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현장르포]'노마스크' 축구...집단감염 우려 실외체육시설

이진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7.25 17:10

수정 2021.07.25 17:10

지난 21일 오후 8시 30분께 서울 동작구 노들나루공원 축구장에서 사람들이 마스크를 제대로 쓰지 않고 축구를 하고 있다. 사진에 얼굴이 보이는 10명 가운데 마스크를 코 위까지 제대로 쓰고 있는 것은 단 1명뿐이다./사진=김해솔 인턴기자
지난 21일 오후 8시 30분께 서울 동작구 노들나루공원 축구장에서 사람들이 마스크를 제대로 쓰지 않고 축구를 하고 있다. 사진에 얼굴이 보이는 10명 가운데 마스크를 코 위까지 제대로 쓰고 있는 것은 단 1명뿐이다./사진=김해솔 인턴기자

[파이낸셜뉴스]지난 21일 오후 8시. 서울 동작구 노들나루공원 축구장에서는 방역에 우려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축구에 참여한 사람들은 경기가 시작되자 하나둘 마스크를 내리기 시작했다.
20분쯤 뒤에는 절반 정도가 ‘턱스크’나 ‘코스크’를 하고 있었다.

경기는 오후 10시까지 2시간 동안 진행됐다. 선수들은 경기 내내 가볍게 몸싸움을 하고 "앞으로", "좋아"라고 큰 소리로 외치고 바닥에 침을 뱉기도 했다. 벤치에서는 마스크 없이 몸을 붙이고 대화를 나눴다. 바로 옆에는 ‘체육시설 이용자 마스크 착용 의무화’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걸려있었다.

델타변이로 인한 코로나19 대유행으로 확진자가 크게 늘고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도 올랐지만 축구장과 같은 실외공공체육시설은 방역 사각지대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실외체육시설은 실내시설보다 방역 강도가 약하고 이용자들이 마스크를 제대로 쓰지 않는 등 방역 지침을 잘 지키지 않는 편이다. 코로나19 확산이 심각해지자 정부는 지난 23일 실외스포츠 시설에도 예외없는 방역지침을 적용키로 했다.

■현장 지침 어기고 '노마스크' 축구
25일 방역 당국에 따르면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에서 실외체육시설은 경기 인원의 1.5배만 수용 가능하다. 방역 대책에 따라 실외체육시설에서는 이용자와 관리자는 올바른 방법으로 상시 마스크를 써야 한다. 백신을 맞았어도 마찬가지다.

다른 방역 지침은 지자체 등에서 자체적으로 마련됐다. 노들나루공원 축구장 코로나19 방역수칙의 경우 경기 중 신체접촉(악수·포옹·하이파이브 등) 및 침방울이 튀는 행위(구호·침뱉기)를 금지하고, 휴식 시간 등 경기할 때가 아니면 이용자 간 최소 1m 이상 거리두기를 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현장에서 이런 지침은 거의 지켜지지 않고 있다. 노들나루공원 뿐만 아니라 다른 공원에서도 축구장에서는 대다수 마스크를 벗고 있는 게 현실이다. 경기도 수원에서 일주일에 1번씩 풋살을 하던 김모씨(29)는 "마스크를 제대로 쓰고 축구나 풋살 같은 격렬한 운동을 하는 건 불가능하다"며 "마스크를 제대로 쓰고 풋살을 하는 사람은 거의 못 봤다"고 말했다. 김씨는 실외체육시설에서도 코로나에 감염될 수 있다고 생각해 1달 전부터는 풋살 모임에 나가고 있지 않다.

서울시에서는 방역 지침과 관리, 감독을 모두 지자체에게 맡기고 있다. 서울시에는 실외공공체육시설이 880곳 있다. 서울시 체육정책과 관계자는 "기본적으로는 중대본의 방역 가이드라인을 따르되, 주민과 밀접한 공공체육시설의 세부 방역 지침을 세우고, 감독하고, 시설 폐쇄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자치구 몫"이라고 말했다.

지난 21일 오후 9시쯤 서울 동작구 노들나루공원 축구장의 방역 수칙을 관리 감독하는 현장 관리실의 불이 꺼져 있다. 8시부터 경기를 하는 동안 추국장 이용자들의 방역 수칙 위반을 지적하는 관리자는 나타나지 않았다./사진=김해솔 인턴기자
지난 21일 오후 9시쯤 서울 동작구 노들나루공원 축구장의 방역 수칙을 관리 감독하는 현장 관리실의 불이 꺼져 있다. 8시부터 경기를 하는 동안 추국장 이용자들의 방역 수칙 위반을 지적하는 관리자는 나타나지 않았다./사진=김해솔 인턴기자

■지자체 관리, 감독도 부실
그러나 관리, 감독도 부실하다. 동작구청 관계자는 노들나루공원의 현장 관리자가 5명이 있다고 말했지만 본지 기자가 취재한 지난 21일 오후 8시 이후에는 관리 인원이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 인근 관리 건물에는 아예 불이 꺼져 있었다. 동작구청 관계자는 "관리자가 오후 9시면 퇴근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해당 공원 축구장은 오후 10시까지 운영한다. 관리 자체의 공백이 생길 수도 있다.

애초 스포츠 시설에서 사적모임 제한인원 이상 모임은 시설 관리자가 있다는 전제 하에서만 가능하다. 거리두기 4단계에서 원칙적으로는 저녁 6시 이후 3인 이상 사적모임이 불가능하다.

공원을 이용하는 시민들에게 방역 지침 위반은 두려움으로 다가가고 있다. 동작구민 A씨는 "오늘만 해도 확진자가 1800명 정도 나온 걸로 아는데 불안하다"며 "당분간은 시설을 닫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공원 운동기구를 이용하던 동작구민 김모씨(66)는 "젊은 층이니까 혈기는 이해하는데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외의 소홀한 방역 불감증은 감염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3일 전국민주노총조합총연맹(민주노총) 노동자대회 참석자 중 3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지난 3월에는 수도권 야외 골프장 모임에서 확진자가 12명 이상 나왔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정부는 지난 23일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연장안을 발표하며 실외체육시설에도 예외없는 방역 지침을 적용하기로 했다. 정부는 "풋살, 야구 등 최소인원이 필요한 스포츠 경기에 사적모임을 예외로 적용했으나 앞으로 2주간 예외를 적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동작구 노들나루공원 내 축구장 역시 오는 26일부터 사용을 중단키로 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 김해솔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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