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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년 경계인 최윤 OK금융 회장, '조국' 대표로 '고향' 올림픽 중심에 서다

윤지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7.25 14:04

수정 2021.07.25 14:34

'경계인'을 넘어 한일 교류의 가교 역할 앞장서
57세 최윤 회장이 맞는 57년만의 특별한 올림픽
조국 한국 대표로 고향 일본 올림픽에 금의환향
20년 장학사업으로 재외동포 1000여명에 장학금
[파이낸셜뉴스]

최윤 OK금융그룹회장(앞줄 왼쪽 다섯번째)과 대한민국 도쿄올림픽 선수단이 지난 23일 일본 도쿄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개막식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대한럭비협회 제공
최윤 OK금융그룹회장(앞줄 왼쪽 다섯번째)과 대한민국 도쿄올림픽 선수단이 지난 23일 일본 도쿄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개막식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대한럭비협회 제공
"나는 하루하루 고독한 경계인으로 살아간다. 그게 나의 정체성이다. 그럼에도 나는 이 땅에서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하면서 살고 싶다."
이는 '경계인을 넘어서'라는 책에 나오는 대목이다.
이 대목에서 떠오르는 금융 최고경영자(CEO)가 하나 있다. 한국 국적의 재일교포 3세 금융인 최윤 오케이금융그룹 회장이 그 주인공이다. 최 회장은 스스로를 한국과 일본 사이에서 산 '경계인'이라 불러왔다. 최 회장이 재일교포 3세로서 일본에선 '외국인'으로 한국에선 '일본계 조선인'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는 일본에서 '신라관'이란 불고기 전문 음식점으로 사업을 시작해 60개 지점까지 늘릴 정도로 성공한 기업인으로 유명하다. 한국에 진출한 뒤 자산 15조원 규모의 OK금융그룹을 키워낸 입지전적인 금융인이다.

'어게인 2002!'..."57년만의 도쿄올림픽서 한일 교류 가교 앞장"
최 회장은 이번 2020 도쿄올림픽이 누구보다 특별하다. 최 회장이 한국 올림픽 대표 선수단 부단장으로 도쿄올림픽에 참여하기 때문이다. 즉, 한국과 일본에서 경계인 자이니치로 차별받던 그가 양국의 중심으로 우뚝 서서 일본에 금의환향하는 셈이다. 조부때 일본으로 건너간 후 한국 국적을 유지한 채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란 재일교포 3세인 최 회장. 그가 태어난 이듬해인 지난 1964년 도쿄 올림픽이 열렸다. 그후 57년 만에 도쿄 올림픽이 맞게 됐다. 공교롭게 그의 나이도 57세다.

그는 최근 임직원들에게 "태어난 이듬해인 1964년에 일본에서 도쿄올림픽이 열렸다"면서 "57년만에 다시 열리는 도쿄올림픽에 만 57세의 나이로 올림픽 현장에서 함께할 수 있게 돼 의미가 크다"고 소감을 밝혔다.

과거 첫 도쿄올림픽이 열린 이듬해인 1965년에는 한일 기본 조약이 체결되기도 했다. 그후 한일 관계는 최 회장의 인생과도 연계되는 모습이다. 최 회장은 한일 교류와 협력에 대한 의지가 크다. 이는 '도쿄 2020! 어게인 2002!'란 문구에서 엿볼 수 있다. 이는 최 회장이 직접 생각해낸 문구이다. 여기엔 재일교포 3세로서 악화일로인 한일관계가 도쿄 올림픽을 계기로 지난 2002 한일월드컵때 처럼 회복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다.

한국 선수단 부단장으로 일본에 금의환향
최 회장이 지난 19일 올림픽 선수단 본진이 출국하는 날 전 임직원에게 배포한 메시지에서도 도쿄올림픽에 대한 남다른 의미를 읽을 수 있다. 그는 조국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선수단 부단장 자격으로 고향 일본에서 열리는 올림픽에 참여한다는 데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이날 "도쿄올림픽 선수단 부단장이라는 막중한 소임을 받았다"며 "그 소임을 다하기 위해 특별한 선물과도 같은 올림픽 개최지인 일본으로 출국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이어 "올림픽 부단장을 맡은 후에 제 마음 속에 만감이 교차하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며 "특히, 올림픽 무대에서 대한민국 국민을 대표하는 선수단을 지원하는 데 자부심을 느낀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이번 도쿄올림픽은 개인적으로 아주 특별한 의미가 있다"며 "재일교포 3세로서 태어나고 자란 일본에서 개최되는 올림픽에 조국 대한민국의 올림픽 선수단 부단장이라는 중책을 맡아 참가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끝으로 "대한민국을 위해, 대한민국 스포츠를 위해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준데 대해 기쁘고 영광스러움을 느낀다"며 "막중한 사명감과 책임감을 갖고 국민에게는 감동을, 750만 해외동포들에게는 자부심을 안겨줄 수 있도록 작은 힘이나마 최선을 다하겠다"고 맺었다.

■"교육만이 현지 사회에서 인정받는 원동력"
최 회장은 20년 가까이 장학사업에도 힘쏟고 있다. 최 회장는 지난 2020년 서울대 재외교육지원센터에서 16개국 34개 한국학교장으로부터 감사패를 받기도 했다. 어린 시절 '자이니치'라는 이유로 어려움을 겪었던 최 회장은 '교육만이 현지 사회에서 당당히 인정받을 수 있는 원동력'이란 신념을 아래 지난 2002년부터 장학사업에 뛰어들었다. 같은 맥락에서 'OK배·정장학재단'도 설립했다. 재단명은 최 회장 부모님의 성명 중 각각 한 글자를 따온 것. 재단은 6개 재일 한국학교와 미국·몽골·인도네시아에 있는 4개 대학에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재단은 지금까지 약 1000명의 재외동포에게 26억원의 장학금을 전달했다. 최 회장은 재외 한국학교의 경영에도 참여하고 있다.
그는 최초의 재외 한국학교인 오사카 금강학교의 이사장을 맡고 있다.

jyyoun@fnnews.com 윤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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