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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나토가 러시아 위협" 안보 보장 요구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12.01 23:38

수정 2021.12.01 23:38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가운데)이 1일(현지시간) 수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외국 대사들을 접견한 가운데 연설하고 있다.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가운데)이 1일(현지시간) 수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외국 대사들을 접견한 가운데 연설하고 있다.AP뉴시스


[파이낸셜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더 이상 러시아쪽으로 동진해서는 안 된다며 서방과 협상을 통해 이를 보장받겠다고 밝혔다.

AP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푸틴은 1일(현지시간) 수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외국 대사들의 신임장을 받는 행사 가운데 나토를 언급했다. 그는 "러시아가 강력하고 신뢰할 수 있고 장기적인 안보의 보장"을 추구한다고 강조했다.

푸틴은 "미국 및 그 동맹과의 대화를 통해 우리는 러시아 영토를 가까이서 위협하는 나토의 병력과 장비의 동진 배치 배제를 담는 합의안 마련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서방을 향해 모든 국가의 이해를 고려한 구체적인 협상을 하자고 제안하면서 러시아의 안보를 법적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발언은 러시아가 조만간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수 있다는 서방의 우려 가운데 나왔다. 지난 2014년 우크라이나에서는 친러 정권이 ‘유로 마이단’으로 불린 친서방 시위대의 격렬한 시위 끝에 물러났으며 이후 들어선 친서방 정권은 본격적으로 친러 세력을 견제했다. 친러 인구가 많았던 크림반도는 같은해 주민 투표를 통해 러시아 영토에 합병되었고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도 친러 반군이 루간스크·도네츠크 인민공화국 건설을 선포하며 우크라이나 정부와 내전을 벌였다. 양측은 2014년 4월 내전 발발 이후 5개월 뒤 1차 휴전, 2015년 2월에 2차 휴전으로 일단 포성을 멈췄으나 산발적인 충돌을 이어갔고 2019년에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정상이 프랑스에서 만나 포괄적인 휴전에 합의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국경의 긴장은 올해 들어 다시 팽팽해졌다. 지난 3월 돈바스 지역에서는 반군의 공격으로 우크라이나 병사 4명이 사망했고 4월에는 10만명에 가까운 러시아 병력이 돈바스 인근에 집결했다. 러시아는 비상점검 훈련 때문에 모인 병력이라며 같은달 병력을 물렸지만 이후 계속해서 군사적인 긴장을 초래했다.

옌스 스톨텐베르크 나토 사무총장은 지난달 15일 기자회견에서 최근 몇 주 동안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이례적인 대규모 러시아 병력 집결이 목격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해 공격적인 행동을 취하기 전에 이러한 형태의 군사력을 사용했던 것을 알고 있다"며 "러시아의 어떤 추가적인 도발이나 공격적인 행동도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러시아는 나토의 주장과 반대로 나토가 우크라이나를 구실로 러시아를 압박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유럽에서 러시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폴란드와 발트해 3국은 모두 나토 가입국이다. 우크라이나는 아직 나토에 들어가지 않았지만 러시아와 갈등 이후 적극적으로 나토 가입을 희망하고 있다. 러시아 외무부는 우크라이나가 전체 병력의 반인 12만5000명을 돈바스에 동원하고 있으며 분리주의 세력과의 휴전을 점점 더 많이 위반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푸틴은 지난달 30일 러시아 VTB 은행이 주관한 경제 포럼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설에 대해 "그러한 위협에 대해선 러시아가 군사훈련을 실시한 올해 초에도 이야기가 나왔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동시에 "러시아는 자국 국경 인근에서 (서방 진영의) 대규모 군사훈련이 벌어지는 데 대해 우려를 느끼고 있다"고 강조했다.

러시아 주변의 긴장을 지켜보는 미국은 일단 러시아와 만나 이번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다.
미 국무부 관계자는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2일부터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리는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회의에 참석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회동한다고 밝혔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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