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정치

하루 6000명대 확진에도… ‘돈과 정치’에 끌려가는 도쿄올림픽 [글로벌 리포트]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5.16 17:30

수정 2021.05.16 18:49

日 내부서 연일 커지는 ‘취소론’에
스가 "권한은 IOC에 있다" 한발 빼
취소 땐 3조엔 넘는 투자비용 손실
‘올림픽 효과’로 총리 연임 속내도
IOC의 개최 고수 이유도 결국 ‘돈’
취소 땐 방송중계권료 등 거액 손실
배상책임 논란에 바흐체제도 흔들
"개최 강요 바흐는 바가지 남작" 비판
하루 6000명대 확진에도… ‘돈과 정치’에 끌려가는 도쿄올림픽 [글로벌 리포트]
하루 6000명대 확진에도… ‘돈과 정치’에 끌려가는 도쿄올림픽 [글로벌 리포트]
지난 9일 도쿄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올림픽 육상 경기 테스트 대회 장면. 이날 경기장 밖에서는 올림픽 취소 시위가 열렸다. 로이터뉴스1
지난 9일 도쿄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올림픽 육상 경기 테스트 대회 장면. 이날 경기장 밖에서는 올림픽 취소 시위가 열렸다. 로이터뉴스1
【파이낸셜뉴스 도쿄=조은효 특파원】 "도쿄올림픽 개최는 '자살 행위’다. 멈춰야 한다"

일본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라쿠텐의 미키타니 히로시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CNN과의 인터뷰에서 공개적으로 일본 정부에 작심 발언을 날렸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는 16일 도쿄, 개최까지 불과 68일 남은 도쿄올림픽을 향해 "누구를 위한 올림픽이냐. 취소하라"는 일본 국민들의 목소리가 거세다. 이미 외국인 투자자들이 일본 주식 매입 시점을 도쿄올림픽 취소 시점으로 보고있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


올림픽 개최 자체가 일본 경제의 리스크로 부상한 것이다. 이를 등지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일본 정부는 이구동성으로 "취소나 연기는 없다"고 외치고 있다. 먼저 "못하겠다"며 포기 선언을 하는 측은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IOC와 일본이 올림픽 포기 선언을 놓고 '치킨게임'을 벌이는 가장 큰 이유다.

물론, 양측 모두 해야 하는 이유도 분명있다. '돈과 정치'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생중계 기자회견(지난 달 23일)에서 "올림픽을 취소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도쿄올림픽 개최(취소)권한은 (내가 아닌)IOC가 가지고 있다"는 원론적 입장만 밝혀, 보는 사람을 답답하게 만든 것도 배상 책임 문제 더불어 정치적 이유 때문이란 해석이 나온다. 재선 발판 마련을 위한 '올림픽 성공 개최' 구상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과연 도쿄올림픽은 이대로 열릴 수 있을까. '돈과 정치, 그리고 코로나' 이 세 가지 변수가 맞물려 전개되는 상황, 분명한 것은 스가 총리와 바흐 IOC위원장에게 선택의 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권연장의 꿈’… 역대 최대 비용 투입

올림픽 포기 대가가 얼마나 크길래 양측 모두, '직진'만 외치고 있는 것일까.

먼저, 정치적 이유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13년 올림픽 유치 당시 일본 측이 제시한 올림픽 예상 비용은 7340억엔(약 7조5300억원)이었다. 당시 슬로건은 '콤팩트한 올림픽(작은 올림픽)', '돈이 들지 않은 올림픽'이었으나, 현재는 이 비용이 1조6440억엔(16조8700억원)으로 두 배 이상 불어난 상태다. '올림픽 역사상 최대 경비'를 지출한 대회가 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는 어디까지나 공식 예산이고, 소위 올림픽 관련 간접 비용이라는 게 또 있다. 한국의 감사원격인 일본 회계검사원은 올림픽 '관련 간접 비용'까지 포함하면 총 3조엔(37조9000억원)이상이라고 지난 2019년 말 일본 국회에 보고한 바 있다. 경기장 인근 도로정비 등 각종 인프라 예산이 막대하게 투입된 것이다. 국민들에게는 돈 안드는 올림픽을 개최하겠다고 공언했으나, 실제 2배 이상 폭증한 것은 올림픽 특수를 통해 아베노믹스를 성공으로 이끌고, 이를 통해 아베 장기집권의 발판을 만들겠다는 정치적 목적이 작용했다.

올림픽을 정권 연장의 수단으로 삼겠다는 점은 스가 총리 역시 같다. 우여곡절 끝에 막상 올림픽이 개최되면 축제 분위기가 이어지고, '코로나 극복 올림픽'이란 타이틀을 획득, 이를 발판 삼아 오는 10월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재선을 이루겠다는 것이다. 어디까지나 '방역'과 '올림픽',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최상의 시나리오일 때 가능한 얘기다. 자민당 최대 파벌인 호소다파 수장인 호소다 히로유키 전 자민당 간사장은 지난 13일 이 파벌 총회에서 "어떻게든 성공시켜 달라는 기대에 부응하는 것이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현실은 그 반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

2013년 9월 당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오른쪽에서 두 번째)와 일본 올림픽 유치 대표단이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제125회 IOC총회에서 2020년 하계 올림픽 개최지로 도쿄가 선정되자, 환호하고 있는 모습. AP뉴시스
2013년 9월 당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오른쪽에서 두 번째)와 일본 올림픽 유치 대표단이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제125회 IOC총회에서 2020년 하계 올림픽 개최지로 도쿄가 선정되자, 환호하고 있는 모습. AP뉴시스

■ ‘돈’… 손해배상 책임 어디로

하시모토 세이코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 회장은 '무(無)관객'으로라도 치르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아리모리 유코 일본육상경기연맹 이사는 "외국 선수가 참가하는 국민체육대회(전국체전)같다"(문예춘추 4월호)고 지적했다. 일단, 무관객으로 열 경우 우선 900억엔(약 9200억원)의 입장료 수익을 포기해야 한다. 경기장에 걸릴 올림픽 스폰서 기업들의 광고수익이 증발한다.

