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韓美 '칩 얼라이언스' 시대 열어...대만 TSMC 추격 나선다

김경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5.23 16:50

수정 2021.05.23 16:50

[파이낸셜뉴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기존 동맹 관계를 '안보'에서 '경제'로 확장 시켰다는 평가를 받고있는데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한 건 대규모 반도체 투자다.

반도체가 대미 투자(44조원)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면서 양국의 새로운 경제 동맹 시대를 이끌어 내는 매개 역할을 했다. 양국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칩 얼라이언스'(반도체 동맹)를 통해 반도체 산업 전반에서 협력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K-반도체가 세계 1위 대만의 TSMC를 추격할 수 있다는 발판이 마련된 셈이다.

■삼성, 해외 첫 EUV라인 美에 구축
23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앞으로 미국에 약 20조원의 신규 투자를 단행한다.

우선 삼성전자는 지난 21일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서 미국 현지에 최첨단 신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짓기 위해 170억달러(약 19조원)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현재 텍사스, 애리조나, 뉴욕 등 복수 지방정부가 삼성전자에 러브콜을 보내면서 최종 협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아직 건설지 발표는 이뤄지지 않았으나 기존 파운드리 공장인 텍사스 오스틴 공장이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어느 지역에 공장을 건립할지는 현재 정해지지 않았다"며 "지방정부와 세제혜택 등 인센티브를 두고 협상을 계속하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가 증설하는 공장은 현존 최첨단인 5나노 극자외선(EUV) 파운드리 라인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오스틴 공장은 14나노 공정 기술을 갖춘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 라인을 운영 중이다. 삼성전자가 해외에 EUV 파운드리 라인을 구축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회사는 라인 증설을 위해 필요한 인력을 현지에 파견해 초기 작업을 세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도 10억달러(약 1조원)를 들여 실리콘밸리에 인공지능(AI)·낸드플래시 연구개발(R&D) 거점을 신설키로 했다.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은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 곳곳에 R&D 센터를 설립해 연구실의 불이 꺼지지 않게 하겠다"고 했은데 이를 염두해둔 발언이란 해석이다.

미국 기업들도 국내에 새 거점을 신설해 양국의 밸류체인 강화에 힘을 보태기로 했다. 미국에선 글로벌 화학기업인 듀폰이 EUV용 포토레지스트 등 반도체 소재 원천기술 개발을 위한 R&D센터를 한국에 설립한다. 러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은 "한국 기업들이 요구하는 인센티브와 용수, 원자재 등 기반 인프라에 대해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며 "바이든 정부가 반도체 분야 500억달러 대규모 지원 계획을 갖고 있으며 실망시키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메이드 인 아메리카' 칩 전쟁
삼성과 SK의 대미 반도체 투자는 경쟁 업체인 TSMC를 견제하고 동시에 애플, 구글, 엔비디아 등 미국 정보기술(IT) 기업과 우호적 협력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TSMC는 우리보다 공격적인 미국 투자를 통해 압도적인 1위를 유지하겠다는 전략이다. TSMC는 지난해 120억달러(약 13조원)를 투자해 2024년까지 미국 애리조나에 5나노 파운드리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대만 현지에선 TSMC가 향후 미국에 3나노 등 총 6개의 파운드리 신공장을 추가 건설한다는 보도도 나왔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칩 제조사들이 모두 미국으로 모이고 있다"며 "다시 미국이 미래 반도체 시장 패권을 위한 주무대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이날 "양국 간 반도체 투자와 첨단기술 협력, 공급망 협력 강화 약속을 매우 값진 성과로 평가한다"며 "한미동맹이 안보를 넘어 경제동맹으로 나아가는 방향에 크게 공감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한국경영자총협회와 한국무역협회도 논평을 내고 양국이 경제 파트너로 협력을 강화한 데에 환영의 입장을 나타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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