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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롱만 참석” 도쿄올림픽 사실상 산산조각···韓 때리기로 ‘발버둥’

김태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7.21 05:05

수정 2021.07.25 20:22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지난 1월 18일 참의원 정기 국회 소집에 참석했다. / 사진=AP뉴시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지난 1월 18일 참의원 정기 국회 소집에 참석했다. / 사진=AP뉴시스
[파이낸셜뉴스] 2020 도쿄올림픽이 날개 없이 추락하고 있다. 정치적 흥행, 경제적 효과, 외교 그 어떤 부분 하나 투자한 만큼조차 거둘 수 없게 됐다. 올림픽을 앞두고 코로나19라는 유례없는 악재가 덮친 이유가 크지만, 국내외 여론을 돌아서게 한 당국의 안일한 방역의식 책임이 결코 가볍지 않아 보인다. 여기에 군국주의를 상징하는 욱일기 방치에, 정치적 이득이라도 챙기려 한국 때리기에 열 올리는 일본 매체들 행태에 도쿄올림픽을 향한 세계의 시선은 싸늘하다.


日 안팎 여론 악화
도쿄올림픽의 실패는 예견됐다. 제1요인은 단연 코로나19 확산세다. 도쿄의 평균 감염자 수는 현재도 연이어 치솟고 있다. 4차 긴급사태를 선포한 지난 12일 도쿄의 일주일 평균 확진자는 756명이었다. 이 수가 17일 1000명을 돌파했다. 19일에는 1068명을 기록하며, 3차 대유행 때인 1월 이후 가장 높았다.

올림픽 선수촌에 체류 중인 선수들의 감염 소식도 속속 전해지고 있고, 지난 1일 이후 확진된 올림픽 관계자 수는 60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더해 실외 마스크 착용이 의무가 아닌 탓에, ‘노마스크’로 거리를 활보하는 도쿄 시민들 모습이 보도되면서 공포감은 한층 고조되고 있다.

현지 여론의 열기는 적의로 바뀌고 있다. 교도통신이 지난 17~18일 18세 이상 전국 남녀를 대상으로 유선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도쿄올림픽 개최에 따른 코로나19 확산 우려 관련 질문에 87%가 “불안을 느낀다”고 답했다. 또 마이니치신문이 지난 17일 전국 18세 이상 남녀를 대상으로 한 전화 여론조사에서 “기대한다”는 응답자는 35%에 불과했다.

이는 자연히 정부에 대한 반감으로 이어졌다. 교도통신 조사에서 스가 요시히데 내각 지지율은 35.9%에 그치며, 지난달보다 8.1%포인트 폭락했다. 아사히신문이 지난 17~18일 일본 유권자 1444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스가 내각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7%포인트 뛴 49%로 집계됐다. 취임 직후 70%에 육박하던 지지율이 소위 ‘위험 마지노선’으로 불리는 30%에 근접할 정도로 곤두박질 친 것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 사진 로이터뉴스1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 사진 로이터뉴스1
경제·외교적 흥행 실패
올림픽이 1년 연기된데다, 무관중 결정이 나면서 경제적 손실이 25조원에 이를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 가운데 도요타가 도쿄올림픽과 거리두기 첫 주자로 나섰다. 올림픽 TV광고를 방영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다. 특히 도요타는 지난 2015년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10년 계약’을 기준으로 2000억엔(약 2조800억원)을 쓴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번에 나가타 준 도요타 최고홍보책임자(CCO)는 “여러 면에서 이해가 안 되는 올림픽”이라고까지 발언하며 손절을 선언했다. NTT, NEC 등 일본 주요 기업들도 불참 의사를 전달했다. 삼성, 인텔, 코카콜라 등 같은 ‘월드 와이드 올림픽 파트너’들의 발 빼기가 이어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올림픽 외교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스가 총리는 당초 전 세계 100여개 국가 지도자 및 고위 관리들을 초청할 계획하에 올림픽을 준비했다. 앞선 올림픽에서도 통상 80여개국 정상들이 자리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각국 정상들은 줄줄이 불참의 뜻을 밝혀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모두 참석하지 않는다. 현재까지 유일하게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만 개막식 참석 의사를 밝혔다. 이조차도 다음 파리 하계올림픽(2024년)을 고려한 전략이라는 게 중론이다.

대한민국 올림픽 선수단 본진이 도쿄로 입성하는 지난 19일 도쿄올림픽 대한민국 올림픽 선수촌 앞에서 일본 극우단체 회원들이 '욱일기'를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 / 사진=뉴스1
대한민국 올림픽 선수단 본진이 도쿄로 입성하는 지난 19일 도쿄올림픽 대한민국 올림픽 선수촌 앞에서 일본 극우단체 회원들이 '욱일기'를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 / 사진=뉴스1
유일한 몸무림, 한국 때리기
한국과의 관계는 악화일로를 걷다 결국 파탄으로 끝을 맺었다. 도쿄올림픽 개막을 계기로 추진됐던 한-일 정상회담은 무산됐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지난 19일 “문재인 대통령은 방일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잘라 말했다. 이는 양국 관계가 내리막길인 상황에서 한국 수출규제 철회, 일본군 위안부 및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등 외교적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문 대통령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주한일본대사관의 소마 히로히사 총괄공사가 막말을 넘어 문 대통령을 대상으로 희롱까지 한 상황에서 국내 여론 및 국가적 위신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 일본이 택한 건 한국 때리기다. 이왕 올림픽 성공은 기대할 수 없는 마당에 일본 매체들을 중심으로 한일 정상회담 무산의 책임을 한국 정부에 떠넘기려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산케이신문은 문 대통령이 방일 예정 정상 중 한 명에 불과해 애초에 회담이 성사되기 어려웠다고 강조했다. 한국 정부가 무리하게 회담을 요구하다 받아들여지지 않자 포기했다는 뜻이다. 일본 민영방송사 네트워크인 NNN과 마이니치신문 역시 정상회담이 한국 정부의 고압적인 자세 때문에 엎어졌다는 취지로 전했다.

이 와중에 일본 우익 단체는 여전이 우리 선수단이 머무는 선수촌 건너편에서 욱일기를 나부끼고 있다. IOC가 욱일기 금지를 약속했지만, 도쿄조직위는 ‘나몰라라’ 하는 태도다.
스가 총리는 문 대통령 방일이 성사되지 못한 것을 두고 “한일 관계를 건설적으로 되돌리기 위해 (위안부·강제징용 배상 판결 관련) 일본의 일관된 입장에 서서 한국과 대화하겠다”며 사실상 기존 입장을 고수했고, 올림픽에 대해서는 “백신 접종도 시작돼 긴 터널에서 마침내 출구가 보이기 시작했다”라며 가벼운 인식을 재확인시켰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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