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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동제 원칙 정해놓고 정부가 개입… 결국 물가관리 혼선 [부작용 쏟아지는 연동제]

김현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8.29 18:15

수정 2021.08.29 19:32

연료비연동제 사실상 무용지물
민심 눈치에 못올린다는 분석
수요 상관없이 치솟는 우유값은
정부가 原乳가격 체계 손대기로
일부 품목은 오히려 도입 필요성
"담배 가격 오르면 흡연율 개선"
연동제 원칙 정해놓고 정부가 개입… 결국 물가관리 혼선 [부작용 쏟아지는 연동제]
전기, 가스 등 주요 품목에 적용되는 각종 연동제가 혼선을 빚으면서 정부의 물가관리 불확실성도 고조될 전망이다.

중앙은행이 금리인상 기조를 뚜렷이 밝혔지만 물가상승 압력 우려는 여전히 크다. 일부 업종에 도입된 연동제가 정상 작동됐다면 물가관리에 선반영돼 도움이 됐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물가상승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어 연동제 오작동에 따른 피해가 소비자와 기업에 고스란히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연동제 몸살에 물가관리도 혼선

29일 정부는 수요와 무관하게 상승하는 우유 값을 잡기 위해 원유(原乳)가격 제도 개편에 나섰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25일 세종컨벤션센터에서 '낙농 산업 발전위원회' 1차 회의를 열고 원유가격 연동제 개편 논의를 시작했다.
위원회는 전문가 연구용역 등을 거쳐 원유가격 결정체계 개편을 포함한 제도개선 방안을 올해 말까지 마련할 계획이다. 현재 원유가격은 생산비 연동제에 따라 정부, 소비자, 낙농업계 등이 참여하는 낙농진흥회에서 결정한다. 통계청이 매년 계산하는 우유 생산비 증감액을 가감하고, 전년도 소비자물가 인상률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정부는 시장 수요·공급과 무관하게 생산비 상승분을 고려한 가격에 우유를 사들이는 연동제는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 우유가 남아도는 상황에서도 생산비에 따라 원유가격만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스·전기요금 연동제도 파열음을 내고 있다. 국민생활안정, 물가부담,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정부가 요금인상을 억제하고 있어서다. 지난해 말 도입한 전기요금 연료비 연동제는 전기 생산에 쓰이는 석탄과 액화천연가스(LNG) 등 연료비 변동분을 분기마다 전기요금에 반영하는 제도다. 국제유가가 예상보다 가파르게 상승해 전기요금 인상요인이 컸지만 연료비 조정 단가는 2·4분기, 3·4분기 연속 동결됐다. 가스 요금도 마찬가지다. 상업용과 발전용 요금은 연동제가 적용돼 가격이 인상됐지만 주택·일반용 도시가스 도매요금은 올해 계속 제자리걸음이다.

정부가 이들 요금을 동결한 데는 인플레이션 우려가 가장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2.6% 오르며 9년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인위적 개입 줄여 후유증 최소화

이번 기회에 주요 연동제에 대한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동제를 도입해도 물가 관리 탓에 정부가 과도하게 개입할 경우 그 후유증을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에너지 연료 원동제가 대표적이다. 한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원칙대로 정책이 실행되지 않으면 공급 측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그만큼 경영부담을 떠안는다"며 "이는 결국 고객서비스나 안전·안정 체계 구축에도 차질을 빚게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제도적 허점으로 개편 논란에 빠진 원유가격 연동제도 사정은 마찬가지.

정부의 요청에도 낙농진흥회가 예정대로 원유가격 인상을 강행하면서 서울우유, 매일유업, 남양유업 등 유업계가 가격인상을 놓고 고심에 빠졌다. 이들 업체는 이미 인상된 원유가격을 낙농업계에 지급하고 있다. 그러나 물가잡기에 총력을 쏟고 있는 정부가 원유가격 결정체계 개편 입장을 밝히면서 현재 인상분을 우유 값에 반영하는 방안을 놓고 노심초사하고 있다. 인상 미반영에 따른 손해는 고스란히 유업계가 짊어지게 된다.

일각에선 정부가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물가관리에 얽매여 연동제에 임시방편으로 개입하는 행위를 줄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내년 대선 등을 염두에 두고 인위적 물가동결을 이어갈 경우 가격왜곡이라는 부메랑을 맞을 수 있어서다.
물가안정 목표를 달성하고 안정적 재정수입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임시방편적 개입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담뱃세에도 물가연동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담뱃세 물가연동제 도입 시 일정 기간마다 담뱃값을 인상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논란을 피할 수 있고, 물가상승에 따른 담배의 실질가격 하락을 방지해 흡연율 억제에도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honestly82@fnnews.com 김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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