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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승 두산·16연승 세인트루이스 가을 좀비들, 완전히 되살아났다 [성일만 야구선임기자의 핀치히터]

성일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9.27 18:37

수정 2021.09.27 18:37

10승 두산·16연승 세인트루이스 가을 좀비들, 완전히 되살아났다 [성일만 야구선임기자의 핀치히터]
가을좀비들의 기세가 사납다. 스러질 듯 스러질 듯 되살아난다. '가을좀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가 27일(이하 한국시간) 시카고 원정 경기서 컵스를 4-2로 누르고 16연승을 내달렸다.

카디널스는 지난 11일부터 한 번의 연장전과 더블헤더 포함 16번의 경기서 전승했다. 같은 기간 '한국 좀비' 두산은 14경기서 10승2무2패를 기록했다. 바야흐로 가을바람 탄 좀비들 세상이다.


두산은 11일까지만 해도 7위였다. 가을 야구는 꿈도 꾸지 못했다. 상위 3팀(KT, LG, 삼성)은 철옹성이었고, 8위 롯데와는 딱 두 걸음 차였다. 4위 키움은 네 걸음이나 저만치 앞서 있었다. 두산의 승률은 5할(0.485)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런데 보름 만에 4위까지 치고 올라갔다. 이 기세면 3위 LG도 발뻗고 잠잘 처지가 못된다. 지난달만 해도 두산이나 세인트루이스는 가을 야구 입장 불가 신세였다. 두 가을좀비는 원래 자매구단이다.

두산은 맥주회사였다. 세인트루이스의 모기업은 지금도 맥주회사다. 그래서 더 가까워졌다. 이광환 전 두산 베어스 감독이 1987년 세인트루이스 연수를 다녀온 것도 그 인연 때문이었다.

두산은 26일 한화전서 거의 질 뻔한 경기를 이겼다. 전날 7연승의 두산 발걸음에 딴지를 놓은 쪽도 한화였다. 한화 선발 김민우의 빠른 공이 제대로 약발 받았다. 7회까지 2-3으로 뒤졌다. 8회말 1사 1,2루서 페르난데스의 적시타가 터졌다.

두산은 5-3으로 역전승했다. 가을바람 속 두산은 좀처럼 질 것 같지 않다. 1위 KT를 만나도 3위 LG와 싸워도 도무지 기세가 꺾이지 않는다. 12일 한 번도 이기기 힘든 LG와의 더블헤더를 싹쓸이했다. 그 충격으로 LG는 2위 자리를 삼성에 내줬다.

14일 KT는 두산의 끈질김에 혼쭐났다. KT는 0-2던 경기를 5회 3-2로 뒤집었다. 두산은 6회 바로 동점으로 따라붙었다. 겨우 이겼으나 다음날엔 2-6으로 순순히 물러났다. 이후 두산은 7연승(1무 포함)으로 신바람을 냈다.

세인트루이스의 연승에는 김광현이 한몫했다. 김광현은 26일 시카고 컵스와의 원정경기서 2-4로 뒤진 6회말 마운드에 올랐다. 패전처리가 아닌 역전 드라마를 써보라고 올린 투수였다.

김광현은 감독의 바람대로 호투했다. 첫 타자는 우타자 오스틴 로민. 대타로 나와 좌전안타를 치고 나갔다. 김광현은 다음 타자를 3루 병살타로 솎아냈다. 결과적으로 적당한 위기감을 준 후 스스로 이를 해결했다.

야구에서 위기 다음 기회가 오는 것은 정설이다. 세인트루이스는 7회초 즉시 반격했다. 선두타자 아레나도가 좌익수 쪽 깊숙한 2루타를 터트렸다. 이후 몰리나, 베이더가 연속 안타를 때리며 5-4로 승부를 뒤집었다. 덕분에 김광현은 7승째를 챙겼다.

두산은 18일 까딱하면 질 뻔했다. 역시 6회까진 뒤져 있었다. 스코어는 달랐다. 0-3, 상대는 키움. 7회부터 두산의 매서운 반격이 시작됐다. 양석환이 무실점으로 호투하던 키움 선발 김선기에게서 홈런을 뽑아냈다. 8회엔 두산의 중심 김재환이 적시타를 터트렸다. 2-3 한 점차.

질 것 같지 않았다. 9회 1사 1,2루서 9번 타자 김인태가 극적인 동점 적시타를 때려냈다. 매번 주인공이 바뀌었지만 두산이 지지 않는 결과는 한가지였다. 17일 가까스로 6위에 올라 온 두산은 거기서 지면 다시 강등될 처지였다.

세인트루이스는 27일 승리로 포스트시즌 진출 매직 넘버를 1로 줄였다. 사실상 확정인 셈이다. 딱 10년 전 와일드카드로 올라가 11번째 월드시리즈 우승을 거머쥐었다.
이번에도 안 될 거 없다. 두산은 2015년 이후 6년 연속 가을야구를 점령했다.
올 가을 역시 예외는 아니다.

texan509@fnnews.com 성일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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