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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유쾌' 한국형 어드벤처 코미디 [김성호의 영화가난다]

김성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6.19 08:16

수정 2021.06.19 08:16

[김성호의 영화가난다 42] <해적: 바다로 간 산적>
[파이낸셜뉴스] 매년 여름이면 할리우드 외화와 한국 공포영화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극장가. 하지만 2010년대부턴 국내 대작 블록버스터들이 극장가를 점령했다. 그중에서도 2014년은 한국 블록버스터가 정점을 찍은 해, 일주일 간격을 두고 <군도: 민란의 시대> <명량>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이 연달아 개봉해 흥행몰이를 시작했다.

같은 기간 <프란시스 하>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 등 평단의 호평을 받은 영화는 물론, 마블 기대작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조차 전혀 힘을 못썼다. 특히 리더십이 부재한 시대에 이순신의 리더십을 복원한 <명량>은 역대 최단기간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한국영화 전성시대의 중심에 섰다.

▲ 해적: 바다로 간 산적 메인 포스터 ⓒ 롯데엔터테인먼트
▲ 해적: 바다로 간 산적 메인 포스터 ⓒ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은 <군도> <명량>과는 다른 성향의 작품이다. 사극적 배경 속에서 활극의 스타일을 가진 <군도>와 비교적 고증에 충실한 <명량>과 달리 기본적 설정만 사극일 뿐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펼친 어드벤처 코미디물이기 때문이다.


어드벤처 코미디는 어디까지나 재미를 최우선으로 한다. 단순하지만 유쾌한 서사와 재기발랄한 유머로 러닝타임을 가득 채워야 한다. 유쾌함 속에서 마음껏 깔깔대는 게 어드벤처 코미디의 미덕이다.

이를 위해 영화는 충무로를 대표하는 명품 조연을 싹쓸이 하다시피 끌어와 곳곳에 배치했다. 영화의 동력 가운데 하나가 됐다고 해도 될 만한 유해진을 비롯해 오달수·박철민·신정근·김원해·조희봉·안내상·이대연 등이 출연했다. 손예진·김남길·이경영·김태우가 연기한 네 명의 캐릭터가 중심 서사를 끌어감에도 조연들의 비중은 주연 못지 않게 느껴진다.

그렇다고 주연의 활약이 적은 건 아니다. 이런 류의 영화에 출연하는 것 자체가 도전이었을 손예진은 해적 여월 역을 맡아 돋보이는 미모와 안정된 연기력으로 서사를 이끈다.

김남길 역시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가 낳은 독보적인 캐릭터 잭 스패로우를 떠올리게 하는 장사정 역을 매력적으로 연기했다. 장사정과 여월은 멜로와 코미디를 오가며 영화를 풍성하게 만든다. 이쯤되면 이들에게 더 바랄 것이 없을 정도다.

▲ 해적: 바다로 간 산적 마치 쌍끌이 그물로 쓸어온 듯 한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배우들이 무더기로 등장한다 ⓒ 롯데엔터테인먼트
▲ 해적: 바다로 간 산적 마치 쌍끌이 그물로 쓸어온 듯 한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배우들이 무더기로 등장한다 ⓒ 롯데엔터테인먼트

한국형 <캐리비안의 해적>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은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에 상당부분 영향을 받았다. 바다를 배경으로 한 설정과 유쾌한 전개 등의 유사성은 물론, 잭 스패로우를 포함한 여러 등장인물을 참조한 듯한 흔적이 역력하다. 심지어는 인상적인 장면까지 그대로 오마주했다.

벽란도에서 물레방아가 굴러떨어지는 장면은 <캐리비안의 해적>을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곧장 떠올릴 만큼 선명한 오마주다.

'조선 초기, 고래가 삼킨 국새를 찾는다'는 서사는 이야기가 발화하기 위한 장에 불과하다. 백성들을 도외시하고 명분만을 쫒는 위정자를 비판하고 있는 주제의식도 결코 심각하지 않은 선에서 그친다. 영화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시종일관 유쾌하게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이고 어느 정도 목적을 이뤄냈다.

물론 <캐리비안의 해적>과 비교해 캐릭터가 충분히 강렬하지 못했고, 사극적 현실에 기반한 서사 역시 마음껏 자유로워지지 못하고 있다는 한계점이 분명하다.
하지만 한국영화계에서 볼 수 없었던 성공한 블록버스터 어드벤처 코미디란 점에서 과오에 앞서 성과를 기록해 마땅하다.

■김성호 평론가의 브런치에도 함께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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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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