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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스포츠까지 접수한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8.11 18:48

수정 2021.08.11 18:48

伊 세리에A 우승한 인터밀란
소시오스 로고 찍힌 유니폼 입고
美 크립토닷컴은 F1 후원 계약
MLB·NBA에도 손뻗혀
지난해 막대한 이익을 올렸던 가상자산 관련 기업들이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으로 경영난에 빠진 프로 스포츠를 적극적으로 후원하면서 이미지 개선에 나섰다. 가상자산 업계는 후원을 통한 홍보 덕분에 일반 대중이 가상자산을 더욱 쉽게 접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0일(현지시간) 이같이 전하며 유럽의 유명 프로축구 선수들까지 가상자산 거래소의 상표가 찍힌 유니폼을 입고 뛴다고 보도했다. 올해 5월 이탈리아 프로축구리그인 세리에A에서 우승한 인터밀란은 지난 7월 발표에서 2021~22 시즌 동안 가상자산 거래 플랫폼 소시오스와 후원 계약을 맺는다고 밝혔다. 지난해 타이어 제조사 피렐리의 유니폼을 입었던 선수들은 올해와 내년에 소시오스 로고가 적힌 유니폼을 입게 됐다. 미국 가상자산 거래 플랫폼인 크립토닷컴은 지난 6월에 연 3000만달러(약 346억원)를 지급하는 조건으로 포뮬러원(F1) 자동차 경주대회와 후원 계약을 맺어 롤렉스나 아람코 등 다국적 대기업들과 나란히 후원사 명단에 올랐다.


미 가상자산 거래소 FTX도 지난 6월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와 5년짜리 장기 후원 계약을 맺었다. 가상자산 거래 플랫폼 스톰엑스는 지난달 미국프로농구(NBA)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와 후원 계약을 맺고 선수 유니폼에 자사 로고를 새겼다.

업계에서는 가상자산 기업의 프로 스포츠 진출에 대해 수요와 공급이 맞아 떨어진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보고 있다. 유럽축구연맹(UEFA)은 팬데믹으로 인한 경기 차질 때문에 약 90억유로(약 12조원)의 매출 손실을 예상했으며 다른 프로 스포츠 리그들 역시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F1의 벤 핀커스 상업 제휴 국장은 가상자산 업체들이 프로 스포츠에 이름을 내비치는 것에 대해 "기회주의적인 태도라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가상자산 업계는 팬데믹 기간에 좋은 성과를 거뒀고 어려운 상황에 처한 스포츠 업계는 어디서 나오는 돈이든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일부 가상자산 업체들은 가상자산을 이용해 프로팀과 팬이 상생할 수 있는 사업모델을 만들고 있다. 소시오스같은 경우 인터밀란 외에도 수많은 해외 프로팀들과 제휴를 맺고 가상자산 기술을 바탕으로 팬들이 사용하는 디지털 자산(팬 토큰)을 발행한다. 팬들은 팬 토큰을 이용해 팀의 운영에서 투표권을 행사하고 팀 관련 굿즈를 살 수도 있다.
지난달 아르헨티나 축구연맹(AFA)은 소시오스와 제휴를 기념해 아르헨티나 1부 리그 프리메라디비시온의 명칭을 '소시오스닷컴 토너먼트'로 바꾸기도 했다.

다만 FT는 가상자산 업계의 위험도가 매우 높아 성장하던 기업이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고 주요 정부에서 가상자산 관련 광고 사업의 위법 여부를 주시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가상자산 업체들이 장기적인 스포츠 후원이 가능할지 확신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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