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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한집 주소 18·20세 청년, 공공개발 빌라 빚없이 2채 샀다

김학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4.20 06:00

수정 2021.04.20 06:00

2·4대책 이전 투기자금 유입 의혹
15세 중학생, 2.4대책 발표 직전 무대출 빌라 매입
역세권 매물 동났다 "집 안보고 계약"
강남3구서 역세권 공공개발 원정 매입
정부, 이상거래 동향 파악한다더니..'묵묵부답'
서울 영등포역세권 부지 모습. 사진=뉴스1화상
서울 영등포역세권 부지 모습. 사진=뉴스1화상
[단독]한집 주소 18·20세 청년, 공공개발 빌라 빚없이 2채 샀다

[파이낸셜뉴스] #1. 서울 송파구 잠실 소재 아파트가 주소지인 15세 A군은 올해 2월 초 쌍문역 인근에 위치한 빌라를 대출 없이 1억3000여만원에 매입했다. 8년간 거래가 없던 해당 빌라를 A군은 2.4대책 발표 직전 사들였다.

#2. 서울 노원구 중계동 아파트가 주소지인 18세 B군과 20세 C씨는 지난해 11월 말 나란히 수유역 인근에 있는 빌라를 한 채씩 나눠 각각 1억4300만원, 2억500만원에 매입했다. B군과 C씨가 매입한 빌라들은 모두 2011년 이후 거래된 바 없었다.

#3. 경기도 수원을 주소지로 둔 22세 D씨는 올해 2월초 미아사거리역 인근의 빌라를 1억6000만원에 대출을 끼지 않고 사들였다. 수원을 주소지로 하고 있는 E씨도 지난해 1월 대출 없이 3억5000만원에 용두역 인근 빌라를 사들였다.
해당 빌라는 2018년에는 2억9800만원에 매매됐었다.

2·4대책의 일환으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주도해 개발하는 역세권 도심공공주택 복합개발사업구역에 투기자금이 미리 들어왔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실제 자녀 명의를 이용하거나, 2채를 동시에 사들인 빌라 매입이 해당 사업구역에서 다수 포착돼서다. 심지어 해외동포들도 최근까지 투자했고, 수년 전부터 보유한 사례도 나와 해당 지역 개발에 대한 기대감에 투기자본이 2·4대책 이전부터 활발히 들어왔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19일 파이낸셜뉴스가 서울 금천·도봉·영등포·은평·강북·동대문 등 도심공공주택 복합사업대상지 역세권사업 17개 지역의 다세대·연립주택 460곳 등기부등본 전수조사한 결과, 10대와 20대 소유주가 총 35명이었고 이들 중 28명은 지난해 1월 이후 매물을 사들였다. 아울러 서울 강남3구(강남·송파·서초)에 주소를 두고 있는 사람들을 비롯해 고가 아파트에 주소지를 둔 인사들이 해당 사업지역 빌라를 최근에도 매입했다.

■"집도 안보고 계약했다"

지난 2018년 부터 도심 역세권 주택 공급 가능성이 흘러나왔고, 최근 LH 직원들의 땅 투기 사태까지 겹쳐 LH 주도 개발사업에 대한 의구심은 커지고 있다. 이에 본지가 도심 역세권 사업 내 주택 전수조사로 살펴본 결과 이상거래 의혹 사례들이 곳곳에서 관찰됐다.

강원도 원주를 주소지로 둔 24세 F씨는 청량리역 인근 빌라를 지난해 7월 3억원 가까이 무차입 매입했고, 도봉구 인근이 주소인 24세 G씨는 올해 2월께 1억2500만원에 방학역 인근 빌라를 샀다.

실제 도봉구 일대 창동, 방학동 도심공공주택 복합사업대상지는 이미 지난 하반기부터 빌라 품귀 현상과 맞물려 실수요뿐 아니라 원정투자자들의 부동산 쇼핑으로 매물이 동이 난 상태다.

방학역 인근 복합사업 대상지의 경우 현재 매물은 없는 상태이고 지난 하반기 집중적인 거래가 이뤄졌다는 것이 인근 공인중개업소의 전언이다. 방학역 인근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지방에서 올라온 '역원정투자' 바람까지 불었다"며 "(투자수요이다 보니) 집 매물도 보지 않고 계약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상동향 거래 의혹 사례 많아"

해당 지역 개발에는 짧게 잡아도 5년 이상이 걸려 토지주 등의 자금이 묶이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가격이 저렴한 데다 전세수요가 충분해 자녀 등 가족 명의로 사두고 개발 후까지 기다리면 저절로 수익이 보장된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정부의 공공개발로 들어가는 각종 특혜가 '주거복지'나 '공급확대'의 순기능보다 결국 외부 투자자의 몫으로 귀착된다는 점이다.

빌라를 2채씩 보유한 사례도 6건 이상 파악돼 향후 해당 지역 개발이 현실화될 경우 수익성은 높아질 전망이다.

인천 계양구가 주소지인 H씨와 강서구가 주소지인 I씨는 지난해 7월 청량리역 인근 빌라를, 목동이 주소지인 J씨는 2019년 11월과 12월에 영등포역 인근 빌라를, 성북구 길음동이 주소지인 K씨는 지난해 5월과 7월에 미아사거리역 인근 빌라를 2채씩 사들였다.
재외동포까지 해당 지역 빌라를 매입할 정도로 해당 지역에 대한 매매 움직임은 활발했다는 지적이다. 실제 미국 로스앤젤레스가 주소지인 동포 L씨는 지난해 1월께 4억1500만원에 빌라를 무차입 매입했다.


이와 관련, 국토위 소속 여권 관계자는 "정부 차원에서 후속조치 검토한다고 했으니 기본정비가 된 후에 국회에서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필요하다면 당정협의도 해야 하는데 아직은 그런 여건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김현우 전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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