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무심코 썼던 이모티콘이 '남혐'이라고?… 일상으로 스며든 '젠더 갈등'

윤홍집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5.09 17:52

수정 2021.05.09 17:52

허버허버·오조오억·힘조 등
자신들만의 혐오표현 만들어
뜻 모르고 쓴 일반인 남혐 눈총
"지나치다" 댓글논쟁 시끌버끌
30대 여성 최모씨는 최근 '허버허버'가 적힌 이모티콘을 사용하다가 '남혐이냐'는 눈총을 받았다고 말했다. 독자 제공
30대 여성 최모씨는 최근 '허버허버'가 적힌 이모티콘을 사용하다가 '남혐이냐'는 눈총을 받았다고 말했다. 독자 제공
편의점 GS25는 지난 1일 전용 모바일 앱에 경품 증정 홍보 포스터를 올렸다가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오른쪽 사진 중 맨 왼쪽이 처음 광고 포스터, 가운데가 1차 수정된 포스터, 맨 오른쪽이 최종 수정된 포스터. 뉴스1
편의점 GS25는 지난 1일 전용 모바일 앱에 경품 증정 홍보 포스터를 올렸다가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오른쪽 사진 중 맨 왼쪽이 처음 광고 포스터, 가운데가 1차 수정된 포스터, 맨 오른쪽이 최종 수정된 포스터. 뉴스1
#. 30대 여성 최모씨는 최근 카카오톡 이모티콘을 보내다가 "남혐이냐"는 질문을 받았다. 해당 이모티콘에 적힌 '허버허버'가 남성 혐오 표현이라는 이유에서다.
허버허버의 뜻을 몰랐던 최씨는 억울한 동시에 당황스러웠다. 최씨는 "이 이모티콘을 자주 써왔는데 그동안 나를 '남혐'이라고 생각한 사람이 얼마나 많았을까 걱정이 된다"라고 하소연했다.

■"이게 남혐?" 구분하기 어려워

9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따르면 이른바 '남성 혐오'라 불리는 표현들이 SNS를 중심으로 빠르게 번지고 있다. 이러한 표현들은 랜선을 타고 공유될수록 출처와 의미가 불분명해지기 때문에 일상으로도 쉽게 스며드는 상황이다. 이탓에 해당 표현을 모르고 썼다가 비난 받는 사례까지 늘고 있다고 한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일부 커뮤니티에서 자신들만의 혐오 표현을 만들고 광범위하게 퍼나르면서 '허버허버' '힘조' '오조오억' 등 의미가 불분명한 말들이 만들어지고 있다"라며 "혐오의 경계가 애매하고 표현이 많아지다보니 일반인들은 뭐가 뭔지도 모른 채 사용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그는 "이미 일상 속에 혐오 표현이 뒤석이고 있어서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라며 "뜻을 모르고 썼다가 비난을 받거나, '이게 왜 혐오 표현이냐'며 억울해하는 사례가 나올 수 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특정 표현을 사용했다가 '남혐' 의심을 받았다는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20대 여성인 김모씨는 최근 지인에게 '화이팅'을 대신해 '힘조'라는 표현을 사용했다가 '눈총'을 받았다고 한다. 김씨는 주변 여성 친구들이 '힘조'를 쓰는 것을 보고 유행어라고 생각해 무심코 적었으나, 돌아온 건 '남혐이냐'는 질문이었다고 전했다. 김씨는 "유튜브 등을 보면 말 실수했다가 매장 당하는 사례가 많은데, 나한테도 유사한 일이 일어날 줄 몰랐다"고 전했다.

■젠더갈등 고조…혐오논란 이어질 것

이러한 표현은 기업이나 방송을 통해 전해질 때 논란이 증폭된다. 최근 치킨 프랜차이즈 비비큐는 사이드 메뉴인 '소떡' 관련 홍보 이미지가 남성 혐오를 일으킨다는 논란이 일면서 사과했다. BBQ는 "논란의 여지를 미연에 방지하지 못한 부분에 반성하며 사과드린다"고 입장을 밝혔다.

앞서 편의점 GS25는 지난 1일 전용 모바일 앱에 경품 증정 홍보 포스터를 올렸다가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포스터 속 상징물이 남성 비하 목적의 그림과 유사하다는 지적이었다. 또 코미디TV 예능프로그램 '맛있는 녀석들'은 남성혐오 표현이라 불리는 '허버허버' 등을 자막으로 사용해 비난받은 바 있기도 하다.

온라인상에선 혐오 표현을 둘러싸고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다. 이러한 표현을 사용한 기업 등에 대해 불매운동을 하겠다는 반응이 있는가하면, 지나친 의미 부여라는 의견도 잇따랐다.
실제로 한 관련 기사에는 "기사를 보고 허버허버를 처음 들었다"며 "자기들만 쓰고 듣는 단어를 모두가 아는 것처럼 여기지 마라"는 댓글이 달려 수십개의 좋아요가 찍혔다.

전문가는 이러한 갈등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 문화평론가는 "온라인은 익명이자, 원초적인 정서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공간"이라며 "젠더갈등이 고조될수록 특정 성별을 조롱하는 표현이 많이 생길 것. 당분간은 혐오 논란이 이어질 수 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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