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경제

부동산 시장도 인공지능(AI)이 삼켰다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9.18 04:15

수정 2021.09.18 04:15

[파이낸셜뉴스]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의 한 주택단지에 5월 14일(현지시간) 주택 매물 간판이 서 있다. 로이터뉴스1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의 한 주택단지에 5월 14일(현지시간) 주택 매물 간판이 서 있다. 로이터뉴스1

금융시장에 이어 이제 부동산 시장에서도 인공지능(AI)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주식, 채권에서는 AI에 맞서 개인 투자자들이 힘겨운 싸움을 하지만 부동산시장에서는 AI가 부동산 중개인들부터 주택을 팔고 사려는 이들에게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CNBC는 17일(이하 현지시간) 부동산 가치, 담보 수준, 주택 개량 여부, 심지어는 주택 소유주의 개인정보까지 수백만 건에 이르는 서류들을 단 몇 초만에 분석해내는 알고리즘이 주택중개업 시장에서 붐을 타고 있다고 보도했다.

대형 할인점부터 의류체인, 백화점 등에 이르기까지 오프라인 업체들이 줄줄이 온라인에 무릎을 꿇는 상황에서도 여전히 오프라인이 강세를 유지할 것처럼 보였던 부동산 시장도 AI로 무장한 온라인에 빠르게 흡수되고 있다.


이제 부동산 중개업체에서 일하는 중개인들은 AI의 지원 덕에 더 이상은 가가호호 집을 방문해 매매의사를 타진하는 것과 같은 무의미한 노력 낭비를 하지 않아도 되는 시대로 가고 있다.

주택 소유주들과 끈끈한 유대관계로 이른바 '어장관리'가 부동산 중개인들의 필수 사업밑천이었지만 이제는 점차 AI를 통해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부동산 중개인 전용 컴퓨터 소프트웨어 업체인 컴퍼스, 인터넷·스마트폰용 부동산 애플리케이션 운용업체 질로, 부동산담보대출(모기지) 업체 론스냅 등은 AI를 도입한 덕에 이전보다 크게 개선된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시장을 바꿔놓고 있다.

출발점은 부동산 관련 데이터가 개방돼 있어 누구나 볼 수 있지만 워낙 방대해 분석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는데 있다. AI가 이 난제를 해결했다.

부동산 데이터 대부분은 대중에게 공개돼 있다. 등기부 기록부터 구매 가격, 모기지 유치권 등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데이터가 공개돼 있다.

문제는 각 데이터를 보관하는 지역 관공서 등을 일일이 찾아 관련 정보를 모으고, 이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하는 것이 너무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AI는 이 문제를 한 방에 해결했다.

컴퓨터 알고리즘이 이제 부동산 가치평가부터 주택 소유주의 개인정보에 이르기까지 수백만 문건을 단 몇 초 만에 분석해낸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론스냅은 AI를 활용해 주택 구매자에게 가장 적합한 모기지 종류부터 이 모기지에 가장 적합한 투자자를 찾아내는 일까지 모기지 대출 과정 하나하나를 신속하게 처리하고 있다.

론스냅 최고경영자(CEO) 칼 제이콥은 우선 부동산 구입자의 금융정보를 입력하고 나면 알고리즘이 "모든 정보를 취합해 미래를 예측하고, 무수히 많은 옵션을 검토하게 된다"고 말했다.

제이콥은 AI는 "수많은 대출금 상환 방법, 대출 옵션 등을 다룬다"면서 "AI가 소비자들을 해치기보다 도움을 주는 첫번째 사례 가운데 하나"라고 자평했다.

컴퍼스 최고기술책임자(CTO)로 부동산 중개인이기도 한 조셉 시로시는 신규 매물에 목말라 하는 중개인들이 AI의 도움으로 이제 새 세상을 만났다고 말했다.

시로시는 "중개인들은 수많은 집을 일일이 방문해 매매 의사가 있는지를 물었지만 지금은 AI가 이를 도와준다"면서 "AI는 앞으로 1년 안에 집을 팔 가능성이 높은 집을 찾아내고, 관련 주택 정보도 모두 한꺼번에 보여준다"고 말했다.

무작정 가가호호 방문하기보다 매매 가능성이 있는 집만 찾아 매매의사를 타진하고, 접촉하면 중개인들의 업무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게다가 AI는 그 집이 언제 마지막으로 팔렸는지, 지금 집주인은 얼마나 오래 살았는지, 집 주변 시세는 어떤지 등 데이터까지 제공한다.


시로시는 AI 덕에 방대한 정보가 순식간에 분석되기 때문에 부동산 중개인들이 스트레스를 크게 줄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