만일, 올림픽 취소로 가게 되면, 잠재적 손실을 포함해 더 큰 손해가 발생한다. IOC가 유치 지원금으로 지급할 TV중계권 수익 일부, 기업 후원금 등이 사라지게 된다. 일례로 IOC가 평창올림픽 때 한국에 배분한 지원금은 약 8억8000만 달러(약 9860억원)다. 신국립경기장 등 각종 경기장 건설비용, 조직위 운영비용 등 매몰 비용도 막대하다.

사정은 IOC 역시 마찬가지다. 코카콜라, 도요타, 삼성 등 올림픽 파트너 기업의 후원금이 전체 수익의 15%정도다. 가장 큰 비중은 방송 중계권료다. 대략 IOC 수익의 73%를 차지한다. NBC 비중만 약 40%다. IOC는 NBC와 120억 달러(약 12조9400억원)에 2014년~2032년까지 하계·동계 올림픽, 총 10회분 중계권을 계약했다. NBC의 이번 도쿄올림픽 중계권료는 14억5000만달러 정도다. 지난 3월 여성 멸시 발언으로 문제가 된 모리 요시로 당시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 회장의 사퇴에 '결정타'를 날린 것은 다름 아닌 올림픽 중계 방영권을 가진 NBC의 사퇴 요구였던 것을 되짚어보면, 올림픽이 돈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가늠할 수 있다.

취소시 돈을 날리게 될 뿐만 아니라 손해 배상 요구에 휩싸일 수 있다. 현재 IOC와 올림픽 유치 도시간 계약을 취소할 수 있는 것은 IOC뿐이다. '불공정 계약' 소지가 있는 것이다. 만일 일본이 먼저 포기 선언을 하게 된다면, IOC와의 협상이 불리할 수 밖에 없다. 전 마이니치신문 기자인 고토 이쓰로는 저서 '올림픽·머니'에서 "개최국과의 관계에서 IOC가 압도적 우위에 있는 구조"라고 꼬집었다.

IOC도 안팎의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수익의 90%를 국제경기단체, 국가올림픽위원회에 배분해 왔는데, 취소시 이 돈이 줄어들 경우 그간 바흐 체제에 대해 쌓였던 불만이 일거에 표출할 수 있다. 또 취소에 대비해 보험을 들었다고는 하나, 방영권료 등의 수익을 전액 커버하기도 어렵다. 스폰서들의 원성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IOC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올림픽 공식 후원사들의 이탈이다. 이미 맥도날드는 평창을 끝으로 올림픽과 연을 끊었다. 갈수록 올림픽이 흥행하기도, 올림픽 특수를 기대하기도 어렵다고 본 것이다. 바흐 위원장이 지난해 도쿄올림픽 1년 연기 직전,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를 따를 것"이라고 한 것도 기업 스폰서 및 방송사들의 원성에서 빠져나갈 구실을 찾기 위함이었다는 해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거세지는 일본 여론

올림픽 개최지 도쿄에 세 번째로 발령된 긴급사태 선언이 연장된 지난 7일, 하시모토 세이코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 회장이 한 가지 주목할 발언을 내놨다. "지금 일본의 상황을 바흐 회장에게 직접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긴급사태 선언이 연장된 곤란한 상황에서 방일하는 것은 (바흐 위원장에게)큰 부담이 될 것이다." 당일 일본을 방문한 세계육상연맹 세바스찬 코 회장과 공식 면담까지 가졌던 하시모토 회장이 바흐 위원장(당시 17~18일 방문 예정)에게는 사실상 오지 말 것을 권고한 것이다.

바흐의 등장 자체가 올림픽 반대 여론에 기름을 들이붓는 꼴이 될 수 있다는 게 일본, IOC 양측의 판단이었다.

이미 일본에서 바흐 위원장의 별명은 '바가지 남작'이다. 개최국 곳간을 털어간다는 뜻이다. 최근 워싱턴포스트가 올림픽 개최 취소를 촉구하는 기사에서 바흐 위원장을 비꼬며 쓴 말이다. "IOC의 이권을 위해 일본 국민은 희생해도 괜찮은 것인가"라는 비판 목소리가 높다.

성난 민심은 심지어 백혈병 투병 끝에 자력으로 올림픽 출전권을 따 낸 일본의 수영 스타인 이케에 리카코에게도 향하고 있다. 그에게 "올림픽 대표에서 물러나면 좋겠다"는 압박을 가한 것이다.
아베 전 총리도 한 방송에 나와 "'올 재팬(똘똘 뭉쳐 합심하면)'으로 대응하면 어떻게든 개최할 수 있다"고 발언했다가, "전쟁 때도 아닌데 정신론(論)은 꺼내지 말라"는 냉담한 반응과 마주했어야 했다. 교도통신은 최근 "인류가 코로나를 이긴 증거가 되기는 커녕, 코로나에 패한 올림픽이 될 것"이라며 "역사적으로 실패한 올림픽이 된 책임은 스가 총리가 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스가 총리는 지난 10일 중·참 양원 예산위원회에서 "(코로나)감염급증이나, 감염폭발의 상황에서도 올림픽을 개최할 것이냐"는 일본 야당의 질문에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은 채 "선수와 대회 관계자가 안심해서 참가할 수 있게 함과 동시에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켜가겠다"는 발언만 12번이나 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