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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엄구호 한양대 교수 "새로운 협력 모델 모색할 한-우즈벡 정상회담"

서영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12.15 11:04

수정 2021.12.15 11:04

엄구호 한양대 아태지역연구센터 소장.
엄구호 한양대 아태지역연구센터 소장.

[파이낸셜뉴스] 샤브카트 미르지요예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이 곧 방한한다. 문재인 대통령과의 만남은 한번의 화상 만남을 포함해 벌써 네 번째다.

북방국가와의 협력을 고민하는 많은 연구자들이 현실적으로 협력이 가장 가능한 국가로 꼽는 곳이 우즈베키스탄이다. 러시아는 서방의 제재를 받고 있고 많은 주요 사업이 북한과 관련이 있어 사실상 협력의 어려움이 많은 반면에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전략적 요충지에 위치한 우즈베키스탄은 한국에 매우 우호적이고, 성장잠재력이 커서 협력의 기회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여러 설문조사에서 우즈베키스탄 국민은 가장 좋아하는 국가로 한국을 선택하고 있다. 한국은 이 지역에 대한 지정학적 야망이 없는 국가로서 우즈베키스탄의 경제 및 문화의 발전 모델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2019년 4월 문재인 대통령의 방문 정상회담에서 우즈베키스탄이 인도, 인도네시아, 아랍에미리트에 이어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된 것도 이런 맥락이 있기 때문이다.

우즈베키스탄이 한국에 대해 우호적인 생각을 갖게 된 데에는 90년대 초반 우즈베키스탄 독립 초기에 당시 대우그룹이 자동차, 방직, 은행 등에 대규모 투자를 한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또한 국내 대표 자원개발 사업으로 꼽히는 수르길 가스전 프로젝트가 지난 2016년 상업가동을 시작한 후 성공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는 것도 양국 모두에게 좋은 이미지를 만들었다. 여기에 한국 드라마 전용 채널이 있을 정도로 한류가 확산된 것도 물론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이번 정부에서도 양국 간 협력 성과는 적지 않다. 팬데믹 시대를 맞아 한국형 보건의료시스템 전수가 활발히 이뤄졌고, 수르길 사업에 이어 부하라 정유공장 현대화, 나보이 복합발전소 3단계 건설공사, 슈르탄 가스화학단지 현대화 사업 등 에너지 분야 협력 논의도 계속되고 있다. 특히 디지털 전환 분야에서의 협력 성과가 눈에 띈다. 한국형 전자무역 플랫폼이 구축돼 운영되고 있고 정보접근센터와 디지털정부 협력센터도 만들어 졌다. 올해부터 5년 계획으로 IT파크 조성사업도 시작됐다. 농업 분야에서도 스마트 팜의 진출과 함께 KOPIA 센터 운영 및 해외농업기술개발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그럼에도 팬데믹으로 인해 지난 2년 가까이 양국 협력에 어려움이 작지 않았다. 이번 정상회담은 팬데믹 이후의 인간우선과 친환경의 공동의 가치 기반 위에서 미중경쟁, 4차 산업혁명, 탄소 중립 등 복합 대전환 시대에 맞는 새로운 협력 모델을 논의하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다.

지난 1월 화상정상회담에서 양국간 FTA인 지속가능한 교역·경제 동반자 협정(STEP)의 협상 개시를 선언한 바 있다. 양국 협력의 질적 전환을 위한 제도적 틀은 점차 완성돼 가고 있다. 협력의 내용도 한 단계 올라가기 위해서는 지식공유 수준에 머물러 있는 디지털 분야와 탄소중립 분야에서의 대규모 프로젝트의 실현이 필요하다. 한국이 참여하는 타슈켄트와 사마르칸트 스마티 시티 민관합작 사업이 구체화되고, 폐기물 처리 등 환경 분야의 모범적 협력 프로젝트도 실제 사업화 해야 한다. 그간 많이 이뤄진 교육 분야 협력도 온라인 플랫폼도 병행될 수 있도록 그 협력의 수준을 높여야 한다.

어떤 국가가 한국에 이렇게 우호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것은 매우 드물고 고마운 일이다. 우즈베키스탄의 푸슈킨으로 불리는 대문호 알리셰르 나보이는 국가 간의 우정을 매우 강조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러한 인문적 정신에서 양국의 협력을 진정한 우정의 관계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마음이 협력 논의의 출발점이 돼야 할 것이다. 기고: 엄구호 한양대 아태지역연구센터 소장, 국제학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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