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광고·공유로 포장된 악보, 블로그·카페·유튜브에 무분별 유포 [유명무실 저작권]

김지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6.03 17:43

수정 2021.06.04 09:54

3 포털서 유통되는 악보 대다수가 불법
피해액 큰 영상·음원·웹툰은
정부가 나서 저작권 침해 대응
포털, 악보 불법유통은 손놓아
정부 "저작권자와 협의후 조치"
#. "무단으로 작곡가의 곡을 악보로 만들어 편곡하고 유튜브 영상으로 올려 작곡가의 명예를 훼손했다. 재산적 피해를 줬다는 점에 대해 사죄한다. 피해당사자에 죄송하게 생각하고 '본의 아니게 피해를 끼쳤던 부분에 대해 악보와 영상을 모두 삭제했다.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하고 작곡가들의 곡을 편곡하거나 만지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
최근 유튜브에 '악보저작권센터에 사과합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이 게시됐다. 색소폰 연주자 김모씨가 잘 알려진 곡을 편곡해 악보를 그대로 영상화해 올려온 채널로, 저작권 침해란 문제제기가 나오자 사과하게 된 것이다.


악보저작권이 20년 전 음원 불법유통 당시와 같이 온라인상에서 무분별하게 침해되고 있다. fnDB.
악보저작권이 20년 전 음원 불법유통 당시와 같이 온라인상에서 무분별하게 침해되고 있다. fnDB.

■2000년대 초 MP3 무단유통과 흡사

2000년대 초반에도 유사한 일이 있었다. 당시는 MP3 파일 형태로 파일공유플랫폼과 블로그, 인터넷 카페 등에서 음원을 무단 공유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대다수 소비자들은 음원에 적법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았다. CD에서 음원으로 소비시장이 변화하는 가운데 합법적 유통을 위한 서비스체계와 인식이 따라주지 못해 벌어진 일이었다.

이 같은 상황은 음원 유통 매체인 아이튠즈와 멜론, 벅스, 바이브 등이 자리 잡고 포털이 불법유통을 엄격히 관리한 뒤에야 멈췄다. 침해상황이 심각하자 네이버와 다음은 2008년 '음악 저작권 필터링 서비스'까지 도입했다. 블로그나 카페 등 게시글에 있는 음원파일을 감지해 제3자가 볼 수 없도록 자동 차단하는 시스템이다.

음원 불법유통은 해소된 반면 악보 유통 실태는 20년 전에 그대로 멈춰있다. '광고'와 '공유'로 가장한 악보들이 블로그나 카페, 유튜브 등에서 무분별하게 유통되고 있는 것이다. 본 악보인지 편곡된 악보인지 분간조차 힘들다. 원작자의 이름조차 표기하지 않은 사례도 여럿이다.

저작권자들은 포털과 협회의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한다. 포털이 음원처럼 악보를 철저하게 단속해 달라는 취지다. 음악업계 관계자는 "인터넷에서 많은 악보들을 쉽게 찾을 수 있는데, 이는 모두 판매되고 있는 개인의 저작물들"이라며 "포털 차원에서 불법 악보 유통을 제한해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포털은 선제적으로 악보가 실린 게시글을 내리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저작권법의 '책임제한 규정' 때문이다. 법에 따르면 저작권자는 포털에 저작물의 복제·전송을 막아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데, 포털은 저작권자가 낸 소명자료를 바탕으로 침해 여부를 판단해 게시글 삭제 등의 조치를 취한다. 저작권자의 요구나 신고가 있을 때만 제재가 가능한 셈이다.

한국OTT협의회는 문체부 협조 아래 KOMCA와 협의체를 마련해 저작권 침해 문제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fnDB.
한국OTT협의회는 문체부 협조 아래 KOMCA와 협의체를 마련해 저작권 침해 문제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fnDB.

■영상·음원·웹툰 저작권 침해엔 적극 대응

악보 저작권자들은 불만이 가득하다. 음악계 관계자는 "대부분 미성년자이거나 영세한 사람들이어서 소송에 나서도 실익이 없다"며 "왜 악보에 대해서는 이런 상황이 계속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정부와 포털이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영상과 음원, 웹툰 등 다른 저작물은 훨씬 적극적으로 관리되는 상황이다.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와 KOMCA가 음악 저작물 사용료 징수규정을 놓고 갈등을 빚자 정부가 중재에 나선 게 대표적이다.

침해실태가 심각했던 웹툰 복제유통도 해결의 실마리가 보인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지난 1일부터 문체부, 인터폴과 함께 매년 저작권 침해 불법사이트 단속에 나서기로 확약했다.
피해가 심각한 웹툰 등을 위주로 불법 사이트를 선정해 수사를 진행하겠단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관심을 갖는 저작권 침해는 피해액이 큰 부문에 한정돼 있다는 지적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네이버 블로그나 포털 쪽에 침해 사례들이 있다고 해서 관련 내용을 파악 중"이라며 "사례를 파악하고 저작권 권리자들과 협의한 이후에야 그 다음 조치에 대한 검토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pen@fnnews.com 김성호 김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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