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사회

버릇 또 나오는 탈레반, 기중기에 시체 내걸고 경고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9.25 23:12

수정 2021.09.25 23:12

아프가니스탄 서부 헤라트에서 25일(현지시간) 중앙 광장에 모인 주민들이 탈레반에 의해 기중기로 공중에 전시된 시체들을 올려다 보고 있다.AP뉴시스
아프가니스탄 서부 헤라트에서 25일(현지시간) 중앙 광장에 모인 주민들이 탈레반에 의해 기중기로 공중에 전시된 시체들을 올려다 보고 있다.AP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지난달 20년 만에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탈레반이 광장에 시신을 걸어 공개적으로 전시하는 등 과거에 자행했던 공포 정치를 반복하고 있다. 과거와 달라진 ‘정상 국가’를 만들겠다던 약속과 사뭇 다른 모습이다.

AP통신은 24일(현지시간) 보도에서 탈레반이 서부 헤라트 지역의 중앙 광장에 기중기를 이용해 시체 4구를 걸어놨다고 전했다. 해당 광장에서 약국을 운영한다는 와지르 아마드 세디치는 AP와 인터뷰에서 "시신 4구가 광장에 걸렸으며, 3구는 ‘공공전시’ 목적으로 도시의 다른 광장으로 옮겨졌다“고 말했다.
세디치는 "탈레반이 광장에서 '이들 4명이 납치에 가담했으며, 경찰에 의해 사살됐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탈레반이 임명한 헤라트 지역경찰청장 지앙울하크 잘랄리는 "용의자 4명에게 납치됐던 아버지와 아들을 구출했다"면서 "이들과 교전이 벌어져 탈레반 측과 민간인이 각각 한명씩 다쳤고, 용의자 4명은 사살됐다"라고 전했다.

탈레반은 지난달 15일 아프간을 장악한 이후 여성의 교육을 부분적으로 허용하는 등 20년 전 집권 시기보다 좀 더 개방적인 정부를 약속했다. 그러나 일부 지역에서는 탈레반이 시위대에 총격을 가하거나 기타 폭력적인 방식으로 대중을 억압하는 사례가 보고됐다. 탈레반 창시자 중 한명으로, 아프간 1차 집권기 당시 탈레반 법무장관을 지낸 바 있는 물라 누루딘 투라비는 최근 AP통신에 "공개적으로 발표하지 않았지만, 사형 집행과 손발 절단형이 다시 시행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한편 탈레반에 맞서 여성 교육권을 주장하다가 총격을 받아 쓰러졌던 최연소 노벨 평화상 수상자 말랄라 유사프자이(24)는 AP 보도 당일 유엔 총회 토론에 참여해 탈레반과 타협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아프간의 여성 교육과 인간 존엄 보호를 놓고 타협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아프간 여성들의 권리 보장을 위한 약속을 고수해야할 때"라며 "그중 특히 중요한 것은 교육받을 권리"라고 강조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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