도는 최근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지난 2016~2019년 4년간 연 평균 710~2300톤이 배출된 것으로 파악됐다.
2016년 이후 배출량의 80~95%는 동북아시아, 특히 중국에서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극지연구소와 스위스연방 재료시험연구소 폴머 박사 등 국제공동연구팀은 전 세계 오존파괴물질 관측망에서 3종의 수소염화불화탄소를 감지했다. 세종기지는 남극 기지 가운데 유일하게 이번 연구에 참여해, 남극에까지 수소염화불화탄소가 퍼졌음을 밝히는 데 기여했다.

국제사회는 오존파괴물질의 생산과 사용을 멈추자며 1989년 몬트리올의정서를 발효했으며, 할로겐화합물보다 위력이 덜한 수소염화불화탄소도 규제 대상에 포함돼 있다. 몬트리올의정서에 따르면, 선진국은 2020년까지, 개발도상국은 2030년까지 수소염화불화탄소 생산을 금지해야 한다.

남극 세종과학기지는 1988년 설립된 이후 기상관측 임무를 수행해왔으며, 2010년 세계기상기구(WMO)의 지구대기감시 프로그램 관측소로 지정돼 지구대기환경 변화를 관측하고 있다.
이번 오존층 파괴물질 추적 연구에는 2007년 이후에 관측한 자료들이 사용됐다.

이태식 극지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산업활동이 금지된 남극에서 오존층 파괴물질이 직접 방출될 가능성은 없기 때문에, 남극 가장자리에 위치한 세종기지 기후변화관측소는 북반구로부터 남극으로 유입되는 파괴물질을 추적하는 데 앞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 2월호에 게재됐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