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정치

'톈진 회담' 발언은 中 강했는데, 실제 압박은 美

정지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8.01 16:35

수정 2021.08.01 16:35

- 美 중국기업 상장 심사 강화
- 대중국 포위망·군사행동 압박
- 홍콩 매체 "왕이 부장, '미국에 도전하려는 것 아니다' 발언" 보도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왼쪽)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 /사진=뉴스1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왼쪽)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 /사진=뉴스1

중국이 지난달 말 미국과 톈진 회담에서 이른바 ‘3대 마지노선’을 언급하며 강력히 경고했지만, 당시 특별한 강경 발언이 알려지지 않았던 미국이 오히려 경제·군사적으로 중국 압박을 가속화하고 있다.

■美 중국기업 상장 심사 강화
1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중국 기업의 미국 증시 기업공개(IPO)와 기타 유가증권 판매에 대한 등록을 중단한 것으로 최근 알려졌다.

소식통은 외신에 이 같이 밝히면서 “SEC는 기업들이 중국에서 직면한 위험을 어떻게 공개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을 주기 전까지는 증권발행을 위한 어떠한 등록도 제출하지 말 것을 기업들에 요청했다”고 전했다.

SEC는 또 미국에서 지분을 매각하려는 중국 기업들을 대상으로 잠재적 위험성과 관련해 더 많은 공시를 요구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SEC는 중국 기업들이 페이퍼컴퍼니(실질적인 자산이나 사업 활동이 없는 명목상 기업) 주식을 상장할 때 페이퍼컴퍼니라는 사실과 중국 정부의 조치가 재무성과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 등을 명시토록 했다.

아울러 모든 중국 기업이 미국 증시에 상장하려면 중국 당국으로부터 허가 취소를 받을 위험성 등을 공시해야 한다.


SEC 조치는 중국 당국이 해외 증시에 상장하려는 자국 기업에게 제동을 건 상황에서 나왔다.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은 지난달 10일 공개한 인터넷안보심사방법(규정) 개정안에서 회원 100만명 이상인 인터넷 서비스 업체의 해외 상장 때 사이버 안보 심사를 의무화했다. 사실상 모든 기업을 겨냥했다.

중국 최대 차량공유서비스 업체 디디추싱은 중국 정부가 국가 보안 문제를 들어 규제한 이후 주가가 폭락했고 손실은 고스란히 투자자들에게 돌아갔다.

시장조사기관 리피니티브는 올해 미국 내 중국 기업 상장 규모에 대해 사상 최대치인 128억 달러(약 14조7000억원)라고 분석했다.

군함 이미지 사진=뉴시스
군함 이미지 사진=뉴시스

■대중국 포위망·군사행동 압박
톈진 회담이후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미국 주도의 대중국 견제를 위한 쿼드(미국 등 4국 안보 협의체) 회원국인 인도의 뉴델리를 방문해 달라이 라마 측 응고두프 동충 티베트망명정부(CTA) 대표를 만났다.

달라이 라마는 중국 침공 후 탈출, 1959년 인도 북부 다람살라에 티베트 망명정부를 세웠다. 그러나 중국은 그를 ‘분열주의자’로 규정하고 다른 나라들의 접촉에 강력히 반발해 왔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싱가포르,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국가 순방길에 올라 “남중국해에 대한 중국의 주장에 국제법상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주장은 해당 지역 국가들의 주권을 밟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중국은 남중국해 주변을 따라 U자 형태의 9개 선인 ‘남해 9단선’을 긋고 자국의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2016년 7월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는 법적인 근거가 없다고 판결했지만 중국의 군사행동은 이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등 아세안 국가들과 분쟁을 벌이는 중이다.

미 해군 7함대는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린 보도자료에서 알레이버크급 미사일 구축함인 벤폴드함이 대만해협을 지났다고 밝혔다. 지난 1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뒤 미국 구축함이 대만해협을 통과한 것은 이번이 7번째다. 대만해협은 중국의 핵심 이익이다.

이와 관련, 홍콩 매체 명보는 이날 논평을 내고 “톈진 회담에서 미중 관계 개선에 진전이 없는 것으로 보이지만 중국 측 발표를 보면 중국이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바란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엿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중국 언론에 발표되진 않았으나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회담 당시 미국 측에 “중국의 발전은 미국에 도전하거나 미국을 대체하려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미국이 이기고 지는 것에 내기를 걸어본 적이 없고 중국의 발전은 미국의 쇠퇴를 전제로 하지 않는다.
우리는 새로운 국제질서를 만들 생각이 없다” 등의 발언을 했다고 보도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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