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월급만 모아선 내집 마련 못해"..일보다 코인에 빠진 2030세대

이진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10.26 18:22

수정 2021.10.26 18:22

가상자산 투자자 1년새 3배로
노동 대신 투자로 ‘한탕’ 노려
최근 대표적인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이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며 올해 초 불었던 파이어(FIRE)족 열풍이 다시금 2030에게 유행을 타고 있다. 다만 최근 주식 시장 침체로 청년들의 투자 방향은 암호화폐 시장으로 쏠리는 게 특징이다.

청년들이 노동 가치에 대해 회의감을 갖고 투자에 열성인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인한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가상화폐 투자…회원수 '폭증'

26일 국내 1위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의 운영사인 두나무에 따르면 업비트 회원의 연령대는 20대가 31%로 가장 많았고, 30대가 29%로 그 뒤를 이었다. 가상화폐 고객도 늘어 지난해 10월 300만명이었던 회원 수는 890만명에 이르게 됐다.

가상화폐를 거래하는 회원 수가 늘어난 만큼 예치금도 늘고 있다.
국내 4대 가상화폐거래소(빗썸·업비트·코빗·코인원)의 원화 예치금은 지난달 24일 기준 9조2035억원으로 지난해 6월 대비 13배가 늘어난 상황이다.

청년들이 가상화폐 투자에 빠지게 된 배경에는 끝없이 오르는 가상화폐 가격 때문이다. 지난 1월 3200만원 였던 비트코인 가격은 4월 8199만원 까지 올랐다. 이후 급락을 거듭하다 이날 3시 기준 비트코인의 가격인 개당 7511만원으로 한달 전인 9월 26일(종가 기준 5279만원)에 비해 약 40% 가량 오른 수치다.

지난해 '동학개미 운동'을 필두로 2030 사이에 투자 광풍이 불어 주식 등 여러 분야에 투자가 유행을 탔다. 그러나 최근 투자 흐름은 가상화폐로 몰리고 있다. 지난 22일 기준 코스피 시장 거래대금은 8조9141조원로 지난해 10월 28일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올해 1월과 비교했을 땐 20% 수준에 불과하다.

가상화폐 가격이 오르자 관련 투자에 관심이 없던 2030까지 투자에 뛰어들었다. 직장인 변모씨(35)는 "최근 급등락을 거듭하는 비트코인 가격을 보면서 '저걸 누가 하냐'는 식으로 무시했다"면서도 "매일 아침 직장 동료들이 관련 뉴스를 전해 소액이라도 투자하게 됐다"고 말했다. 손모씨(35)는 "기존 월급으로는 생활비가 부족해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고 투자를 시작했다"며 "시작한 지 한달도 안됐는데 벌써 수익률이 20%가 넘는다"고 귀띔했다.

■"직장 생활 의미없다"

문제는 '투자 열풍'이 노동 경시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본격적인 가상화폐 투자를 위해 회사를 관둔 김모씨(29)는 "직장 생활을 하면서 바라본 간부들 중에 표본으로 삼을만한 사람이 없다"며 "큰 수익을 내진 못했지만 본격적으로 투자 공부를 하기 위해 지난달 사표를 냈다"고 말했다.


정유업계에 다니며 퇴사를 준비 중인 이모씨(33)는 "회사 내에서 남들과 경쟁해서 고작 승진을 해서 어떤 이익이 있을까 싶다"며 "승진보다 주변에서 투자로 성공을 했다는 이야기가 가장 부럽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희망이 사라진 청년 세대의 자화상이라며 경제 성장을 담보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필상 서울대 경제학과 특임교수는 "천정부지로 오르는 부동산 가격 등을 보면서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 '한탕주의'가 팽배해졌다"면서 "정부 정책이 단순 돈을 많이 풀어 자산 시장을 과열하는 것이 아닌 경제 동력을 위한 일자리 투자 등에 집중돼야 한다"고 말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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