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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 금융리스크… 외풍에 흔들리는 韓경제

김용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9.23 18:39

수정 2021.09.23 18:39

美 '11월 테이퍼링' 시사 이어
中헝다 악재 겹쳐 금융시장 출렁
코스피 · 환율 안정 찾았지만
수출 등 의존도 커 불안감 확산
G2(미국·중국)발 금융 리스크가 한국 경제의 중대 복병으로 부상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을 공식화한 데다 중국 최대 민영 부동산 개발업체인 헝다그룹 파산 가능성이 한국 금융시장을 출렁이게 했다. G2에 대한 한국 경제의 의존도가 높다는 점에서 국내 경기와 수출에 잠재리스크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3일 국내 증시와 원화가 추석연휴 기간 불거진 중국 헝다그룹 파산 우려와 연준 소식에 약세를 나타내는 등 출렁거렸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175.0원)보다 0.5원 오른 1175.5원에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은 G2발 금융위기 우려에 장중 1186.40원까지 치솟으며 지난해 9월 이후 1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하기도 했다.
코스피는 전장보다 16.87p(0.54%) 내린 3123.64에서 출발해 약세 흐름을 이어오다 오후 들어 낙폭을 줄여 전날보다 0.41% 하락한 3127.58에 마감했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미국의 테이퍼링 진행 속도 등이 구체화되는 과정에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며 "미 연준의 전망 이상으로 미국의 고용회복세가 지연되거나 고인플레가 장기화될 경우 금리인상 시기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급격히 확대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이 같은 진단은 앞선 22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팬데믹 위기에서 경제를 살리기 위해 실시했던 비상지원책을 거둬들이는 첫 번째 조치(테이퍼링)가 다음 회의에서 나올 수 있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연준은 기준금리를 0.00~0.25%로 유지했지만, 금리인상 시기를 내년으로 앞당길 가능성도 시사했다. 자금회수에 따라 외국인자금이 빠져나가고 안전자산 선호현상까지 겹쳐 국내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질 수 있다.

중국 최대 민영 부동산 개발업체인 헝다그룹의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성도 중대 악재로 꼽힌다. 파산설에 휩싸인 헝다의 2대 주주인 차이니스이스테이츠홀딩스는 보유 중인 헝다 주식 전량을 매각할 계획이라고 이날 밝혔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부동산 경기둔화를 이유로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8.5%에서 8.1%로 내렸다.

2001년 엔론 사태를 예견했던 헤지펀드 키니코스 어소시어츠의 창업자인 짐 차노스는 헝다그룹 파산 위기는 중국의 부동산 중심 경제성장 모델의 종말을 의미하며 투자자들에게 리먼브러더스 사태보다 더 심각한 문제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헝다 외에 중국 내 리스크가 높은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많다는 점을 강조했다. 중국 부동산 시장 위축은 각종 투자와 소비재 위축으로 이어져 중국 수출비중이 높은 한국 경제에 중대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의 대외리스크 대응도 긴밀하게 속도를 낼 전망이다. 헝다그룹에 대한 국내 투자현황 관련, 김동익 기재부 국제금융과장은 "국내 기관투자가들의 투자 규모가 많진 않다"면서도 "집계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기재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등 4개 경제·금융기관 사령탑이 다음주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어 자산시장 안정화 방안과 중국 및 미국발 금융리스크 부각에 따른 국내 대응방안을 다각도로 논의할 전망이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연지안 김태일 김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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