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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도스토옙스키 탄생 200주년

노주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11.08 18:00

수정 2021.11.08 18:00

도스토옙스키 원작 그래픽 노블 '죄와 벌'의 표지. (미메시스 제공)/사진=뉴시스
도스토옙스키 원작 그래픽 노블 '죄와 벌'의 표지. (미메시스 제공)/사진=뉴시스
1849년 12월 반체제 혐의로 체포돼 사형대 위에 선 28세 청년 도스토옙스키는 "사형 전 마지막 5분을 주겠다"는 집행관의 말에 절망했다. "내 인생이 이제 5분 뒤면 끝이라니, 나는 이 5분 동안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는 먼저 가족과 동료들을 생각하며 기도했다. "후회할 시간도 부족하구나! 난 왜 그리 헛된 시간을 살았을까? 찰나의 시간이라도 더 주어졌으면…"이라면서 회한의 눈물을 삼켰다.

사형 집행 직전 유배를 보내라는 황제의 급박한 전갈이 도착해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다. 도스토옙스키는 훗날 장편소설 '백치'에서 "나에게 마지막 5분이 주어진다면 2분은 동지들과 작별하는데, 2분은 삶을 돌아보는데, 그리고 마지막 1분은 세상을 바라보는 데 쓰고 싶다. 언제나 이 세상에서 숨을 쉴 수 있는 시간은 단 5분뿐이다"라고 썼다.


오는 11일로 탄생 200주년을 맞는 러시아 대문호 표도르 도스토옙스키(1821∼1881)를 기리는 연극 공연과 책 출간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극단 피악은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연극무대에 올려 호평을 받았다. 원작과 달리 60세 도스토옙스키가 작품의 등장인물과 해설자로 나온다. 배우 정동환이 1인 5역을 맡아 고전의 무대화에 이상적인 표본을 제시했다.

도스토옙스키의 대표작들이 이번에 새롭게 번역된 것도 환영할 일이다. 열린책들은 작가의 4대 장편소설인 '죄와 벌' '백치' '악령' '카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을 재교열해 도스토옙스키 탄생 200주년 기념판(전 8권)을 내놨다. 민음사는 '악령'(전 3권), 창비는 '까라마조프 형제들'(전 3권)을 각각 펴냈다.

연구서와 입문서도 도스토옙스키 붐에 일조하고 있다. 고려대 석영중 교수의 '도스토옙스키 깊이 읽기'는 20년간 작가를 연구한 성과를 묶었다.
'도스토옙스키 명장면 200'은 작품 속 핵심 장면이나 어록을 모아 해설한 입문서이다.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돌아온 청년 도스토옙스키는 이후 인생은 5분의 연속이란 각오로 글쓰기에 매달려 불후의 명작을 남겼다.
각자에게 주어진 '인생의 5분'을 새겨봄 직하다. joo@fnnews.com 노주석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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