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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잇단 전세대출 규제, 날벼락 실수요자 어쩌나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9.26 18:04

수정 2021.09.26 18:04

가계부채 잡아야 하지만
단계적 연착륙 전략펴야
KB국민은행이 오는 29일부터 전세자금대출, 집단대출 한도를 줄인다. 한도 축소로 앞으로 전세자금대출은 전셋값 증액분 범위 내로 제한된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 뉴스1
KB국민은행이 오는 29일부터 전세자금대출, 집단대출 한도를 줄인다. 한도 축소로 앞으로 전세자금대출은 전셋값 증액분 범위 내로 제한된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 뉴스1
KB국민은행이 오는 29일부터 전세자금대출, 집단대출 한도를 줄인다. NH농협은행이 지난 8월 말 신규 부동산담보대출을 중단한 적은 있지만 대표적 실수요자 대출인 전세자금대출을 축소하는 것은 시장 예상을 넘어선다.
국민은행은 국내 은행 중 가계대출 규모가 가장 크다. 다른 은행들도 비슷한 행보를 보일 가능성이 높아 파장이 불가피하다.

국민은행은 전세대출을 전셋값 증액 범위 내로 제한하겠다고 발표했다. 전셋값이 4억원에서 6억원으로 오른 경우 기존 전세자금대출이 없는 세입자는 전셋값의 80%인 4억8000만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앞으론 증액분 2억원을 넘는 대출은 불가능하다. 집단대출 중 입주 잔금대출의 담보기준도 바뀐다. 기존에는 시세에 따라 대출을 받을 수 있었지만 분양가 기준으로 사실상 대출한도가 결정된다. 신규 주택값이 많이 올라 지금까진 분양자들이 잔금 납입에 전혀 부담이 없었다. 그러나 분양가 기준이면 수억원의 추가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

국민은행의 가계대출 죄기는 대출증가 속도 때문이다. 가계대출 증가율은 지난 7월 말 2.58%에서 8월 말 3.62%, 9월 17일 4.15%로 급격히 올랐다. 금융당국의 목표치인 5~6%를 넘지는 않았지만 너무 빠르다는 것이다. 국민은행 내부에서는 29일 이후에도 가계대출 증가속도가 떨어지지 않으면 일부 대출의 중단까지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계부채 규모의 위험성을 감안했을 땐 국민은행의 조치는 타당한 측면이 많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6월 말 현재 가계빚은 1805조원이다. 부동산 가격 급등에다 코로나19 지속으로 살림살이가 빠듯해진 가계가 생활자금 조달을 늘려서다. 1년 전과 비교하면 10.3%(168조원) 증가했다. 지난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1836조원의 98%가량이다. 더구나 코로나발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푼 유동성 회수도 시작됐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했고,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의 테이퍼링(자산매입축소)도 임박했다. 금리가 0.5%p 올라가면 가계의 이자부담은 연간 5조8000억원 불어난다. 부채구조조정을 해야만 가계발 위기를 막을 수 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가계부채 위기의 심각성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게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수차례 밝힌 바 있다.

문제는 실수요자들의 혼란과 불안감이다. 인터넷 카페 등에서는 '시중은행 일부가 갑자기 집단대출 접수를 하지 않는다고 통보해 당황스럽다'는 후기가 빗발치고 있다. 내달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추가 대책까지 나온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확대 시기를 앞당기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과잉대출에 대한 규제는 필요하지만 실수요자들이 날벼락 맞아서는 안된다.

대출 죄기가 되레 가계대출을 급증시켜 부실위험을 더 키울 것이란 지적도 있다.
은행 돈줄을 막으면 비은행권 신용대출이 늘어 가계의 부실위험은 더 커진다. 풍선이 터질 정도로 부풀어오르면 터지는 걸 막기 위해 좀 눌러서 바람을 빼는 것이 맞다.
다만 풍선을 터트리는 어리석음은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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